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학생성공센터장)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

지난해 대학들은 ‘대학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 아래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을 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이라는 명예와 혁신지원 예산을 받았다. 10년 가까이 동결된 등록금 때문에 재정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낡은 기자재를 바꾸고, 융합교육 공간을 조성하면서, 다양한 비교과 프로그램도 운영하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을 쓴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은 재정투자 결과로 어떤 변화가 있었고 무엇을 이루었는지 알고자 한다. 대학들도 혁신사업을 통해 어떤 성과가 창출됐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바야흐로 고등교육에도 성과관리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성과관리는 재정적 책무성 때문에 요청되는 것만은 아니다. 대학이 지속가능발전하려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과업이 됐다. 최근 대학마다 성과관리센터를 만들고, 성과관리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렇다면 ‘성과관리체제’란 무엇인가. 이는 주로 기업 맥락에서 발전해 온 것이므로 고등교육 환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성과란 무엇인가. 성과관리의 주체는 누구이고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가. 성과관리체제에는 어떠한 기능과 역할이 담겨야 하는가. 대학들이 성과관리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해야 봐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목적성이다. 일반적으로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란 조직이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과제를 수행하며, 그것이 낳은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환류함으로써 의도했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대학 맥락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전략 및 과제 도출, 평가와 환류,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종합적, 연속적 활동이어야 한다. 그래서 체제(system)를 구축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특히 성과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부터 분명해야 한다. 발전계획의 수립과 전략과제의 도출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혁신 목표가 없거나 형식적이라면 평가와 환류는 부실해지고 내용적으로 의미가 없게 된다. 요컨대 목표설정과 성과분석은 동전의 양면이다. 한편 대학이 추구하는 목표는 경영 목표와 교육 목표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세계적 경영 컨설팅 회사인 메켄지는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경영 관점에서 비용관리(cost management)가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의 성과(learning outcomes)를 높이는 것이라고 제언한다. 오늘날 한국 대학들이 대학생의 핵심 역량을 선정하고, 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명료성이다. 성과관리 활동의 핵심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해 온 과제나 사업들이 생산한 산출물과 대학에 끼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위한 전제는 해당 과제나 사업의 내용과 그것이 추구하는 목표가 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핵심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하는데, 이것이 뚜렷하게 정의될 때 성과 측정이 가능하게 된다. 과제와 성과지표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가 모호하다는 것이고 진단과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목표, 과제, 지표를 흐릿하게 설정한다는 것은 변화와 혁신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의 간접적인 표현일 수 있다.   

셋째, 환류와 개선(improvement)의 중요성이다. 성과관리를 통해 산출된 정보는 과제 또는 사업을 추진해서 대학에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다면, 원인을 찾아 개선하면 된다. 즉 성과관리의 최종 목표는 의도했던 방향으로 대학 혁신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고, 미흡한 부분과 정도를 알려줌으로써 개선과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한 목적성 및 명료성 원칙과도 관련이 있다. 대학이 추구하려는 목표가 분명하고 이것이 과제와 성과지표에 명료하게 담겼을 때, 성과를 정확히 분석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성이다. 성과관리는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사람이 바뀌는 것과 관련 없이 계속돼야 한다. 성과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고 성과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쌓일 때, 혁신하는 대학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소통, 분석, 정보와 자료를 축적할 수 있게 하는 정보통신 인프라의 구축이다.   

구조개혁의 시대를 맞아 대학마다 많은 혁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효과적인 성과관리체제의 구축과 운용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생존을 위한 핵심 기능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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