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논문 등 ‘무시험’ 논란에 수시모집 전반으로 ‘불똥’
2010학년 입학사정관전형, 현 학생부종합전형과 ‘천지 차이’
외고 이과반, 의전원 등도 ‘과거 사례 불과’

(사진=청와대 제공)
(사진=청와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입시 논란으로 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불법’은 아니라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모습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는 논란이 일자 자신의 SNS를 통해 의혹들을 반박하며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해명들은 명쾌하지 못했다. 외국 거주 사실만으로 입학한 것은 아니었지만, 외고 입학에서 외국 거주 사실은 유리하게 활용됐다. 외고 재학 당시 계열에 맞지도 않는 논문을 작성한 것, 이를 대입에 활용한 것 또한 모두 사실로 보인다. 의전원 입시는 MEET 성적 없이 이뤄졌다. 이러한 모습들은 조 후보자가 그간 저서나 강연 등을 통해 얘기해 온 신념이나 주장과도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들이기에 비판은 사그라들 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의 불똥이 엉뚱하게도 수시모집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분에 찬 여론은 논문 등을 활용할 수 있게 했던 수시모집이 문제라며 당장이라도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2010학년과 작금의 수시모집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당시 입학사정관전형과 현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외활동이나 스펙 등의 활용 여부에서 큰 차이가 있다. 문제가 되는 논문은 현재 극히 일부 특기자전형을 제외하면 대입에서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돼 있거니와 외고 이과반 등도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문제 많았던 의전원은 현재 전국에 단 세 곳만 남아있다. 과거 발생한 사례들로 인해 이미 문제점이 개선된 제도들을 비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한 논쟁을 거쳐 자리 잡아가고 있는 수시모집을 놓고 일방적인 비판이 이뤄지는 것은 결코 긍정적인 모습이라 보기 어렵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는 한영외고 재학시절 단국대 의학연구소 등에서 연구에 참여, 논문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논문 저자 이력은 대입에서 활용됐다. 조 후보자는 조 씨가 지원한 고려대 세계선도인재전형은 과학 관련 특기자가 지원하는 과학영재전형이 아니어서 논문이 주된 평가요소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조 씨가 입학한 2010학년 당시 세계선도인재전형 지원자는 논문을 별도 서류로 제출할 수 있었다. 조 씨가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료원 의과학연구소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고 기술한 점만 보더라도 조 씨 스스로 논문을 대입에 유리하게 활용할 의도를 지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고교 재학 시절의 논문 저자 등재는 이번 논란이 수시모집으로 불똥이 번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정원 외로 외고에 진학, 논문을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학에 가는 조 씨의 행보를 봤을 때 수시모집은 소위 ‘가진 자’들의 ‘음서제’나 마찬가지라는 말들이 나온다. 수시모집에 대한 의혹들을 전면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는 반응까지 심심찮게 보인다. 

수시모집이 이처럼 집중포화를 맞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많다. 조 씨가 입학하던 2010학년 대입과 현재의 대입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는 점에서다. 

조 씨가 입학한 세계선도인재전형은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과는 차이가 크다. 입학사정관이 평가에 참여한다는 점 때문에 ‘입학사정관제’의 범주로 묶이지만, 학생부종합전형과 달리 입학사정관전형은 현재 자취를 감췄다. 학생부종합전형과는 평가지표에도 차이가 크다. 

2004년 발표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2008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을 근간으로 삼아 만들어진 입학사정관전형은 국내 대입에 처음 선보인 정성평가형 대입전형이었다. 이전 예비고사-본고사 시대를 거쳐 학력고사, 수능까지 문제 풀이와 정량평가에 치중한 대입을 실시한 결과 고교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인재들이 범람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도입이 이뤄지게 됐다. 이처럼 갑작스레 등장한 정성평가를 수험생·학부모 등 수요자들은 물론이고 고교현장과 대학가에서까지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조 씨가 입학하던 2010학년은 입학사정관전형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과도기였다. 소위 ‘스펙’으로 불리는 교외 활동들이 적극적으로 대입에 활용됐다. 제출 서류 분량 제한이 없어 라면 박스 몇 개 분량의 서류를 제출하는 사례들이 심심찮게 나오던 시기이기도 했다. 

‘스펙’을 얻기 위한 과열 경쟁을 본 대학들은 개선에 나섰다. 자기소개서 양식을 통일하고, 제출서류 분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교육부도 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 지원사업의 규모를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 태동 기반이 이때 처음 갖춰졌다는 것이다. 2010년 7월 교육부(당시 교과부)는 훈령 제187조를 통해 학생부를 통해 선발하는 전형은 교외상 수상경력과 자격증·인증 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을 반영할 수 없도록 했다. 

훈령이 적용되는 2014학년 대입 시기에 맞춰 서울대를 필두로 대학들은 교외활동을 반영할 수 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했다. 이후 학생부종합전형은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과 맞물리며 급속도로 성장, 현재와 같이 주요 대학 입시의 중심축으로 몸집을 키웠다. 

조 씨의 논문 활용 대입을 보며, 수시모집 전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지만, 이처럼 당시 입학사정관전형과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완전히 다른 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고교 재학 중 외부활동을 통해 작성한 논문이 반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대입에서 논문이 반영될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 대입 수시모집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실기위주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실기위주전형은 예체능실기전형과 수학·과학이나 외국어 등의 특기자전형을 전부 아우르는 전형유형이다. 특기자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과 달리 교외 활동이나 실적 등의 반영을 허용하는 전형이기에 논문을 평가요소로 쓸 수 있다. 세계선도인재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이 아니라 변형된 일종의 특기자전형으로 보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특기자전형은 현행 대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전형이다. 고려대 등 극히 일부 대학에서만 특기자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 정원 내 기준 26만2990명을 모집할 예정인 2021학년 대입전형에서 수학·과학 특기자 모집인원은 겨우 73명에 불과하다. 2014학년 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의 대학에서 특기자 모집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상전벽해’나 마찬가지 풍경이다. 

결국 현행 대입에서는 조 씨와 같은 사례가 다시 나오기 쉽지 않다. 논문을 활용한 대입이란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고, 성립한다 하더라도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학생부종합전형을 오독한 일반고 등에서 R&E라는 이름으로 소논문 작성에 열을 올리던 시기도 있었지만, 대입에서 큰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열기가 크게 사그라졌다. 2022학년부터는 학생부 기재에서도 전면 제외될 예정이다. 한 서울권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은 “결국 학생의 학업역량은 점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라든지 창의적 체험활동 등은 이를 부연해 설명하는 요소일 뿐이다. 소논문을 썼다고 해서 없는 학업역량이 갑자기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조 씨를 중심으로 벌어진 ‘입시 논란’들은 현 시점에서는 재현되기 어렵다. 외고 재학 중 의학 논문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때 외고는 우수 고교생들의 집결지 역할을 하면서 ‘이과반’을 별도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계열을 선호하는 학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데다 뛰어난 대입 실적까지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교육부가 외고 지정 취소 등 강한 규제를 언급하자 이과반은 사라지기 시작, 2017학년을 끝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다. 

MEET 성적은 자격요건으로 시험 응시 여부만 확인하고, 별도 평가 지표로 두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의전원에 진학, 의사가 될 기회를 받은 것도 비판을 받았던 일. 하지만, 이는 현 시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의전원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다양한 경험을 지닌 의료인을 양성하겠다는 이유로 시도했던 의전원 제도는 현재 완전한 ‘실패’로 돌아갔다. 로스쿨 선정과 연계하며 대학들에 의전원 도입을 강요한 결과 한 때 전국 의대 가운데 대다수인 27개 대학이 의전원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올해 기준 남아있는 의전원은 강원대와 건국대(글로컬), 차의과학대까지 세 곳에 불과하다. 의전원 입학을 하려 해도 할 곳이 많지 않은 것이다. 강원대가 의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밝히면서 차후 남은 의전원은 두 곳에 그치게 될 전망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의 딸인 조 씨를 둘러싼 ‘입시 논란’이 크게 타올랐고, 조 후보자 측의 명쾌하지 못한 해명이 기름 역할을 하면서 이를 한층 더 크게 불붙게 만든 것은 맞다. ‘불법’이 아니라지만 정보 격차를 기반으로 대입에 성공하는 모습이라든지, 일반 수험생이라면 불가능한 논문 제1저자 등재 등의 모습을 보며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자 등재 과정에서 고교가 아닌 대학으로 소속을 달리했다는 ‘불법’에 가까운 정황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공분과는 별개로 이미 제도적 보완이 돼 있는 수시모집에 과도한 비판이 가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 볼 수 없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보 격차로 인해 ‘가진 사람’들이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것은 현시대와는 동떨어진 현상이다. 대입전형에 대한 모든 것이 사전 예고제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도기에 일어났던 일부 사건을 기반으로 현 대입전형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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