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교수
김현주 교수

2018년 여름, 1년 만에 다시 찾은 르완다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공항에서 나오면 자동차 지붕 위에서 보이는 붉은 흙먼지가 반기고 있었고 차를 타고 이동하면 보이는 사람들은 1년 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왔던 곳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정겨운 모습도 보이고 시내도 낯이 익었다.

시내를 지나서 지방도로로 들어섰다. 시내보다 조금은 낯선 지방도로를 이용해 1시간 반 정도 걸려 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아프리카 마을의 모습이었다. 흙벽돌로 된 집과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들, 저녁 무렵 피어오르는 흰 연기, 외지인이 왔다고 몰려드는 아이들이 반가웠다.

동아프리카의 여러 국가 중에서 르완다는 최고의 교육 플랜을 가지고 있다. 유치원 과정인 ECD(Early Childhood Development) 플랜은 UNESCO의 후원을 받아 완성했고 국가의 ECD 관련 전문가가 모여 매년 수정 보완하고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이러한 국가적 교육계획이 아직은 일선 학교나 ECD 센터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한국의 한 NGO에서 유치원을 세워주었다. 도심에서나 있을 법한 잘 정돈되고 아이들이 지내기에 좋은 유치원이 그곳에 있다. 필자의 방문 목적 중 하나는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다.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유치원을 방문했더니 선생님들이 40여 분 앉아 있었다. 많은 인원에 깜짝 놀랐다. 옆 동네 유치원 선생님들도 온 것이었다. 동행한 의사 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한 보건 교육에 대해 강의를 하고, 현직 유치원 선생님과 교수진들이 교육에 대해 강의를 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교육 환경과 교육 방식이었지만 강의 시작한 지 반나절이 지나자 공통점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3일 동안의 교육에 한 분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고 강의 이해도가 높았다. 영어를 현지어로 통역해가면서 강의를 진행했는데 강의 종료 시점에 발표를 시키니 대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일은 한국 방문단이 귀국한 다음 주에 일어났다. 교육을 받은 선생님들이 자신들이 속한 유치원의 교재 교구를 재배치하고 교육받은 내용을 적용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전송됐다.

무엇이 그 선생님들이 교육에 집중하게 하고 변화하려는 마음을 움직였을까? 사실 그분들도 ECD에 대한 교육도 받고 교사 자격증도 있는 분들인데, 한국 사람들이 한 며칠의 교육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까?

교육받는 시간 동안 집중했던 그분들의 모습과 교육 후에 적용하려 애쓰는 모습 속에서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을 보게 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전해주고 싶은 선생님들의 마음이 보였다.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 선생님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리라. 우리가 가서 전한 것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지만, 좋은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오히려 필자는 많은 평가와 보고서에 지쳐 학생을 돌아볼 여유조차도 없이 지낸 것 같다. 교육보다는 평가와 실적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하지만 르완다 선생님들의 열정을 떠올리며, 눈을 돌려 학생을 볼 수 있는 마음을 회복하려 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교육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교육이 아이들을 성장시킨다는 단순한 진리를 마음속에 다시 새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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