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자대학교 웨딩플래너과 2학년

경인여자대학교 웨딩플래너과에 재학 중인 이현지씨.(왼쪽) / 이현지씨가 충칭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오른쪽) (사진=이현지씨 제공)
경인여자대학교 웨딩플래너과에 재학 중인 이현지씨.(왼쪽) / 이현지씨가 충칭 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오른쪽) (사진=이현지씨 제공)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물론 독립운동에 인생을 헌신한 순국선열의 가치는 시간과 관계없이 고귀한 것이지만,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조국’이 100년이 지난 지금 이 땅에 실현되고 있다는 사실은 가슴을 벅차게 한다.

경인여자대학교 웨딩플래너과에 재학 중인 이현지씨는 이러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되새기고자 얼마 전 중국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다녀왔다. 국가보훈처 인천보훈지청에서 실시한 중국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에 28명의 대학생 탐방대원 중 한 명으로 선발된 것이다. 탐방은 8월 5일부터 9일까지 이뤄졌다.

“인천보훈지청에서 탐방단을 모집한다는 사실은 동아리 지도 교수님을 통해 알게 됐어요. 우리 학교의 나라사랑 동아리 ‘나라올라’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거든요. 평소에도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나 독립운동사에 관심이 많아서 바로 지원했죠. 개인적으로, 5월에는 충청남도 태안을 여행했는데 이때 우연히 독립운동가 이종일 선생님의 생가를 방문하게 됐어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신데, 생가가 홍보도 잘 안 되고 있고 관리 상태도 아쉬워서 안타까운 마음이 강하게 들었죠. 그런데 중국의 독립운동 사적지를 탐방할 기회가 있다니 뜻깊은 활동이 될 것 같았습니다.”

4박 5일의 중국 독립운동 사적지 탐방은 임시정부의 이동과 임시정부 주요 인사의 발자취를 따라 진행됐다. 상해 임시정부 청사,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이뤄진 홍커우 공원, 백범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들이 머물렀던 가흥 피난처, 마지막 청사였던 중경 임시정부 청사 등이다. 그중에서 이현지씨의 마음 가장 깊은 자리에 남은 곳은 초대 임시정부 주석을 역임한 이동녕 선생이 거주했던 기강 지역의 집과 화상산 한인 묘지 터였다. 이곳에서의 기억을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는 것이 수화기 너머 전해졌다.

“기강에 있는 이동녕 선생님의 집에 갔는데, 꼭 무너지다 만 집 같더라고요. 수리를 이유로 지금은 표지판도 없는 상태예요. 지나다니는 사람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어떤 분이 머물다 가셨는지 모를 정도죠. 그런 이곳의 벽에 무궁화가 달린 것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중경 지역 화상산의 한인 묘지 터는, 그냥 ‘무너진 산’이었어요. 마치 미개발단지를 보는 것처럼 방치돼있더라고요. 한인들의 묘가 있었다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죠. 중국 정권이 바뀐 뒤 우리나라 사람은 중국에 드나들기 힘들던 시절, 중국 정부가 이곳을 쓰레기 터로 쓰겠다고 결정했대요.”

이현지씨가 탐방 중 촬영한 이동녕 선생의 기강 집(왼쪽)과 화상산 한인 묘지 터(오른쪽).
이현지씨가 탐방 중 촬영한 이동녕 선생의 기강 집(왼쪽)과 화상산 한인 묘지 터(오른쪽).

그가 이번 탐방에서 방문한 많은 사적지 중에서도 특히 이 두 장소를 소개한 이유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 이곳들이 사적지로서 관리되고 보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화상산 묘지 터의 경우, 유족에게 시신을 수습해 가라고 전했다지만 통보가 이뤄지지 않아 이 사실을 전달받은 분들이 없었다고 해요. 결국 시신을 옮기지 못해 아직도 그대로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후손분들이 여기를 찾아와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앞에서 제사를 지내신다고 하는데, 많은 분이 이곳을 기억하고 또 찾아주셔서 중국 정부가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탐방 이후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임시정부 요인들의 자취에 관심을 갖고 유적지들을 탐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함께 탐방을 다녀온 대원들과 모여 효창공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효창공원은 백범 김구 선생 외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이 잠들어있는 곳이다. 이현지씨의 탐방은 끝나지 않았다.

“중국 탐방 때 김구 선생님의 피난처를 갔었는데, 탐방대원들과 한국에 돌아가면 효창공원에 가보자고 약속을 했었어요. 다녀와 보니, 그곳 역시 임시정부 지도자들을 기념하는 공간인데 이와 다른 목적의 건물들이 더 크게 들어서 있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앞으로 어디서든 독립운동가들의 업적과 숭고한 뜻을 기억하고 살며, 또 다른 이들에게 그분들의 희생을 기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일상생활에서 제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많은 대학생분들도 각자의 인생을 사느라 물론 바쁘시겠지만 SNS를 하는 잠깐의 시간만이라도 투자해 삶 속에서 순국선열의 뜻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분들이 홍보에 힘 써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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