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과학기술대학교·명지전문대학 첫 도입

경기과학기술대학교가 IBM, 세명컴퓨터고와 손잡고 올해 초 개교한 국내 최초 P-TECH 학교인 '서울 뉴칼라 스쿨'의 모습 (사진=IBM 제공)
경기과학기술대학교가 IBM, 세명컴퓨터고와 손잡고 올해 초 개교한 국내 최초 P-TECH 학교인 '서울 뉴칼라 스쿨'의 모습 (사진=IBM 제공)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생활 깊숙하게 자리 잡으면서 이에 적합한 인재양성 노력을 기울이는 교육기관이 많아지고 있다. 고등직업교육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 기술과 실무 역량을 키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리더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고등직업교육 단계에서의 인재 양성 노력에서 ‘중등단계와의 연계’와 ‘기업체와의 산학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전문대학들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뉴칼라 스쿨’이라 이름이 붙여진 미국식 ‘선취업후진학 일학습병행’ ‘도제학습’ 모델 P-TECH가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올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P-TECH는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을 통합한 과정을 말하며, ‘뉴칼라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와 명지전문대학이 각각 ‘서울 뉴칼라 스쿨’과 ‘한국 뉴칼라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P-TECH를 도입했다. 고등학교 3년 과정과 전문대학 2년 과정을 통합한 국내 최초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P-TECH 도입에서 주목할 점은 ‘고교-전문대학’ 간 교육과정 통합이라는 의미 외에도 글로벌 기업인 IBM과 국내 거대교육 기업인 교원그룹이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다.

명지전문대학과 미래산업과학고, 교원그룹이 '한국 뉴칼라 스쿨'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교원그룹)
명지전문대학과 미래산업과학고, 교원그룹이 '한국 뉴칼라 스쿨'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교원그룹)

경기과학기술대학교에서 문을 연 ‘서울 뉴칼라 스쿨’은 세명컴퓨터고등학교와 고교 교육과정을 통합한다. 3년 고교 과정에 경기과학기술대학교 2년 과정을 연계해 모두 5년의 통합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졸업하게 되면 고교 졸업장과 전문학사를 모두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일단 졸업생이 배출되면 이제부턴 IBM이 역할을 할 차례다. 서울 뉴칼라 스쿨 졸업생이 IBM에 취업을 원할 경우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IBM P-TECH 도입을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6번째로 이 과정을 도입한 나라다. 이미 우리나라에 앞서 2011년 뉴욕에서 IBM P-TECH 학교가 처음 세워졌으며, 현재에는 미국과 호주, 모로코, 대만, 싱가포르 등 나라에서 120여 개의 IBM P-TECH 스쿨이 운영되고 있다. 재학생 수만 따져도 수만 명에 이른다.

‘서울 뉴칼라 스쿨’가 개교하며 경기과학기술대학교와 세명컴퓨터고에 거는 IBM의 기대감도 최고조다. IBM은 우수한 한국 인재들이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정보보안 면에서 강점을 보이는 만큼 ‘전문역량’과 소프트스킬 등 핵심 ‘직무역량’ 교육을 중심으로 졸업 뒤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IBM 역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교육내용 개발에 참여하는 동시에 학생들이 기업 현장을 방문해 실제 업무공간에서 감각을 익히는 프로젝트 수업도 지원한다.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IBM 직원과의 1대1 멘토링도 진행할 계획이다.

명지전문대학 역시 ‘한국 뉴칼라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P-TECH 학교를 개교할 계획임을 밝혔다. 명지전문대학은 미래산업과학고등학교, 교원그룹과 손을 맞잡았다. ‘한국 뉴칼라 스쿨’은 에듀테크와 소프트웨어콘텐츠 분야의 전문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과학과 기술, 공학, 수학 융합(STEM)을 기반으로 한 연계 교육과정 콘텐츠가 운영된다.

안성수 명지전문대학 교무처장은 “소프트웨어콘텐츠과는 최신 ICT 사업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가상현실, 게임, 앱 개발 분야를 특성화해 직무와 프로젝트 기반의 실무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 뉴칼라 스쿨을 통해 미래산업과학고와 연계한 3+2 공동 교육과정 이수, 교원그룹의 1대1 멘토링으로 융복합창의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대학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21년부터 운영될 한국 뉴칼라 스쿨 역시 P-TECH 모델에 충실한 교육과정으로 설계됐다. 미래산업과학고 학과개편을 통해 스마트콘텐츠과를 졸업 한 학생이 무시험으로 명지전문대학 소프트웨어콘텐츠과에 진학하도록 교육과정이 짜였다. 또한 한국 뉴칼라 스쿨 졸업생도 교원그룹 채용 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제공된다.

신영욱 교원그룹 디지털융합사업본부장은 “P-TECH 모델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양성을 위한 획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임에 공감했다”며 “특히 기업과 교육기관이 함께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미래형 도제학교 모델로도 불릴 수 있는 이번 P-TECH 모델의 국내 도입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부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시스템을 간헐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럽의 도제학교 모델을 벤치마킹한 탓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유럽은 도제학교 모델을 민간주도형으로 발전시키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주도형이라는 점도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경기과학기술대학교-세명컴퓨터고-IBM’의 한국 뉴칼라 스쿨과 ‘명지전문대학-미래산업과학고-교원그룹’의 서울 뉴칼라 스쿨의 성과에 거는 전문가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미래를 향한 ‘고교-전문대-기업’ 연계형 도제학교 모델이 국내에 안착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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