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한창인 군산대 교정에서 기자와 만난 임해정 총장은 젊음과 도전정신이 군산대의 자산이라며 군산호의 항해도를 차근차근 펼쳐 보였다. 이제 막 취임 한달을 넘긴 임 총장은 ‘투명경영’으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군산대를 만들기 위해 학내 의견을 청취하는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에 중점을 두면 되지만 총장은 다양한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아 잡음없이 이끌고 나가야 합니다. 어느 계층에게도 부담을 주지않고, 무리수를 두지 않는 최적의 행정을 추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 국립대들이 총장 선출권을 놓고 학내 갈등이 폭발했을 때, 군산대는 교수·직원·학생 등 전 구성원이 참여한 가운데 조용히 선거를 마쳐 대학가에서 주목을 받았다. “어찌하다 보니 총장이 돼 있더라”고 밝힐 만큼, 자신도 총장이 될지 몰랐다는 임 총장은 군산인들의 지지로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 것을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소탈하고, 권위의식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임 총장은 교수·직원·학생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모든 것은 유리알 보듯 들여다보면 불만이 없기 마련이죠. 서로 불신하고, 의견다툼을 벌이면 한가지 일도 수행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내 속을 다 열어놓고 직접 만나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군산대가 살아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의견을 조율해 발전계획을 짜려고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교직원·학생·동창·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군산대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학교 발전방안과 중요사항을 의논할 계획이다. 경제학자 출신답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낭비 요인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돈을 버는 한 방법이라며, 적재적소에 예산이 쓰일 수 있도록 효율적인 대학 운영에 전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기업도 어느 정도 규모까지는 잘 되다가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수익이 떨어집니다. 규모가 큰 대학에 비해 군산대는 교수진이 젊고, 효율적인 대학운영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주력하겠다는 그는 4년 임기동안 군산대의 교육·연구여건을 개선하고 입학·취업률을 높이며 지역사회와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임 총장은 신입생 모집난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원율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취업과 학생복지 향상에 중점을 둬 편입학으로 빠져나가는 인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수요자 중심의 대학 운영을 역설한다. 학생들의 해외연수 비용을 80%이상 지원하고 기숙사 수용률을 향상시키며 과감하게 미래의 교수요원까지 염두에 둔 우수 학생 유치작전도 펼쳐볼 작정이다. 지역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군산대’를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은 물론 전 교수들이 평소에 지역 초·중·고를 돌면서 특강을 실시하도록 이미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 특히 해양·산업도시인 군산의 특성을 살려 해양·물류, 기계·자동차, 정보통신 분야 등 관련학과를 육성하고, 지역사회 주민들과 거리감을 해소할 수 있는 친화력이 있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이다. 이미 지역사회 및 산업체와 연계, 새만금환경연구센터와 자동차부품기술혁신센터, 창업보육센터 등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군산대는 지난해 정부의 지방대학 육성평가에서 지역 천연자원을 활용한 갯벌연구센터 조성 사업이 선정돼 특별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평생교육원을 비롯해 각종 학교 시설을 지역민들에게 개방함은 물론, 올해 공사에 들어가는 공연장, 전시장, 체력단련실을 두루 갖춘 문화센터가 완공되면 군산시민에게 시설을 오픈할 예정이다.

술, 담배는 전혀 안하고, 체력에 맞게 스스로 건강을 조절한다는 임 총장은 가정에서는 설거지 담당을 도맡아 할 정도로 자상한 남편이기도 하다. 총장실에 앉아 있기 보다는 행정실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그는 학내 구성원들에게 지역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 현재의 대학 위기를 타파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지방대학, 특히 후발대학은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출발선 1백미터 앞에 서 있는 대학과 같은 잣대로 경쟁하라고 하면 공정한 경쟁이 안되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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