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렌(Ceren AKPUNAR)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제렌(Ceren AKPUNAR)
제렌(Ceren AKPUNAR)

가족, 건강, 지식, 재물, 명예… 살면서 지켜내야 할 대상이나 가치가 되는 것들입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건강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타지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건강이 우선돼야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제가 그런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한국에 온 지도 벌써 수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한국 생활을 하면서 소소한 즐거움도 많았지만 예기치 않은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건강 관련 이슈 때문에 제 건강을 잃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7월 16일부터 국내에 6개월 이상 체류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가입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실행 중인 보험료보다 무려 6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유학생들은 이러한 정책이 부당하다는 입장에 섰습니다. 현재 대부분 학교가 소개한 단체보험에 가입에 1년에 약 10만원을 납부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습니다. 건강보험 당연가입 제도가 시행되면 유학생들은 한달에 최소 5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납부해야 합니다. 기존보다 약 6배 이상 비싼 금액인 셈이지요. 

다행히 지역가입 대상 체류자격에서 외국인 유학생은 제외되긴 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의 범위는 국내 체류자격이 D-2(유학), D-4(일반연수)인 경우로 한정됩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은 2021년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건보 지역가입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도 외국인 유학생의 생활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개별 경제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재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 정책으로 일주일에 20시간을 꽉 차게 일을 해도 한 달 아르바이트로 인해 번 돈이 7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 이만큼의 금액을 받고 일하는 유학생의 숫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의식주를 모두 해결하기에도 버겁습니다. 건강 문제와 같이 일상 생활의 직결된 이슈에 대해 유학생이나 유학생을 관리하는 대학 실무자와 논의 없이 이 같은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에 와 있는 유학생들 가운데 한국 정부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유학생활을 하는 이가 대다수입니다. 보험료도 이러한 지원 사항 중 하나인데 당연가입이 시행될 경우 한국 정부가 모든 유학생의 보험료를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과연 이 점 또한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외국인 유학생 건강보험 의무가입이 2021년 2월까지 유예됐기에 개인적으로는 해당 사항이(휴학이라는 변수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 한국을 찾는 유학생에게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되겠지요. ‘유학생 14만명 시대’라고 얘기하는 데 유학생이 한국 대학에서 일정 부분 구성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유학생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 〈유학생 단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칼럼입니다. 대학생활이나 한국생활에서 느낀 점, 유학 생활의 애환, 그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opinion@unn.net 자세한 문의는 02-2223-5030.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