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학지원실장(전 경기대 입학처장)

이제 9월 6일부터 2020학년도 대입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최종적으로 전형유형, 대학 그리고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 시기다. 이맘때쯤이면 주력으로 삼는 전형유형은 결정됐을 것으로 본다. 내신 성적에 강점이 있는지, 학교 교육과정에 성실히 참여하면서 본인의 역량을 키워온 과정과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 또는 내신 성적보다는 대학별 고사에 자신이 있는지 등은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형유형이 결정됐다면 다음은 지원 대학과 학과를 고민해야 한다. 수시모집의 경우 많은 수험생이 소신 또는 상향 지원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정시 기회가 한 번 더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시모집에서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데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예상 수능성적이다. 예상 성적에 따라 대학별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가능성과 정시 합격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예상 성적은 이전 모의평가 성적에 근거할 수밖에 없으며, 그리고 N수생의 응시로 그나마 응시자 표본이 실제 수능과 가장 유사하다는 9월 모의평가는 그 결과를 받아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가채점 점수와 입시기관에서 발표하는 예상 등급 컷을 토대로 지원 대학과 학과를 정해야만 한다. 

원서접수 후 수능시험까지는 약 두 달 정도 더 남아있으니 수능성적을 올릴 기회는 분명 있고 그러한 희망을 갖는 학생, 특히 학부모가 다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과거 경험에 의하면 안타깝게도 그러한 경우를 흔하게 보기는 어렵다. 이 두 달의 시간은 모든 수험생에게 열려있고, 대부분의 학생이 막판 스퍼트를 올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험생과 학부모는 어느 때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공부할 시간과 정시 지원 기회가 남아있다 해서 성적 향상의 희망에 의지해 6장의 카드를 모두 소신 또는 상향 지원에 써버린다면 모집 비중이 역대로 가장 낮은 이번 정시모집에 사활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학과 선택의 경우,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노력 과정이 평가요소의 하나로 반영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그 고민이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원서접수 마감 직전까지도 지원학과를 정하지 못하는 사례가 아직 비일비재하다. 수시모집에서 이른바 말하는 인기학과에 대한 쏠림현상은 수년 동안 유지되고 있다. 최근 인문계열은 경영, 경제, 통계, 언론 등의 분야와 관련된 학과 그리고 자연계열은 의학계열, 전자·정보통신, 화공, 기계, 바이오 등의 분야와 관련된 학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고교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올해 입시도 이러한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학생과 학부모가 판단하는 인기학과의 주요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취업을 비롯한 대학졸업 후의 사회진출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 분석에 따르면 고위험 직업군에서 이미 일부 직무의 대체가 시작됐으며, 곧 대체 범위가 확대되면서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수험생들의 학과 선택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 번의 변화에 후속되는 기술발전에 따라 새로운 변화가 빠르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앞에 거론된 인기학과들이 향후에도 계속 인기순위 상단에 위치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회변화에 잘 적응하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가 어떤 학과를 졸업했느냐보다 훨씬 중요해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단순히 많은 이들이 선호한다는 이유만으로 현시점에서의 인기 학과를 선택하려는 전략보다는 ‘내가 진정 즐겁게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는 고전적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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