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 소설 《밤의 양들》 1,2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 역사와 소설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 이정명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밤의 양들》은 예수의 십자가형이 이루어지는 유월절 일주일 전 벌어진 충격적인 네 번의 연쇄살인의 비밀을 다루고 있다. 네 번 모두 사라진 피해자의 등가죽, 피로 물든 샘물, 교량에 매달린 시체 등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연쇄 살인과 촘촘히 연결된 단서들. 음모와 배신, 욕망이 폭풍처럼 뒤섞이는 마지막 일주일의 비밀이 추리와 상상을 통해 밝혀진다. 이정명은 12년 동안 수차례의 개작, 수십 번의 수정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그 시대와 예루살렘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치열한 정치·종교의 헤게모니 각축장이었던 당시 예루살렘을 소설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또한 그 속에서 사는 평범한 주인공의 죄와 죄 사함을 통해 용서와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소설은 단순하게 ‘누가 죽였는가?’에 집중하면서 살인범을 쫓는 ‘who done it?’가 아닌, 살인이라는 소재와 당시 시대의 등장인물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원죄, 그리고 거룩한 희생과 구원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때 당시의 예루살렘에서 각축을 벌이던 온갖 세력의 대립을 그린 정치소설이자 인간의 구원과 신에 대한 믿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종교적인 소설로서도 의미가 있다. 인류 역사를 바꾼 가장 중요한 순간, 연쇄 살인을 해결해나가는 또 다른 살인자의 눈을 통해 예수와 그의 진실이 정치적 지형과 종교적인 색채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범인이 사건 현장에 남겨둔 수수께끼들은 사건을 풀어가는 결정적 단서가 되고 그 단서들을 통해 고대 철학, 논리학, 수사학을 동원한 지적 긴장이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 이정명은 경북대를 졸업하고 신문사와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집현전 학사 연쇄살인 사건을 통해 세종의 한글 창제 비화를 그린 소설 《뿌리 깊은 나무》,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 속 비밀을 풀어가는 추리소설 《바람의 화원》을 발표했다. 빠른 속도감과 치열한 시대의식, 깊이 있는 지적 탐구가 돋보이는 소설들은 독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으며 한국형 팩션(faction)의 새 장을 열었다sms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나무 /권당 1만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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