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어 쉬워지며 전체 난도 ‘하락’…수학 ‘비슷’ 사탐 ‘평이’
수능까지 출제경향 이어질까?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지 않을 것 ‘중론’
‘방심’은 금물, 집중적 수능 대비 필요, 수시 지원전략 최종 점검도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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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4일 실시된 ‘2020학년 9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9월 모평)’의 전반적인 난도가 지난해 수능에 비해 쉬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수학은 지난해 수능과 큰 차이 없는 난도를 보였지만, ‘악명’을 떨쳤던 국어가 쉬워진 데 더해 영어의 1등급 비율도 늘어났다. 더 어려워진 과목은 없는 반면, 쉬워진 과목만 생기며 시험 전반의 난도가 낮아지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9월 모평이 올해 수능을 ‘불수능’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로 내다보고 있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호재’다. 시험 난도가 쉬워지면, 그만큼 좋은 등급을 받기는 쉬웠기 때문이다. 6일 시작되는 수시모집 전형 가운데 상당수가 적용하고 있는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중위권 수험생들도 남은 기간 수능을 집중 대비해 성적 향상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전반적 난도 하락, ‘국어-영어’ 쉬워지고, 수학은 ‘비슷’ = 수능 전 마지막으로 실시되는 평가원 주관 모의고사인 9월 모평의 난도가 지난해 수능 대비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험 종료 직후 내놓은 입시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에 비해 국어와 영어는 확연히 쉬워졌다는 평가다. 또 다른 주요 과목인 수학은 비슷한 수준이며, 탐구영역은 과목에 따라 난도 차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입시기관들의 분석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국어와 영어는 쉽게 출제되고, 수학은 가형과 나형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한 반면,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국어와 수학 모두 지난해 ‘불수능’에 비해 쉽게 출제됐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지난해보다 쉽다”고 했다. 국어와 영어가 쉬워졌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수학 난도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수학과 달리 국어와 영어는 다툼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는 역대 최고 수준의 표준점수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불수능’의 면모를 단단히 보였고, 영어도 1등급 비율이 반 토막이 나며 상당히 어려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올해 수능에서 국어와 영어는 다소 쉬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빈번하게 나오던 터였다. 

입시기관들의 수학 관련 의견 대립은 2교시가 끝난 직후부터 이어졌다. 당시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난도 전망을 보면, 대성과 이투스, 유웨이 등은 지난해 수능과 엇비슷한 난도로 예상했던 반면, 메가스터디, 종로하늘, 커넥츠 스카이에듀 등은 다소 쉽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통상 수능이나 모의고사 난도는 ‘등급 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등급 컷이 높게 형성되면 시험이 쉬워 그만큼 좋은 성적을 많이 받은 수험생이 많았다는 의미이며, 1등급 컷이 낮으면 시험이 어려워 전반적인 성적대가 내려앉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 직후 입시기관들이 집계한 1등급 컷 예상 수치는 국어 89점, 수학(가) 89점 내지 90점, 수학(나) 88점이다. 지난해 수능 1등급 컷은 국어 84점, 수학(가) 92점, 수학(나) 88점이었다. 9월 모평과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1등급 컷이 5점 내려앉은 국어는 ‘쉽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입시기관들의 분석이 엇갈리는 수학영역이다. 1등급 컷만 놓고 보면 수학(나)는 지난해 수능과 같고, 수학(가)는 1등급 컷이 2점에서 3점 가량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된다. 수학(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수학(가)는 다소 어려워진 것이다. ‘비슷하다’는 예측과 달리 ‘쉽다’는 예측은 다소 무리가 있는 표현이다.

수치만 보면 ‘비슷하다거나 다소 어렵다’가 보다 맞는 표현이겠지만, ‘쉽다’는 분석이 나오게 된 배경은 뭘까. 학생들의 실제 채점 데이터가 반영된 등급 컷과 달리 시험 중 이뤄지는 난도 분석은 ‘강사진’ 등의 문제풀이를 기반으로 한다는 데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강의와 문제풀이에 잔뼈가 굵은 강사들과 수험생들이 느끼는 체감 난도가 일치하기란 쉽지 않다.

‘킬러문항’이 쉬워지고 있는 것도 ‘다소 쉽다’는 평이 나오게 된 이유로 추정된다. 앞서 입시기관들은 킬러문항 난도가 낮아지는 것이 올해 9월 모평 수학영역의 특징이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킬러문항은 시험에 변별력을 주고, 해결 여부에 따라 상위권과 중위권을 구분 짓도록 만드는 문제를 뜻하는 용어다. 수학의 경우 21번, 29번, 30번 등이 통상 킬러문항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킬러문항의 난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전반적인 시험의 난도가 낮아졌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일부 기관의 당초 예상과 달리 수험생들이 수학영역을 쉽지 않다고 느낀 것은 ‘중간 난도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대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중간 이상 난도 문제의 변별력을 다소 높이는 형태로 전반적인 난도를 조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실수하지 않고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킬러문항이 쉬워진 대신 ‘낯선 출제형식’이 등장해 변별력이 확보되고 있다는 의견도 눈여겨볼만 하다. 예상외로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에서는 화법과 작문의 지문 통합을 분리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다. 수학은 번호에 따른 출제 단원의 공식을 탈피해 학생들을 당황하게 했다”며 “‘난도보다는 낯섦’에 집중한 결과로 해석 가능하다. 이로부터 비롯된 체감 난도 상승을 수능에서 경험하는 경우 (수험생들은) 더 나쁜 결과를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입시기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9월 모평은 작년 수능보다 분명 쉽다. 국어는 쉬운 것이 확실하며, 수학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가형만 ‘다소 어려운’ 수준에 그쳐 전반적으로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탐구영역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영어도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에서 기록한 5.3%보다 큰 7%에서 8% 선으로 점쳐지며 ‘쉽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수능 최저 충족 ‘청신호’…‘방심’은 말아야, 향후 수능 대비 어떻게? = 전문가들은 이번 9월 모평 난도가 수능까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영덕 소장은 “오는 11월 14일 시행되는 수능 시험은 이번 9월 모평 난도 정도로 예상하고 준비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이 9월 모평 난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두 차례 실시된 모평을 통해 수능을 주관하는 평가원이 확실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대표는 “전년도 불수능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라고 9월 모평의 출제 경향을 평가했다. 

모평이 없다 하더라도 올해 수능이 지난해보다는 쉽게 출제되리라는 것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지난해 수능이 너무 어렵게 출제돼 평가원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수능 채점 결과 발표된 지난해 12월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성기선 평가원장은 올해 3월 ‘2020학년 수능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지양하겠다”며 다소 쉬운 수능 출제를 예고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의 예상과 그간 평가원이 밝혀 온 청사진대로 수능이 지난해보다 다소나마 쉬워진다면 수험생들에겐 나쁠 것이 없다. 그만큼 좋은 등급을 획득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좋은 등급을 얻기 쉽다는 것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 것도 그만큼 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입에서는 수능 최저 때문에 합격 문턱 앞에서 좌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수능 최저가 상대적으로 높은 의학계열 모집단위 중에는 수능 최저를 충족한 지원자 전원이 합격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할 정도다. 이처럼 수능 최저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수능이 쉬워지는 것은 아무리 어렵게 출제되더라도 고득점이 확실시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을 제외한 여타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물론 수능이 너무 쉬워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수능’의 경우 변별력이 바닥을 치게 되고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고도 자신이 원하는 모집단위에 합격하지 못 하는 일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물수능’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모평 정도 난도만 유지된다면, 변별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이번 9월 모평은 지난해 수능 대비 쉽다는 것일 뿐이다. 국어와 수학 1등급 컷이 모두 90점을 밑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가까운 기간 내 물수능이라 평가받는 2016학년 수능의 경우 국어와 수학, 영어 1등급 컷이 낮으면 93점, 높으면 96점으로 모두 95점 언저리에서 끊겼다.

물론 수능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된다 하더라도 일정한 변별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수험생들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중위권 이하 수험생은 수시에 ‘올인’한다며 수시 원서접수 이후 수능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다소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로 수능의 위력이 더 커졌다. 수능 시험일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준비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지난해 수능보다 상대적으로 시험이 쉬워진다는 점에 착안해 효율적인 학습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험이 어렵지 않은데도 고난도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좋지 못한 전략이다. 임성호 대표는 “킬러문항의 난도가 낮아지고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 볼 때 남은 기간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킬러문항이 상대적으로 쉬워진 반면, 중간 난도 문항이 어려워진 것을 중위권 학생들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임성호 대표는 “중간 난도 문제로 변별력을 확보하는 추세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중간 난도 문제들에 집중하면 남은 기간에도 점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위권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수험생들은 9월 모평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수시 원서접수 지원전략을 점검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9월 모평을 바람직하게 활용하는 방법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9월 모평은 현재와 목표 사이 격차를 확인하고, 그 간극을 줄이는 출발점”이라며 “강점과 약점을 구분하고 물리적인 학습량과 학습 집중도를 계획해야 한다. 70일 동안의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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