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대학 강사, 청소ㆍ경비노동자 문제 강하게 꺼낼 것”
“대학 내 비정규직의 복지가 바로 학생 복지과 직결”
“노동의 범위를 넓혀 일하는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 실현할 것”
“대학도 계급이 촘촘히 나뉘어…고등교육의 정부 책임, 국회 화두가 돼야”
“文 정부, 교육개혁에서 실패한 것 아닌가 강하게 우려돼”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고(故) 노회찬 의원의 공석으로 치른 4.3 보궐선거에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개표율 99.98%에서 역전하며 당선됐다. 늦깎이 국회의원이나, 강사ㆍ비정년트랙 교수ㆍ청소노동자ㆍ대학평의원회 이슈 등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발로 뛰며 공부하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고등교육 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지향점은 하나다. 바로 소외된 약자를 향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출신인 그가 바라본 대학 사회는 열악한 노동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 의원은 국정감사 때 이들에 관한 화두를 전면적으로 내세울 것을 다짐했다. 

- 지난 4.3 보궐선거로 당선된 지 약 4개월이 됐다. 그러나 원내 입성하자마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국회가 올스톱됐다. 외부에서, 그리고 내부에서 본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나.
“의원 임기가 시작된 이후 약 150일 동안 국회가 단 한 번도 정상적으로 운영된 적이 없었다. 가다 섰다를 반복하며 덜컹거렸다. 국회가 운영되면서 국회법을 지킨 적이 없다.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결산의 경우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1일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 즉, 8월 31일까지 심의ㆍ의결해야 한다. 논리적으로 보면 결산이 안 되면 예산도 안 되는데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 법을 만드는 기관이 법을 가장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니까 국민이 정치를 얼마나 불신하겠나. 경상남도 의회 경험이 있다. 지역 의회는 주민과 훨씬 가까이 있으니 더욱더 눈치를 보고 행동하게 된다. 행동에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기 때문에 바로미터가 된다. 지역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정치가 이뤄진다. 이에 비해 국회는 언론을 통해 정치한다. 역동적이면서 생산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지방의회가 팔할(八割)은 앞서있다고 본다. 역량은 따져봐야겠지만, 국회가 우리나라 집단 중 가장 못 한 집단인 것 같다.” 

-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정치개혁이야말로 이번 정부에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으로 대학가의 차가운 기류와 국민정서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어떻게 보는가. 
“고민이 많다. 정의당으로서 한발을 떼면 당내에서부터 지지 철회 및 탈당 문제가 불거진다. 당원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의당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한국사회가 한발 나가기 위해 정치개혁과 사법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여기서 조국 후보자가 무너졌을 때 사법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그러면 문 정부의 개혁적 흐름이 이제는 완전히 가로막힐 수 있다.” 

- 고(故) 노회찬 의원을 20대 총선 때 창원 성사구로 불렀고, 노 의원의 공석으로 치른 4.3보궐선거에서 개표율 99.98%에서 역전하며 당선됐다. ‘포스트 노회찬’으로 불렸는데.
“지금 쓰는 사무실이 故 노회찬 의원이 쓰던 방이다. 노 의원은 1980년 후반 노동운동 하면서 알고 지냈다. 당시 노동 운동의 길이 달랐기에 서로 비판적 입장이었다. 나는 1985년 노조 대의원에 뽑힌 이후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으면서 전국노조협의회에서 전국민주노조총연맹에 이어지는 현장 활동을 했다. 구체적 과제를 갖고 만난 것은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2002년 첫 지방선거를 앞둘 때였다. 경남지역 노동자실천단, 금속연맹의 창립활동가로 정치담당직을 수행 당시 한 발대식에 노 의원을 초청했다. 비판을 받았지만,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문제와 관련해서 노 의원만큼 이야기를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신뢰관계를 형성했다.” 

- 정의당이 국민에게 친근한 정당으로 다가가는 데는 노회찬ㆍ심상정 의원의 역할이 컸다. 국민의 닫힌 마음을 어루만지고,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다른 당보다 구체적인 일을 해왔다. 앞으로 정의당이 확장하려면 특정 계급이 아닌 대중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의당이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해야 한다는 가치를 상실하면 안 된다. 노동 범주를 훨씬 넓게 설정하고 있다.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 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노동의 범주를 넓히는 것이다. 자영업, 중소기업, 그들의 가족까지 넓혀 일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 

- 국회 마비로 교육위에서 고등교육 안건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은 교육위에서 중점을 두고 다루고 싶은 사안을 꼽는다면. 
“도의원을 할 때 교육위에서 2년 활동했다. 초중고 문제는 낯설지 않지만, 고등교육은 접근하지 않은 영역이었다. 국회 교육위에 소속된 후 들여다보니 대학의 노동권 문제가 심각했다. 강사들 처우 얘기는 익히 들어서 아는데 실제로는 정말 열악했다. 비정년트랙 교수가 있는지도 몰랐다. 이러한 것들이 대학사회 가능한 일인 것을 확인하고 놀랐다. 노동 현장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아닌가. 노동 현장에 가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찰과 작업복 색깔이 다르다. 동일한 노동을 하지만 회사가 달라 구분을 했다. 대학사회에는 근무복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처우를 받는다.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촛불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대학 내 비상식적인 차별적 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대한민국 교육을 사립대학에 맡겨야 할 일인가 고민하게 된다. 고등교육도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화두가 국회에 전면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 인식을 갖고 공영형사립대를 추진하려고 했는데 교육부가 요청한 예산 90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국회에서 연구라도 하라고 10억원을 배정했다. 내가 예산결산특별위에 들어올 때까지도 예산 집행이 안 되고 있었다. 기재부가 수시배정이라는 근거로 틀어쥐고 있었다. 예결위원 된 이후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인사하러 왔을 때 문제를 제기했다. 그 후에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대학이 실질적으로 재정 없는 상황에서 복지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유럽에서 교육을 국가가 담당한다. 한국도 패러다임을 변화해 재정의 열악한 부분을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사학비리를 타파한 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순서로 가야 한다. 대학에 대한 신뢰가 없는 가운데 공영형사립대를 외치니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사학개혁이란 정부 방침에 따라 그동안 문제 제기된 사학재단의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8월 개정 강사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대학가는 혼란스럽다. 제도 안착을 위한 추경 예산안이 통과됐음에도 대량해고를 막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사법의 방향은 굉장히 좋다. 교원 지위를 확보하고, 고용을 일정하게 보장하며 방학 중 임금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결과는 대량해고로 현실화했다. 대학에서는 소규모 강의가 대형화되는 등 교육의 질 저하로 바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공계열보다 인문사회 계열 강사들은 더 심각하다. 이공계 강사들은 기업 연구소 등 갈 곳이 있지만 인문사회 강사들은 교단에 서지 못하면 오갈 곳이 없다. 사회적 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강사법 안착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예산을 확보해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올 1학기 해고 강사수가 약 8000명인데 추경 예산은 2000명만 지원할 수 있어 턱없이 적다. 연구비 지원액도 최저임금도 못 미친다. 너무 적어서 교육위원이자 예결위원으로 추경 때 증액을 요청했는데 결국은 무산됐다. 내년에 대학에 직접 지원해서 강사를 늘리는 대학에 돌아가는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학 강사 문제를 교육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이다.”

- 대학 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번 국정감사 때 대학 내에 일하는 청소노동자ㆍ경비노동자 화두를 전면적으로 꺼내겠다. 이는 노동법과 학생복지와도 연관된다. 요즘 대학에서 무인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경비가 있고 없고는 안전 문제와 관련 있다. CCTV는 범죄자를 잡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예방이나 관리 차원에서는 미흡하다. 즉, 안전복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대학 구성원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비정규직 교수에게 수업받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일하는 환경에서 비정규직 식당 노동자가 만든 밥을 먹고, 비정규직 경비가 있는 학교에 다닌다’고 말이다. 청소가 잘 되고, 쾌적한 환경이 조성돼야 학생들이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복지가 바로 학생의 복지와 직결된다. 사람이 쉬어야 하는 공간인데 총장이 쉬는 공간, 학생 쉬는 공간이 어떻게 다를 수가 있나. 똑같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환경에서 최소한 더위를 식히고, 추위를 이기는 여건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다른 곳도 아닌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일어나는 현실이란 게 비참하다.” 

-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 및 대학 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립대학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온 병실 돌면서 쓰레기를 수거한다. 그러다가 주삿바늘에 종종 찔린다. 단순 감기약인지 전염 가능성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안타깝게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인으로 병원폐기물 감염으로 의심된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 내에 노동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천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는 직접 고용된 무기계약직이었음에도 위험에 노출돼 있었는데, 비정규직 용역 파견노동자들은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병원의 파견용역 노동자의 직접 고용 전환율이 7.6%에 그쳤다. 국립대병원이 이 정도인데 다른 곳들은 어떻겠는가.” 

- 대학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처우 문제도 사각지대에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사회도 계급이 촘촘히 나뉘어 있다. 보통 대학에서 저임금에 대우받지 못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은 강사라고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정년트랙 교수는 ‘교수’라는 명목으로 채용되지만, 대졸 초임보다 낮은 임금에 학과 운영은 물론 각종 학교 운영 참여에 배제되며, 1~2년 간격으로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담당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사회가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에 도입된 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도 시대 변화에 맞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가야지, 정 반대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 

- 교육부에서 종합감사를 시작으로 사학개혁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사학발전을 위해 꼭 해결돼야 할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학 내의 참여 민주주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대학평의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구성 인원수를 늘리고, 다양한 학교 구성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특히 학생 참여 비율을 4분의 1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대학평의원회는 △개방이사 △학교법인의 감사 △대학교육기관의 장 후보자 △교원인사위원회 위원 △교원징계위원회 위원 등을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해 대학평의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임시이사 선임대학의 경우 정이사 3분의 1 추천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회의록 공개 의무기간도 늘릴 필요가 있다. 대학의 민주적ㆍ투명한 운영을 위해 최소한 이러한 사항들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교육 분야에 있어서 그간의 문재인정부 정책 방향 및 성과를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방향은 잘 잡았다. 그런데 제대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것이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만 봐도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구호만 있고, 성과는 없다. 권력의 힘은 집행에서 나오는 것인데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교육개혁에 있어서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강하게 갖고 있다.”

- ‘정의당이 우리사회에서 투명인간 취급받는 힘없는 사람들에게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정당, 느껴질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적 신념과 목표가 무엇인가.
“노동자 출신이니 노동정치를 빼고 갈 수 없다. 일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됐으면 좋겠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국회의원으로서 모든 노력 다하겠다. 노동 3법이 있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막힌다. 노조 조직력 10%도 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 90%는 노동법 밖에 있단 소리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도 그렇다.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러한 사회가 되기 위해 노동권 보장뿐 아니라 기업문화, 사회적 인식 등 대한민국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노조가 파업하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아닌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회사에 다니든 노조에 가입한 것이 당연시돼야 한다. 재벌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심상정 의원이 최고·최저임금 연동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살찐 고양이법’을 발의했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공평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교육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 기회가 보장되고, 보장된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일구는 것이 나 같은 정치인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왼쪽부터)여영국 의원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
(왼쪽부터)여영국 의원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
■ 여영국 의원은…
1964년 경남 출생으로 부산기계공고와 창원대를 나왔다. 1985년 노조 대의원에 뽑혔고, 이후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2010년과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의회의원선거에 당선돼 경상남도 의회 의원으로 지냈다. 노동당과 정의당의 경남도당 부위원장과 경상남도당 위원장을 역임했다. 2019년 4·3 보궐선거 국회의원선거에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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