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대입제도 전반 재검토 지시에 정시 확대설 제기
유은혜 부총리, 정시 확대 아닌 학종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에 초점
정시 확대설 계속 이어지며 우려의 목소리 팽배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제도 재검토 발언으로 정시 확대설이 불거지고 있다. 일명 ‘조국 캐슬’ 논란에 따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입제도 재검토 초점은 학종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시 확대설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의 한마디에 대입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것. 대입 4년 예고제에서 보듯이 대입의 생명은 안정성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되레 대입 안정성을 흔들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은 1일 아세안 3개국 순방 출국 전 공항에서 당정청 고위관계자들과 환담 자리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환담 자리에서 “조국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서 대입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입시제도에 대해 여러 개선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또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 이런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공정의 가치는 경제 영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사회 영역,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이상론에 치우치지 말고 현실에 기초, 실행 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곧바로 정시 확대설이 불거졌다. 현재 조국 캐슬 논란이 수시 학종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다. ‘조국 캐슬 논란 → 수시 학종 공정성 논란 → 문 대통령 대입제도 재검토 발언 → 정시 확대’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정시 확대설을 부인했다. 교육부는 유 부총리가 문 대통령 순방 수행 이후 3일 귀국한 뒤 4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했다. 유 부총리는 “수시와 정시 비율 조정 문제로 불평등과 특권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장기 대입제도와 관련해서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때문에 수시와 정시 비율이 마치 곧 바뀔 것처럼, 조정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굉장히 오해이고 확대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유 부총리는 “올해 (교육부) 업무보고부터 학종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계속 논의했다. 학종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 방안은 발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2020학년도 대입개편 방안의 수정 가능성도 부인했다.

문제는 유 부총리의 해명에도 대입시장이 계속 요동치고 있다. 정시 확대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김승환 전북교육감)는 5일“대입제도의 ‘공정성’이 자칫 정시 확대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문 대통령 발언의 저의를 정시 확대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돌연 정시 비율 확대를 유도,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에 문 대통령의 발언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입의 생명이 안정성임에도 불구, 문 대통령이 되레 대입 안정성을 흔든 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조국 구하기’를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대입제도 재검토 카드를 꺼낸 것이라면, 혼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주식시장에서 대형 사교육업체 주가가 급등하는 것을 볼 때 사회적으로는 정시가 확대되고, 사교육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만발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발언으로 정시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으로써 신중히 합의·추진돼야 할 교육백년지대계가 졸속으로 바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입을 정치 도구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이 중차대한 입시 문제를 일순간의 정치적 위기 모면용으로 이용하거나 정부 고위층 인사에 대한 분노를 엉뚱하게 해석, 근시안적 대책을 내놓는 방식으로 발언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자로서, 지역 교육 책임자로서 전국 교육감들은 교육부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면서 “지난해 교육현장에 일었던 혼란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현장 교사 중심의 대입제도개선연구단과 대학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 바람직한 대입제도 개선안이 마련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대학가의 입장도 동일하다. 박태훈 전국대학교 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국민대 입학처장)은 “대통령이 주위 조언을 듣고 말했겠지만 맥을 잘못 짚지 않았나 싶다. 입시제도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 ‘대입 제도 재검토’ 발언은 이를 뒤흔들 뿐만 아니라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정시 확대는 문제풀이식 학습 중심 입시제도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창의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교육문제는 교육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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