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정보를 구조화하는 일
[대학通] 정보를 구조화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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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유신열 고려대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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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정보를 구조화하는 일입니다” A 박사와 나는 처음 만났지만 회의실에서 세 시간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그 많은 얘기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A 박사의 한마디였다. 우리 둘의 이야기 주제는 P 연구과제 지원에 관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둘 다 P 연구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주제와 얽힌 여러 얘기를 열정적으로 나눌 수 있었던 것은 P에 대한 지원 방법에 대해 구조화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그러한 접근법으로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대화가 끝나고 헤어지면서 A박사는 그동안 업무 진행 과정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A 박사와 내가 서로 업무 분장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고 오로지 문제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느 부서에서 누가 이 일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면 대화가 안 된다는 점을 서로 잘 알고 있었다. 해법을 먼저 찾고 업무 분장은 나중이다. 이런 전제조건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면 상대방과 새로운 갈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물론 우리는 P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대안도 찾았다.

해법보다 업무 분장부터 먼저 논의하면 대화의 과정이 순탄치 않다. 서로 내 업무가 아니라고 등을 떠미는 논쟁 와중에 정작 해법 논의는 해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부서 간에 명확히 분업화가 돼 있는 것 같지만 현실 앞에 나타나는 사건들은 이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문서상의 분업화는 땅의 영역표시처럼 잘 구획이 나뉘어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그 구획 안의 땅이 아니라 3차원 공간에서 출현하기 때문이다.

하늘에 떠 있는 실체를 2차원 영역으로 나누려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조직 속의 구성원은 항상 그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려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업무 영역을 구분하려고 하는 것은 서로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해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하늘의 비행기 연료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내 활주로에는 착륙할 수 없다고 서로 싸우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당연히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내가 속한 부서가 업무를 회피하고자 할 때 사용하는 흔한 전략 중의 하나는 우리는 그 정보를 다루는 부서도 아니고, 또 내가 그 정보를 잘 모른다고 하면서 그 일을 주관할 수도 도와줄 수도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행정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궁색한 변명이다. 특히나 고도의 학문 세계를 탐구하는 대학에서 행정 구성원이 이러한 논리를 편다는 것은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교수나 학생이 행정 사무실을 찾아오는 이유는 그들의 연구원이 돼 달라는 것이 아니다. 행정은 정보를 ‘잘 아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잘 구조화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전자는 교수에게 후자는 행정인에게 더 필요한 능력이다. 이 능력을 통해 전자는 수직적인 특수성을, 후자는 수평적인 보편성을 지향한다.

행정은 이 수직과 수평의 교차점에서 존재 가치가 있다. 수직의 세계와 교차하지 않는 독립적인 행정은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다른 부서와의 관계에서 업무의 교차점이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부서나 업무 또한 무의미하다. 대상의 특수성만을 강조해서 나는 또는 우리 부서는 관련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하면 부서나 구성원은 각자 고립된 섬이 되고 만다. 부서와 구성원은 수많은 교차점을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정보를 구조화하는 능력은 부서 간 행정과 대상 모두를 연결하는 힘이 된다. 그 힘이 약하면 조직은 와해되고 힘이 강하면 조직 역량은 강화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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