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안 오면 어쩌지” 태풍 ‘링링’ 우려 속…수험생‧학부모 태풍 피한 시간대 집중 방문
7일 토요일 개장 한 시간 만에 ‘4500명’ 역대 기록 깨…일요일 아침에도 4200명 입장
9월 모평 이후 첫 전국 단위 수시 입학정보 박람회…N수생 증가 현장서도 확인돼
전통 강세 ‘간호학과’ ‘항공운항과’ ‘화학공학과’ 등 높은 취업률 바탕 전공‧학과 인기

강동대학교 부스에서 입학처 관계자가 올해 수시모집에 대한 진학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강동대학교 부스에서 입학처 관계자가 올해 수시모집에 대한 진학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허지은 기자] 전국 전문대학의 2020학년도 입학정보와 진로진학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국 최대 행사인 ‘2020학년도 수시 전문대학 입학정보 박람회’가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렸다.

■‘인구 급감’ ‘태풍’에도 5000명 감소에 그쳐 “선방했다” = 올해는 학령인구 감소와 제13호 태풍 ‘링링’이라는 두 건의 굵직한 악재가 겹쳤음에도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입장객 급감까지는 피했다. 첫날인 6일 6000명의 수험생이 방문한 것을 비롯해 이튿날인 7일 9200명, 8일 8500명 등 모두 2만3700명의 수험생이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해 전국단위 박람회에서는 총 2만8760명이 박람회장을 찾았지만, 올해에는 약 5000명 정도가 감소하는 것에 그쳤다.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 “선방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올해 2만 명만 넘겨도 긍정적인 결과일 것이라고 예측한 것에 비해서는 훨씬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특히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7일에는 개장 1시간 입장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결과도 나왔다. 7일 이틀차 행사 개장 한 시간 만인 11시경 방문객 4500명을 돌파하며, 역대 오전 방문객 인원 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행사 이틀 만에 입장객 누적인원 1만5000명을 넘어섰는데, 태풍 ‘링링’이 인천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강타하는 등 박람회가 있던 양재 역시 태풍 영향권에 들어갔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8일 역시 개장 뒤 11시를 기준으로 4200명을 넘어섰다. 8일에는 개장 전 방문객의 줄이 길어짐에 따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존 개장 시간보다 15분 정도 앞당긴 오전 9시 45분부터 입장을 시작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인 8일, 개장 한 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사진=김의진 기자)
마지막 날인 8일, 개장 한 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사진=김의진 기자)

주최측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7일이 토요일이었는데) 평균적으로 주말 아침 방문객 수는 보통 2000~3000명 수준이었다”며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아침에 인원이 집중됐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주말 ‘얼리버드’ 방문객이 많아진 배경에는 태풍 ‘링링’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토요일었던 7일 오후 3시에 서울이 태풍 ‘링링’의 집중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오전 방문’을 결정한 것이다. 일요일이자 행사 마지막 날인 8일 오전 4000명 이상의 수험생들이 찾은 것 역시 태풍을 피해 다음날 박람회 장소에 방문하겠다고 결정한 이들이 많았던 까닭으로 보인다.

이승주 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태풍 때문에 입장객 수가 급감하지는 않을까, 혹은 방문한 학생들이 안전사고를 입지는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비를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해보다 오히려 인파가 (태풍을 피한) 특정 시점에 집중돼, 결과적으로 태풍으로 인한 입장객 감소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입장객의 바뀐 경향은 박람회장에서 지도하는 대학 입학처의 상담 전략에도 변화를 줬다. 일정한 인원이 꾸준히 들어오던 예년에는 상담부스에서 업무시간을 적당히 나눠 돌아가며 상담을 실시했다. 하지만 올해처럼 특정 시간에 집중된, 많은 인원이 박람회장으로 몰려 들어오자 대부분의 대학들에선 쉬는 시간 없이 모든 관계자들이 총출동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수험생을 위한 입학정보 제공과 진학 상담에 우제창 서일대학교 총장(왼쪽 두 번째) 역시 가담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수험생을 위한 입학정보 제공과 진학 상담에 우제창 서일대학교 총장(왼쪽 두 번째) 역시 가담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방대학인 A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한꺼번에 인원이 집중되니까 예전 박람회 때에 비해 훨씬 많은 인원이 온 것처럼 느껴진다”며 “전문대학의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도 맞지만, 보여진다는 측면에서도 훨씬 풍성한 행사인 것 같은 느낌이고, 수험생들은 전문대의 살아 숨쉬는 문화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 관계자들도 일할 맛나는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박람회의 특징이라면 전문대학 진학을 꿈꾸는 N수생도 이전보다 많이 늘었다는 점을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9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지난 4일 이후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입학정보 박람회’라는 점에서, 수험생들이 어느 정도 자신의 입시 전략 계획을 마무리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단정한 교복을 입고 박람회장을 찾은 고등학생 보다는, 아르바이트를 하루 쉬고 왔다는 수험생이나 1년 먼저 대학에 입학한 홍보대사 학생을 친구로 둔 수험생이 편하게 학과에 대한 질문을 하고, 상담을 받는 모습도 있었다.

인하공업전문대학 부스에서 수험생들이 입학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인하공업전문대학 부스에서 수험생들이 입학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허지은 기자)

■전국 91개 전문대 참가…‘간호학과’ ‘항공운항과’ 등 높은 취업률 학과 인기 = 이번 행사에는 전국 91개 전문대학이 참가했다.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박람회 기간 동안 현장에서 원서를 접수하는 경우 전형료를 면제하기도 했다. 또한 수험생의 진로에 맞는 진학을 위해 현직 진학지도 교사와 전국 대학 입학처 관계자들이 1대1 진학상담을 실시했다.

대학별 부스에는 전문기술인재에 대한 꿈을 갖고 입학상담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짧은 시간임에도 여러 대학을 둘러본 듯 각 대학에서 지급한 입학정보 책자들이 담긴 손가방을 들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간호학과’나 ‘항공운항과’ 등 전통적인 강세 학과를 비롯해 ‘보건‧의료’ ‘공학’ ‘농업’ ‘문화‧예술’ 분야에 특성화된 대학들에는 상담 희망 학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박람회장 안쪽 휴게공간과 가까운 명지전문대학, 동원대학교, 한림성심대학교, 대전보건대학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등의 입학처 담당자들은 원활한 상담을 위해 휴게공간에 마련된 책상이나 구석 자리를 찾아 학생과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기다리다 지쳐 발길을 돌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 대학 관계자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서울과는 거리가 있는 지방대학이지만, 가능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수도권 입학자원을 모집하기 위한 지방대학의 노력도 눈부셨다. 지방대학들의 학과나, 지역 여건을 완벽하게 알고 상담부스를 찾는 수도권 학생은 드물었지만, 상담을 받으면서 몰랐던 해당 대학의 장점들을 알고 표정이 밝아지는 학생들도 종종 보였다.

권용현 울산과학대학교 입학‧홍보팀장은 “간호학과 진학에 관심을 가지며 상담부스를 앉았던 학생들도, ‘화학공학과’ 등 일반대를 능가하는 수준의 높은 대기업 취업률을 가진 학과 정보를 알고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며 “현장에서 원서접수를 하면 무료로 지원이 가능한데, 실제로 간호학과 상담을 위해 왔다가 ‘화학공학과’ ‘세무학과’에 지원하고 간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박람회장 안쪽에는 ‘전문대학으로 유턴입학자 증가’ ‘취업의 지름길 전문대학’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이제는 일반대 진학, 특히 명문대 진학이 ‘인생 성공’의 바로미터가 되는 상황은 이미 지났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일반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해 전문대에 재입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요즘, 올해 박람회장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전문대학에 대한 수험생들의 높은 관심은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올해 전문대 수시 총 17만9158명 선발…수시1차 27일까지 = 올해 전문대학은 수시에서 총 17만9158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수시1차와 수시2차로 두 차례 나눠 실시되며, 수시1차에서는 132개 전문대학이 13만5572명을 선발한다. 수시2차에서는 133개교가 4만3586명의 학생을 모집한다.

전문대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전국 모든 대학에서 동일하게 운영된다. 수시모집 원서접수 시작일은 이날 박람회를 개최한 6일부터로 모든 대학이 같다. 수시1차 모집기간은 오는 27일까지다. 수시2차 모집기간은 11월 6일부터 20일까지다.

전문대학 수시모집은 대학 간 복수지원, 입학지원 횟수에서도 제한이 없다. 원서접수비만 부담되지 않는다면, 전문대학은 무제한 지원이 가능해 수험생 입장에서는 중복합격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수시모집에 지원해 1개 대학(일반대, 산업대, 교대, 전문대)이라도 합격한 학생의 경우(최초, 충원합격 모두 해당)에는 등록 여부와 관계 없이 정시모집 지원이 금지되니 이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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