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불구 ‘선전’…높은 수험생 선호도 바탕
엇갈린 전형별 기류…학생부위주 ‘하락’, 논술-실기 ‘상승’

10일 마무리된 2020학년 수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서울권 주요대학의 인기는 건재했다. 11개 주요대학은 학령인구 절벽 원년에도 불구하고 17.48대 1로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가장 높은 30.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강대. (사진=서강대 제공)
10일 마무리된 2020학년 수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서울권 주요대학의 인기는 건재했다. 11개 주요대학은 학령인구 절벽 원년에도 불구하고 17.48대 1로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가장 높은 30.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강대. (사진=서강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권 주요대학의 인기는 건재했다. 10일 막을 내린 2020학년 수시모집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9개 주요 사립대와 서울대, 서울시립대까지 11개 서울권 주요대학의 경쟁률은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올해 대입이 수험생이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학령인구 절벽 원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요대학들은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며 선전한 모습이다. 내년 또 한 차례 학령인구 감소 칼날이 불어 닥칠 예정이지만, 올해 경향을 봤을 때 서울권 주요대학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권 11개 주요대학 17.48대 1 ‘소폭 하락’ = ‘주요대학’은 대입에서 수험생들이 최고 선호도를 보이는 서울대를 필두로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까지 9개 사립대학과 공립대학인 서울시립대다. 이들은 모두 서울권에 자리한 대학이기에 ‘서울권 주요대학’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11개 대학 외에도 주요대학에 이름을 올리는 대학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대학의 경쟁률을 우선 살펴본다. 

KAIST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2020학년 수시모집 원서접수는 10일 모두 막을 내렸다. 원서접수 종료 직후 11개 주요대학의 원서접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들 대학의 경쟁률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2만8218명 모집에 51만526명이 지원하며 18.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낮은 17.48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 모집인원이 2만6924명으로 줄어든 것을 반영하듯 지원자도 47만510명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소폭 하락’은 정원 내 전형과 정원 외 전형을 모두 합산한 결과물이다. 개별 전형에 따른 경쟁률 추이는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인 수험생이 지원하는 정원내 전형은 다소 경쟁률이 하락한 반면, 특정 지원자격 등을 요구하는 정원 외 전형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물론 정원 외 전형은 대입 경쟁률을 얘기할 때 ‘논외’나 마찬가지다. 모집인원이 1757명으로 정원내의 2만5167명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기 때문이다. 정원 외 전형의 경쟁률 상승·하락이 전체 경쟁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학생부위주전형 경쟁 완화, 논술-실기는 한층 치열한 구도 = 주요대학 입시에서 대다수 모집인원을 차지하는 정원 내 전형은 유형에 따라 재분류할 수 있다. 현재 대입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이하 교과전형) △논술전형 △실기위주전형까지 4개 유형의 전형이 있다. 서울권 주요대학에서는 종합전형과 교과전형의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낮아진 반면, 논술전형과 실기위주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 상승·하락 전형이 각 2개 전형으로 ‘동수’를 이뤘음에도 정원 내 전형 전체 경쟁률이 하락한 것은 경쟁률이 낮아진 종합전형과 교과전형의 몸집이 논술전형과 실기위주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2만5167명을 모집한 서울권 11개 주요대학 정원내 전형 중 62.4%인 1만5692명은 종합전형이다. 9.7%를 차지하는 교과전형을 더하면 이들 ‘학생부위주전형’이 주요대학 수시모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웃돈다. 주요대학 수시모집 합격생 10명 중 7명 이상은 학생부위주전형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중이 큰 두 전형의 경쟁률이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경쟁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교과전형의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2433명 모집에 2만340명이 지원하며 8.36대 1을 기록했던 교과전형 경쟁률은 올해 6.7대 1로 크게 떨어졌다. 모집인원은 2438명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지만, 지원자가 1만6323명으로 4000명 이상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교과전형 경쟁률 하락 원인으로는 ‘수험생 부담’이 거론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부교과전형 경쟁률은 (대부분) 하락했다. 대학별고사 비중이 축소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바뀐 등의 사정에 따라 일부 대학의 경쟁률이 올랐을 뿐”이라며 “고려대 학교추천Ⅰ은 2단계 면접 비율이 100%에서 50%로 축소되며 경쟁률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능최저가 사라진 한국외대 학생부교과는 합격선 상승 부담으로 경쟁률이 11.46대 1에서 6.89대 1로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여타 전형 대비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논술전형의 인기가 오른 것은 전체 경쟁률 하락 속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논술전형 모집인원은 지난해 5290명에서 올해 4469명으로 크게 줄었지만, 지원자 감소 속도는 그보다 더뎠다. 27만2875명에서 24만203명이 되는데 그치며 51.58대 1에서 53.75대 1로 도리어 경쟁률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 왜? 학령인구 감소 배경, 주요대학은 ‘선전’ = 대입에서 서울권 주요대학을 향한 수험생들의 열기는 더할 나위 없이 뜨겁다. 경찰대학·사관학교·전통문화대 같은 특수대학이나 의·치·한 또는 교대와 같은 특수한 전공 등을 처음부터 노리는 사례를 제외하면 이들 주요대학은 수험생들의 목표와도 같은 곳이다. 

2018학년 이들 11개대학은 18.68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지난해 18.09대 1에 이어 올해 17.48대 1까지 경쟁률이 낮아진 상태다. 이렇게 인기가 높은 대학들이 2년 연속 경쟁률 하락 국면을 맞이한 것은 다소 의외로 여겨지기 쉽다. 서울권 주요대학에 대한 인기가 낮아진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 대입은 경쟁률 하락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학령인구 절벽’이 본격화 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학교알리미 등을 통해 확인하면, 2019학년 입시를 치른 지난해 고3은 57만여 명이었지만, 올해 고 3은 51만여 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년에는 45만7000여 명으로 또 한 차례 고3 재학생 수가 줄어든다. 

수험생 감소 현상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0학년 수능시험’ 접수인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수능 접수인원은 54만8734명으로 지난해 59만4924명과 비교했을 때 4만6190명 줄었다. 지난해 ‘불수능’의 등장과 그로부터 촉발된 낮은 대학 진학률 등의 현상이 겹치면서 졸업생이 6789명 늘어난 것이 그나마 수험생 숫자 감소를 더디게 만든 상황이다. 

이처럼 수험생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권 주요대학 경쟁률이 ‘소폭’ 내려앉는 데 그쳤다는 것은 수험생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만기 소장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주요대학 경쟁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주요대학(에게 있어) 학령인구 감소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선전’은 주요대학을 넘어 수도권 대학 전반에서 관측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가 11개 주요대학을 포함해 수도권 28개대학 지원현황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경쟁률은 16.17대 1로 전년도 16.44대 1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학별 엇갈린 ‘희비’…한양·성균관·중앙·고려 경쟁률 상승 = 학령인구 감소로 경쟁률 하락이 당연시되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오른 대학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11개 서울권 주요대학 중에서는 한양대·성균관대·중앙대·고려대의 경쟁률이 다소 높아졌다.

이들 대학 중 26.95대 1의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한양대는 논술전형을 향한 수험생들의 열기가 한층 뜨거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와 큰 차이 없는 376명을 모집한 한양대 논술전형에는 3만2542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는 지난해보다 2000여 명 늘어난 것이다. 경쟁률도 80.78대 1에서 86.55대 1로 껑충 뛰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도 한양대와 마찬가지로 논술이 전체 경쟁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성균관대 논술우수전형은 52.24대 1에서 71.95대 1이 됐고, 중앙대 논술 경쟁률도 47.85대 1에서 50.31대 1로 높아졌다. 오종운 이사는 “연세대가 수능 전 논술고사를 치르면서 지원자들이 감소했다. 이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성균관대 등의 논술전형 경쟁률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논술전형이 없는 고려대는 경쟁률이 오른 이번 수시모집을 통해 ‘한숨’을 돌리게 됐다. 1단계 선발인원을 채우지 못했던 일이 빈번했던 학교추천Ⅰ전형과 학교추천Ⅱ전형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1단계 기준 3배수를 선발하는 학교추천Ⅰ전형은 지난해 15개 학과에서 1단계 선발인원보다 지원자가 적었지만, 올해는 2개 학과에서만 이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 학교추천Ⅱ도 1단계 선발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 수가 13개에서 9개로 줄었다. 

이처럼 경쟁률 상승 대학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다소 의외인 것은 서강대의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그간 주요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수시 경쟁률을 꾸준히 보여온 서강대는 올해도 30.84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전년도 33.96대 1에 비해서는 경쟁이 덜한 모습을 보였다.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85.62대 1에서 95.33대 1로 지난해 대비 크게 올랐지만, 종합전형 가운데 학업형 지원자가 지난해 7200여 명에서 올해 4400여 명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 전체 경쟁률 하락을 부른 원인이었다. 

서강대 학업형의 경쟁률 하락은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다. 2019학년까지 존재하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면서 경쟁률이 오를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부모집과 학과모집으로 종합형과 학업형이 나뉜 인문계와 달리 별다른 차이가 없던 자연계열에서 학업형의 경쟁률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같은) 전형 간 모호성과 수능최저가 없어서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경계 심리가(다해지면서) 지원자들의 혼란이 만든 결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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