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서울대 국제대학원 강연 프로그램 2억여 원 후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일본이 무역보복 조치로 들고 나온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원천기술을 연구·제공하는 등 일본 불매운동을 적극 돕겠다던 서울대가 한편에서는 일본 기업의 후원을 받아 강연을 열고 있어 논란이다. 국내 최고 국립대인 서울대가 불매운동을 돕지는 못할망정 日기업의 후원을 받아 강연을 열며 이들의 홍보를 도와주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학교는 국제대학원이 ‘김정은의 비핵화 동기와 북한경제’를 주제로 하는 ‘Asia and the World 공개 강연회’를 16일 오후4시 국제대학원 소천홀에서 연다고 이날 밝혔다.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강연은 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인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맡는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관계자는 “오늘날 격동하는 북한과의 관계에 주목했다”며 “북핵문제와 북한 경제에 초점을 맞춰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Asia and the World’ 강연은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한 프로그램이다. 세계라는 큰 틀에서 급변하는 아시아 정세를 조망하고, 아시아 국가 간 상호이해를 증진하자는 취지로 2004년 첫 발을 디딘 바 있다. 

문제는 이 강연을 일본기업이 후원한다는 데 있다. ‘Asia and the World’ 강연은 日기업인 토요타 자동차가 지속적으로 후원해 왔다.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한 것 중 가장 오래된 2014년 10월24일 열린 강연도 해당 기업이 후원했다. 이후로도 해당 기업의 후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토요타의 후원 규모는 ‘억대’다. 토요타 자동차의 대한민국 총수입 판매 대리점인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17년 서울대 국제대학원과 해당 강좌 후원 협약식을 가졌다고 알린 적이 있다. 당시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협약을 통해 2020년까지 2억1000만원을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요타가 후원한 금액은 강연 전반에 쓰인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관계자는 “발전기금으로 토요타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발전기금 중 일부를 특별 강연 프로그램으로 편성한다. 강연에 사용되는 모든 비용은 해당 예산을 통해 충당한다”고 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의 후원을 받아 강연을 열고, 이를 통해 일본 기업을 홍보하는 것은 서울대가 그간 ‘일본 불매’를 적극 돕겠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일본 불매운동이 불거지던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대(는) 일본과의 기술격차 극복에 적극 나서겠다. 이번 사태를 한국이 제도적으로 재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서울대 공대가 이러한 흐름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7일 서울대 공대는 산학기술협력 조직인 SNU공학컨설팅센터에 △소재 △부품 △장비 기술자문 등의 특별 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공급에 타격을 입은 100대 품목의 공급 안정화를 긴급 지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국내 ‘최고대학’이라는 명망을 뒤에 업은 서울대가 이처럼 日기업의 후원을 받아 강연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일본의 강제징용 문제 등을 연구하는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 교수는 “서울대 안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지원을 모두 거부하라고는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재단의 성격이 중요하다. 중립적인 목적을 지닌 곳이라면 지원을 받아도 좋다. (하지만) 토요타는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후원으로 나온 논문 가운데 상당히 왜곡된 것들이 일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서울대 강연을 후원한 토요타는 지적처럼 한-일 관계에 있어 중립적인 기업이라 보기 어려운 곳이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기여했다는 연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친일 논란을 빚은 베스트셀러 ‘반일종족주의’의 산실인 낙성대경제연구소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수행한 ‘전시기/해방기(1937~1950년) 한국 농촌사회의 변동에 대한 연구’는 토요타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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