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대학교 유아교육과 졸업

송연숙 울산과학대학교 유아교육과 학과장(좌)과 안윤주씨(우).
송연숙 울산과학대학교 유아교육과 학과장(좌)과 안윤주씨(우).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2019학년도 추시 공립 유치원 교사 임용고시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울산지역 수석 합격자가 ‘육아맘’으로 고시를 준비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주인공, 안윤주씨를 만났다. 그는 현재 울산 지역 한 공립 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이번 임용고시 합격 전에도 울산과학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사립 유치원 교사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당시 일하던 유치원은 업무량이 많은 곳이었고, 유산을 할 정도로 몸이 고됐다. 아이를 낳아도 일을 병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잠시 일을 그만두고 어학원 강사로도 활동했지만, 아이를 갖고 난 뒤부터는 어학원도 퇴사하고 출산 준비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 때부터 다시 유치원 교사의 길을 찾게 됐다. 출산 직후, 공립 유치원 교사 임용 준비에 나선 것이다.

“아이를 낳고 친구들과 재미삼아 임용고시 준비를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많이 뽑는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들이 같이 공부해보자고 제안을 했죠. 저도 유치원 교사는 계속 하고 싶었어요. 사립 유치원에서 일은 고됐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하기 싫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그저 너무 예뻐서 이 일을 시작했었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하는 것을 보며 맛본 성취감도 컸었죠. 남편과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공부할 수 있었어요.”

남편은 안씨가 공부할 수 있도록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줬다. 친정어머니도 육아에 도움을 주면서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줬다. 안씨는 평일에는 아이를 보며, 주말에는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했다. 오로지 ‘독학’이었다.

“학원을 다니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지 않고, 그저 책을 보며 공부했어요. 대신 임용을 준비했던 지인으로부터 정보와 자료를 얻었어요. 그리고 저는 육아를 해야 했기에 아이를 봐야 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그래서 핵심용어나 잘 외워지지 않는 내용은 메모해뒀다가 벽에 붙여놓고 아이를 재우면서 눈으로 반복해 읽었습니다. 어떤 내용은 녹음을 해 뒀다가 이동할 때, 아이를 재울 때 들으면서 공부했고요. 무엇보다 시험은 결국 누가 암기를 잘 했는가 보는 게 아니라 문제를 누가 더 잘 푸느냐의 싸움이기에 매일 문제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성장통처럼 찾아왔다. 탈락의 고배도 마셨다. 하지만 이를 넘어설 수 있는 의지도 스스로 내야 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임용고시 준비는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며 개의치 않으려 애썼다.

“아이를 낳고 공부하려니 몸도 힘들고, 탈모도 왔어요. 옆에서 남편도 친정어머니도 도와주시는데, 심리적인 압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자신이 없을 때는 정말 그만두고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번에 떨어졌어도 다음에는 더 준비해서 꼭 붙으라는 주변의 격려를 받으면서 힘을 냈습니다. 무엇보다 도망치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못하면 10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있을 것 같아서요. 임용고시가 내 인생에서 넘어야 할 산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꾸역꾸역 공부했어요. ‘임고생활’은 정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아이가 13개월에 접어든 때부터는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두 달 전부터는 평일에도 독서실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공부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마침내 합격, 그것도 울산 지역 수석 합격의 성과를 거머쥐었다.

“가족들이 합격소식을 듣고 가장 좋아하셨어요.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오니 마치 초임 교사처럼 낯설기도 하고 제 스스로가 답답하기도 하지만, 육아 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니 새로운 느낌의 행복이 있습니다. 임용을 준비하고 그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제가 열심히 살았다는 걸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경력이 끊기면 앞서 했던 노력을 인정받기 힘든 경우가 많잖아요. 출산 당시 지금까지 쌓은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공부라는 기회가 있어 경력을 잇는 게 가능했어요. 다른 길을 가는 선택도 할 수 있었죠. 그 도전 역시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다른 길이 육아라면 그 역시도 정말 대단한 일이고요. 사실 육아가 가장 힘들고 또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길을 선택하든, 모든 육아맘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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