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수성대학교 평생직업교육처장

이형민 평생직업교육처장
이형민 평생직업교육처장

최근 몇 년 사이 지역에서 운영되는 사설 평생교육기관들이 줄줄이 문을 많이 닫게 돼 아우성이라는 소식이다. 그들은 평생교육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기관을 설립했는데 그나마 운영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각 지방 자치단체 더 나아가 전국에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지자체가 무료로 운영하는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정부는 전국적으로 2001년부터 현재까지 169개의 평생학습도시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들과 민간이 경쟁해서 이길 재간이 없다.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자본을 앞세운 백화점 등에서 고객 유치 혹은 관리 차원에서 운영하는 문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월 초 유은혜 부총리가 인구 구조변화, 4차 산업혁명 대응 대학혁신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전문대학을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제시했는데, 정부 주도로 전국의 지자체들이 이렇게 평생교육시장에까지 뛰어들어 직접 운영을 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전문대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세히 따져보면 이는 대학의 자율혁신을 지원하는 지역과 정부가 되겠다는 비전 제시와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더구나 지방의 일반대학들까지 평생직업교육기관화 하겠다는 것을 의견수렴 후 결정하겠다고 하나 결론을 정해놓은 뻔한 계획이다.

여전히 대량 인력 양성 체제로 인한 대학의 과잉인력 양산, 사회 경제적 불황 여건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조기 퇴직,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화로 인한 자동화로 제2 혹은 제3의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실제 제대로 된 직업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 흔히 하는 말로 멀쩡한 젊은 청년들도 일할 자리가 없는데 신중년이니 퇴직자니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일터라는게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이론적으로나 시대적으로도 맞지 않다. 신자유주의나 공공선택론의 입장에서도 정부 영역을 축소하고 민영화 하거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평생교육까지 손을 뻗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교육도 주민복지의 일환이고 평생교육 시대를 이끈다는 식으로 명분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해서 지역주민들과 친화력을 강화하고 득표력을 높이는데 이만한 수단도 없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일자리 창출과 취업을 위해서 직업교육 분야의 프로그램만 운영한다면 그래도 설득력이 있을 수 있는데 지자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을 보면 90% 이상이 교양 취미 일변도이다.

역으로 지방자치시대가 될수록 지방정부는 자기 주도로 무엇이든지 하려고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겠지만 가능하면 민간 영역은 침해하지 않은 것이 더 바람직하다. 정부가 욕심을 내 그 영역을 키우면 키울수록 상대적으로 시장 개입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게 저절로 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말하자면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 영역을 확대하려면 세금을 많이 거둬들여야 한다. 정부는 조세권을 통해 거둬들인 세금으로 국민의 불균형적 삶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복지를 향상시키는 차원이라는 명분을 제시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약 513조원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은 2%대인데 예산 증가율은 약 8%대다. 정부 비중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민 세금을 거둬들여 평생교육 부문까지 정부 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굳이 상호 협력을 추구하는 뉴거버넌스나 정부-기업-대학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 협력하는 헬릭스(Helix)모델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지방정부나 기업 민간 혹은 대학이 역할을 서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끌어주는 시대가 됐다. 이런 차원에서 평생교육부문도 지자체와 민간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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