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김영아 아주대 인권센터 학생상담소 상담원

나는 최근 스트레스가 많다. 몸에도 이상 신호가 왔다. 쉽게 지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상담사들은 화도 안 나고 마음의 어려움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아는 한 그런 사람은 없다. 그저 상담사는 마음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잘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느 직장에서나 있을 수 있는 괴로움인데 몇 달이 지나고 나니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 눈물도 났다. 나는 이런 어려움을 함께 근무하는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었다.

한 선생님께서는 스트레스는 머물지 않은 시간의 양과 비례한다는 말을 해 주셨다. 즉, 지금 이 순간 당면한 것에 있는 그대로 머물지 못하고 현재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거나 피하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하다 보면 오히려 그 양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나는 스트레스가 심했고, 많았으며, 쌓여 있었다.

보통 스트레스 중 가장 큰 것은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 아니라 스스로 참기 위해 억눌러 놓은 정서의 압력이라고 한다. 억제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차곡차곡 쌓아 놓은 정서들의 양이 넘치면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느끼는 내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받아들이면 스트레스 자체에 대한 민감성은 낮아지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와 신체적 질병에 대한 취약성도 낮아지게 된다고 한다.

나는 동료 선생님의 말을 듣고 근래에 내가 가장 기뻤던 적은 언제였는지, 언제 행복감을 느꼈고, 지난 1주일간 내 감정들이 어땠는지 돌아보았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 동안 많은 장면들이 생각났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에는 매진할 수 없다는 압박과 부담감, 변화에 따른 조직 내 긴장감, 2명의 동료 선생님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일이 잘 진행되고 있을 때의 해방감 등이 스쳐 지나갔다. 희로애락이 모두 살아있는 스스로에게 감사했지만 한편으론 이것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역시나 쉬운 일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나를 돌보지 않고 쉼 없이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트레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태로워질 때 발생한다. 우리가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 결국 인생이 의미 있어지려면 스트레스는 반드시 경험해야만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신체 성장이나 면역체계를 방해하고 우울감을 증가시키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고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고 우울감을 완화시키는 DHEA라는 호르몬 역시 같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발이 저리고 심장이 떨리며 소화불량 등이 생기는 것은 힘들어질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몸이 우리를 준비시키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스트레스는 내가 맞서 싸우고 이겨 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일 수 있다. 스트레스 안에 숨어 있는 의미들을 돌아보며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고 좌절될 것 같은 감정,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내가 받을 것 같은 타격 등을 생각해 보고 스트레스를 활용해야 한다.

나는 사무실 뒤편에 덩그러니 남은 빈 화분에 이것저것 식물을 심었다. 하루 종일 고민해야 하는 뇌를 쉬게 해 주기 위해 미술 취미반에 들어갔다. 신체반응이 나타나면 가만히 손을 대어 관찰했다. 흔들리고 있구나 생각했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방안들을 떠올렸다. 나는 생기 있게 살아있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