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순 한국대학홍보협의회 회장(울산대 대외홍보팀장)

우리 속담에 ‘울지 않는 아이 젖 주랴.’란 말이 있다. 대학홍보 분야에서 이 말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점잖은 홍보’에서 젖이 필요한 갓난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대학의 어려움을 국민사회에 소상히 설명하자는 주장이다. 그동안 정부의 규제 정책에 따른 대학의 어려움이 많이 토로됐지만, 대학에 대한 일반국민과 교육 당국의 인식이 대학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는 이야기다.

전국 4년제 대학 홍보담당자 협의체인 한국대학홍보협의회에서 의견을 모아보면, 홍보 부서가 접하는 대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대학은 아직 건재하지 않느냐?”로 요약된다. 하지만 실상은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이다. 해마다 행정부서별 예산 신청은 전년 대비 일정 비율을 축소해야 하고 퇴직자가 생겨도 충원하지 못한다. 학생자치활동비 등 기초적인 경비도 지원하지 못하는 대학까지 생겨나고 있다.

11년째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정원 감축, 입학금 및 입학전형료 폐지 등 정부의 대학 통제 정책에다 자퇴·미등록·미복학 등 중도탈락률 증가로 대학의 수입원은 계속 사라지고 있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차치하고서라도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 시행,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계약직 임금 및 용역비용 상승 등 대학의 재정압박 요인은 산적하다. 정부가 대학에 대해 수입원은 없애고 부담만 강요하는 꼴이다.

정부가 내년 대학지원 예산을 올해 대비 7.2% 증액한다고 하지만 국고사업 지원비는 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다. 또 대학 재정난을 거론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사립대학 적립금도 상위 20개 대학이 대학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마저도 건축·장학 등 용처가 정해져 있어 재정난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교육 투자가 위축되고 자칫 교육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대학의 세계적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영국 THE가 지난 12일 발표한 올해 세계대학평가에서 순위에 진입한 우리나라 31개 대학 중 세계 순위 상승 대학은 4개교인데 반해 하락 대학은 7개교였다. 또 지난 6월 발표된 영국 QS의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세계 1000대 대학에 진입한 국내 30개 대학 중 세계 순위 상승 대학은 10개교에 그친 반면 13개 대학이 하락했다.

주지하다시피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7번째 30-50클럽 국가가 될 수 있었던 힘은 인적자원이었다. 국가의 명운이 인재 양성에 달려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위한 재원 확보가 절실하다.

그러면 재원 확보는 어떻게 할까? 대학등록금을 피교육자 자신에 대한 ‘투자’로 생각해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하는 미국, 피교육자의 ‘권리’로 생각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독일 등 유럽 국가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등록금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기든지, 독일처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우리의 사립대학은 과거 가난했던 국가를 대신해 해당 지역의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국공립 대학 역할을 해왔다. 시설을 일반시민에 개방하고 대학 재원으로 시민축제까지 개최하며 지역사회와 호흡해왔다. 조선대가 지역민을 대상으로 장미축제를 17년 이어온 것도 그 하나이다. 무엇보다 대학이 소재 지역의 경제와 직결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강원연구원이 최근 대학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분석한 결과, 대학생 1명당 월 100만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가 있다는 추산이 나왔다. 대학이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에 빗대어 ‘우골탑(牛骨塔)’이라 하던 시절이 있었다. 농촌 부모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를 팔아 대학에 보냄을 비유했던 말이다. 이제는 그런 관점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 신명 나게 가르치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국민적 관심을 모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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