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망친 학생들의 주요대학 진입 루트
수능최저 없앤 연대 하락, 수능최저 도입 건대 상승 ‘이변’

(사진=한양대 제공)
(사진=한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내려앉던 논술전형 경쟁률 추이가 ‘반등’했다. 2018학년 41.83 대 1에서 지난해 39.25 대 1로 떨어졌던 경쟁률이 올해 40.98 대 1로 올랐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날로 위세를 더해가는 가운데 학생부를 망친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정시모집이 아니면 논술전형을 택할 수밖에 없는 대입구조가 이번 반등을 만들어 낸 일등 공신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와 같은 경쟁률 상승 기류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경쟁률 관련 ‘악재’와 ‘호재’가 동시에 나타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논술 선발 규모가 1000명 이상 줄어드는 것은 경쟁률 상승을 부를 수 있는 요인이지만 학령인구 대폭 감소가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은 경쟁 열기를 차갑게 식힐 수 있는 부분이다. 

■논술전형 경쟁률 ‘상승’ 40.98 대 1, 서강·한양·성균관 등 지원열기 ‘활활’ = 2020학년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 모집을 실시한 전국 33개 대학의 원서접수 현황을 취합한 결과 지난해보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3개 대학의 논술전형 경쟁률은 40.98 대 1이다. 1만2056명을 모집하는데 49만40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는 지난해 1만3268명 모집에 52만804명이 지원하며 기록한 39.25 대 1보다 높은 것이다. 지원자가 2만6804명 줄었지만, 모집인원도 1212명 줄어든 탓에 경쟁률이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논술선발을 실시한 33개 대학 중 가장 지원 열기가 뜨거운 대학은 울산대였다. 12명을 모집한 울산대 논술형에는 1333명이 지원해 111.08 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울산대 외에 논술전형 전반의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긴 대학은 없었다. 

다만, 울산대는 다소 특수한 사례라고 봐야 한다. 논술전형을 통해서는 오로지 의대만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가 자연계열에서 지닌 높은 위상을 고려하면, 일반 문·이과 전공까지 논술전형을 통해 모집하는 대학보다 의대만 모집하는 울산대의 경쟁률이 더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에도 울산대는 홀로 100 대 1을 넘기는 유달리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울산대를 제외하고 보면, 올해 가장 높은 논술전형 경쟁률을 보인 대학은 서강대다. 235명을 모집한 서강대 논술전형에는 2만2402명의 지원자가 원서를 내 95.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 한양대(서울)가 86.55 대 1, 성균관대가 71.9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서강대와 한양대(서울)는 지난해에도 울산대의 뒤를 이어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이다. 

이외에도 경쟁률이 높은 대학들은 많았다. △건국대(서울) 64.6 대 1 △아주대 61.82 대 1 △경희대 54.73 대 1 △중앙대 50.31 대 1 △서울시립대 48.82 대 1 △세종대 48.74 대 1 △가톨릭대 48.33 대 1 △광운대 45.29 대 1 △서울과기대 44.73 대 1 △연세대(서울) 44.38 대 1 △인하대 43.33 대 1 △동국대 43.33 대 1 △숭실대 41.69 대 1까지 절반이 넘는 17개 대학이 평균보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모든 대학이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한국기술교육대(코리아텍)가 8.45 대 1로 유일하게 10 대 1을 밑도는 경쟁률을 보인 가운데 △한국산업기술대 13.77 대 1 △성신여대 14.21 대 1 등도 비교적 경쟁률이 낮은 편이었다.

이들 대학의 경쟁률이 낮은 것은 ‘연차’와 관계가 깊어 보인다. 한국기술교육대는 지난해 실시된 2019학년 대입부터 논술선발을 실시해 올해로 ‘2년차’를 맞이한 곳이다. 논술전형에 있어 막 ‘걸음마’를 뗐기에 수험생들의 ‘눈치싸움’ 역시 치열할 수밖에 없다. 성신여대도 2014학년까지 실시했던 논술선발을 이후 폐지했다가 2019학년 들어서야 부활시킨 곳이기에 한국기술교육대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산업기술대도 논술선발을 시작한 지 올해 겨우 3년 차다. 

■‘키포인트’ 수능 최저학력기준 변화, 예상 뒤집는 ‘정반대’ 결과 = 올해 논술전형 원서접수 결과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부분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 변화와 관련해 당초 예상을 뒤집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2020학년 논술전형에서 수능최저 관련 가장 극적인 변화를 준 대학은 연세대(서울)와 건국대(서울)였다. 높은 수능최저로 ‘악명’을 떨쳤던 연세대(서울)는 논술전형에서 의예과를 제외하는 대신 수능최저를 없애기로 했다. 이와 반대로 그간 한양대(서울)와 더불어 ‘수능최저 없는 논술’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 온 건국대(서울)는 수능최저를 부활시켰다.

수능최저는 통상 수험생들에게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논술고사를 잘 치르더라도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면 합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교육정상화법 발효 이후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따지게 되면서 전반적인 논술 난도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논술고사를 잘 보고 수능에서도 일정 성적 이상을 내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수능최저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쉽다는 점을 볼 때 건국대(서울)는 경쟁이 덜해지고, 연세대(서울)는 경쟁이 심화되리라는 게 당초 예상이었다. 실제로도 수능최저가 없는 한양대(서울)는 매년 논술전형에서 손꼽히는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연세대(서울)의 경쟁률은 도리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643명 모집에 3만6683명이 지원해 57.0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올해는 607명 모집에 2만6941명이 지원하며 44.38 대 1을 기록했다. 논술전형 평균 경쟁률을 가까스로 넘긴 선에 그친 것이다. 

반면, 건국대(서울) 경쟁률은 올랐다. 지난해 465명 모집에 2만213명이 지원해 43.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이 올해는 451명 모집에 2만9136명 지원으로 64.6 대 1이 됐다. 올해 논술선발을 실시한 대학들 가운데 연세대보다 더 많은 경쟁률 상승 폭을 기록한 곳은 없었다. 

연세대(서울)의 경쟁률 하락은 ‘과도한 경쟁’에 대한 우려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래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대학인데 수능최저까지 없애면서 지원자가 대폭 늘어날 것을 우려한 수험생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건국대(서울)가 수능최저를 부활시켰음에도 경쟁률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연세대와 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세대(서울)가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능 이후’던 논술고사 일정을 ‘수능 이전’으로 앞당긴 것도 경쟁률 하락을 부추긴 원인으로 추정된다. 수능최저가 없고, 수능 이전에 논술고사가 실시되는 경우에는 ‘수능 대박’이 나더라도 정시모집에 지원할 길이 없어지기에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전체 경쟁률 왜 올랐나…학생부 망친 학생들의 ‘주요 대학’ 진입 루트 = 논술전형 전반의 경쟁률이 오른 것은 다소 의외다. 올해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모집규모가 다소 작아졌다고는 하지만, 고3 학생 수가 올해와 내년 연이어 6만여 명씩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쟁률이 오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오른 것은 ‘대학 선호도’와 관계가 깊어 보인다. 현재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수험생으로부터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곳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초점을 맞춰 논술선발을 실시하지 않는 서울대와 고려대(서울) 정도를 제외하면 수도권 대학 상당수와 지역거점국립대 쌍두마차인 경북대·부산대 등은 논술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처럼 선호도 높은 대학에 진학하길 원하지만 학생부를 잘 갖춰놓지 못한 수험생에게 있어 논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나 마찬가지다. 주요 대학 수시모집에 있어 ‘주류’전형인 학생부위주전형은 학생부를 망친 학생들에게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시모집이 있긴 하지만, 추가로 시간을 들여 대입을 준비한 N수생들과 정면승부를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학생부나 수능을 꾸준히 잘 준비해야만 하는 여타 전형과 달리 논술전형은 ‘일발역전’의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부가 다소 좋지 못하더라도 논술고사만 잘 치르면 합격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수능최저라는 ‘걸림돌’이 있긴 하지만,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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