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세종) 외 줄줄이 열기 '시들'…학령인구 절벽 여파 '직격탄'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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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수도권 대학 진학에 있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적성고사전형의 경쟁률이 지난해 대비 다소 하락했다. 적성고사전형 선발을 실시한 전국 12개 대학 가운데 고려대(세종)를 제외한 모든 대학의 경쟁률이 주저앉은 데 따른 것이다. 모집규모가 지난해 대비 다소 늘어났지만, 지원자는 줄어든 탓에 경쟁률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여 왔던 적성고사전형의 경쟁률 하락은 ‘학령인구 절벽’ 첫해의 여파가 고스란히 불어 닥치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된다. 

■적성고사전형 경쟁률 ‘하락’…모집규모 확대 불구 지원자 감소 = 2020학년 수시모집에서 적성고사전형 모집을 실시한 전국 12개 대학의 원서접수 현황을 취합한 결과 경쟁률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학년 17.78 대 1에서 지난해 21.03 대 1로 올랐던 경쟁률은 올해 19.01 대 1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한 해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당초 규모가 확대되면서 경쟁률 하락은 예상됐던 터였다. 올해 적성고사전형 모집인원은 4790명으로 지난해 4598명 대비 200여 명 늘어났다. 지원자가 매년 엇비슷한 규모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모집인원이 늘어나면 경쟁률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비슷한 지원 규모를 유지하더라도 경쟁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지원자가 줄어든 것은 치명타였다. 올해 적성고사전형 지원자는 9만1069명으로 지난해 기록한 9만6707명과 비해 5700여 명이나 적다. 경쟁률 하락을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 

경쟁률 하락 현상은 적성고사전형을 실시 중인 거의 모든 대학에서 나타났다. 26.69 대 1의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가천대도 지난해 28.93 대 1에 비하면 경쟁률이 낮아졌다. 삼육대는 28.17 대 1에서 23.08 대 1이 됐고, 한국산업기술대도 22.17 대 1에서 18.97 대 1로 지원자가 줄었다. 서경대는 26.3 대 1에서 17.78 대 1이 되며 가장 큰 폭의 경쟁률 하락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대학들에 비해 경쟁률이 낮은 곳도 마찬가지다. 13.5 대 1의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인 수원대는 지난해 14.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곳이다. 성결대는 18.26 대 1에서 13.86 대 1, 한신대는 16.34 대 1에서 14.58 대 1이 됐다. 13.93 대 1을 기록한 홍익대와 16.4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을지대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정도가 크지 않았지만,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점은 동일했다. 

유일하게 경쟁률 하락 흐름을 피한 대학은 고려대(세종)다. 지난해 17.79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고려대(세종)는 올해 19.49 대 1로 경쟁률이 올랐다. 모집인원이 40명 줄어들었지만, 지원자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20명 늘어나면서 경쟁률이 상승하게 됐다.

■경쟁률 왜 낮아졌나…피하지 못한 ‘학령인구 절벽’ 원년 여파 = 적성고사전형은 논술전형과 더불어 대입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오면서 그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학생부가 좋지 못한 학생들이 선택 가능한 수시모집 전형으로 자리매김한 데 따른 것이다. 주요 대학 입시에서는 논술전형, 서울·수도권 대학 입시에서는 적성고사전형이 이러한 역할을 해왔다. 

대입구조에 힘입어 인기가 높던 적성고사전형의 경쟁률이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은 ‘학령인구 절벽’의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 고3 재학생이 올해 6만여 명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지원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수능 원서접수 결과 소폭이나마 늘어난 N수생과 적성고사전형의 연관성이 낮은 것도 경쟁률 하락 현상을 부채질한 요인이다. N수생들은 재학생보다 수능 대비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수능을 위주로 하는 정시모집을 주로 노리고, 주요 대학 진입 루트인 논술전형 정도를 준비할 뿐 적성고사전형에 뛰어드는 일이 드물다. 

이같은 배경을 볼 때 내년 적성고사전형의 경쟁률 전망도 밝다고는 보기 어렵다. 학령인구 감소는 내년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고3 학생 수는 45만여 명까지 떨어진다. 그에 발맞춰 적성고사전형의 경쟁률도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 전체 적성고사전형 모집인원이 300명 넘게 줄어들 것이 예정돼 있다는 게 유일한 변수다. 

다만, 적성고사전형 준비, 또는 향후 전망 등은 현 고2, 고3 학생들 외에는 할 필요가 없다. 2021학년을 끝으로 적성고사전형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에 따라 적성고사전형은 2022학년 대입부터 실시되지 않는다. 2013년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 당시부터 ‘희망고문’에 가깝다며 폐지 여부가 논의된 끝에 완전히 폐지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일부 학과 경쟁률 100 대 1 넘기기도…적성고사 준비 몰두 필요 = 전반적으로 경쟁 열기가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개별 모집단위 중에는 상당히 높은 경쟁률을 보인 곳이 많다. 100 대 1을 넘긴 학과도 있으며,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평택대 간호학과다. 5명을 모집하는데 648명이 지원해 129.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수원대 간호학과 경쟁률이 72.93 대 1로 뒤를 이었으며, 다음은 69.31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삼육대 간호학과 순이었다. 적성고사전형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집단위는 간호학과였다. 

이외에도 ‘의학계열’ 모집단위들의 경쟁률이 단연 눈길을 끈다. 상위 3개 간호학과의 뒤를 이어 삼육대 물리치료학과와 가천대 물리치료학과가 각각 56.7 대 1과 56.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장 경쟁률이 높은 상위 10개 모집단위 중 의학계열 학과가 아닌 곳은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45.59 대 1), 가천대 컴퓨터공학과(자연)(40.43 대 1) 뿐이었다. 교육과정을 마친 후 별도의 자격을 획득, 전문성을 기르도록 돼 있는 의학계열 특성상 대학의 ‘네임밸류’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가장 경쟁률이 낮은 곳은 정원 내 전형과 정원 외 전형을 모두 합쳤을 때 수원대 국가보훈대상자전형 내 건축도시부동산학부와 외국어학부였다. 4명을 모집한 이 두 학과에는 각 11명의 수험생이 원서를 냈다. 

다만, 정원 외 전형은 농어촌·특성화고교졸업·국가보훈대상자 등 특정 자격조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지원자 풀이 적어 경쟁률이 일반전형 대비 다소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수험생이 지원하는 정원 내 전형으로 범위를 좁히면 한신대 적성우수자전형 내 종교문화학과가 11명 보집에 46명이 지원해 4.18 대 1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인 곳이었다. 

적성고사전형 전반의 경쟁률 하락은 대학 입장에서는 다소 ‘속 쓰린’ 일이겠지만, 수험생들에게 있어서는 ‘호재’다. 수험생들은 방심하지 말고, 당락을 좌우하는 적성고사를 잘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출문제를 기반으로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주말 등을 활용해 시간을 정하고 문제를 풀며 ‘감’을 유지해두는 것이 좋다. 

물론 남은 기간 수능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고려대(세종)와 홍익대 해당 학과에 지원한 수험생은 특히 수능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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