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누른 ‘의대 선호’…N수생 증가 영향까지
최고 경쟁률 인하의대 논술 381대 1, 논술 평균 경쟁률 ‘역대급’ 172대 1 

올해 전국 37개 의대는 수시모집에서 30.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0.06대 1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소폭 오른 결과물이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인하대. (사진=인하대 제공)
올해 전국 37개 의대는 수시모집에서 30.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0.06 대 1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소폭 오른 결과물이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인하대. (사진=인하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자연계열 수험생들로부터 ‘최상위 선호도’ 모집단위로 단단히 자리 잡은 의대는 올해 수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학령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논술전형은 선발을 실시한 11개 대학 모두 100 대 1을 넘기며 경쟁률이 치솟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직 선호로부터 비롯된 의대 선호현상이 날로 기세를 더하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로 보인다. 

■전국 37개 의대 경쟁률 30.49 대 1 ‘소폭 상승’ = 2020학년 수시모집을 실시한 전국 37개 의대의 원서접수 현황을 취합한 결과 경쟁률이 ‘소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880명을 모집한 의대 수시모집에는 5만7325명이 지원해 30.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30.06 대 1보다 다소 높은 결과다. 

경쟁률이 오른 것은 모집인원이 줄었음에도 지원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882명을 모집했던 전국 의대는 올해 수시 모집인원을 2명 줄였지만, 지원자는 750명 늘어났다. 

전체적인 경쟁률이 오르긴 했지만, 상승 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대학별로 경쟁률 상승·하락 여부는 엇갈렸다. 37개 의대 가운데 23곳은 경쟁률이 오른 반면, 14곳의 경쟁률은 다소 낮아졌다. 

의대 가운데 가장 높은 110.6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하대는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오른 사례다. 반면, 뒤를 이어 99.93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아주대는 지난해 대비 경쟁률이 다소 하락했다. 지난해에도 인하대와 아주대는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의대였다. 다만, 순위는 올해 들어 뒤집혔다. 지난해에는 아주대가 111.9 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인하대가 108.36 대 1로 그 뒤를 이은 바 있다. 

뒤를 이어 ‘서울권’ 의대가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중앙대가 82.28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데 이어 한양대(서울)가 74.31 대 1, 이화여대가 72.44 대 1의 경쟁률을 각각 보였다. 서울권 의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경희대도 이들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낮았을 뿐 50.51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경쟁률이 높은 곳은 68.82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연세대(미래)다. 뒤를 이어 가톨릭대가 60.78 대 1, 울산대가 53.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나란히 자리했다. 가톨릭대와 울산대는 서울대·연세대(서울)·성균관대와 더불어 수험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빅5 의대’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수험생 선호도와 경쟁률이 꼭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1등 의대로 볼 수 있는 서울대의 경우 6.9 대 1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서울대는 7.17 대 1로 전국 의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시모집 경쟁률을 보였다. 워낙 선호도가 높은 의대인 데다 전반적인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력이 큰 논술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점 등이 낮은 경쟁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과탐Ⅱ에 필히 응시해야 한다는 점도 경쟁을 다소 덜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다른 ‘빅5 의대’인 성균관대와 연세대(서울)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성균관대 경쟁률은 16.36 대 1에서 18.16 대 1로 높아진 반면, 연세대(서울) 경쟁률은 32.6 4대 1에서 9.73 대 1로 ‘수직 낙하’했다.  

■논술전형 172 대 1 ‘대폭발’, 모집규모 축소 불구 지원규모 유지 = 이처럼 의대 전반의 경쟁률이 오르는 데에는 논술전형이 큰 역할을 했다. 다른 전형유형도 정원 외 종합전형을 제외하면 전부 경쟁률이 올랐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경쟁률 상승세를 보이며 의대 수시모집 전반의 경쟁률이 오르도록 한 것은 논술전형이었다.

모집인원이 적은 정원 외 전형을 제외하고, 정원 내 전형만 보면 경쟁률이 30.98 대 1로 지난해 30.58 대 1에 비해 소폭 올랐다. 전형별로 보면 학생부교과전형(이하 교과전형)은 14.12 대 1에서 15.16 대 1이 됐고, 종합전형은 13.77 대 1에서 13.93 대 1로 경쟁률이 올랐다. 고려대(서울)·연세대(서울)에서만 실시한 실기위주전형(특기자전형)도 8.64 대 1에서 10.49 대 1로 경쟁률이 올랐다. 

다만, 이들 전형의 경쟁률 상승 폭은 결코 크다고 보기 어려웠다. 종합전형의 경쟁률 상승은 소수점 단위에서 이뤄졌으며, 교과전형의 상승률도 큰 의미가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특기자전형의 경쟁률은 유의미한 수준으로 올랐지만, 모집인원이 올해 겨우 37명밖에 되지 않는 전형이기에 영향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반면, 논술전형의 경쟁률 상승은 가팔랐다. 지난해 135.3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논술전형은 올해 17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6학년 119.22 대 1, 2017학년 111.35 대 1, 2018학년 141.06 대 1 등 최근 치러진 대입에서의 경쟁률 양상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이처럼 크게 오른 요인으로는 먼저 ‘모집규모 축소’가 거론된다. 지난해 34명을 모집했던 연세대(서울)가 올해부터 의대를 논술선발에서 제외하면서 경쟁률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세대(미래)가 11명, 중앙대가 10명, 울산대가 4명, 경희대가 1명의 모집인원을 추가로 감축하면서 논술 모집인원은 지난해 대비 60명이나 줄어든 상태였다. 

모집규모가 줄었지만, 의대 논술을 향한 지원자층은 공고하게 유지됐다. 지난해 지원자 3만4241명과 올해 지원자 3만3196명은 불과 1천여 명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들이 ‘N수’를 불사하고,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에서 ‘반수생’이 대거 발생하는 이유가 의대일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 보니 모집규모 축소에도 불구하고 지원 경향은 지난해와 동일한 양상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의대 수시모집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전형도 논술의 차지였다. 올해 의대 선발을 실시하는 37개 대학의 124개 전형 가운데 ‘100 대 1’ 이상의 박빙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모두 논술전형이었다. 논술전형에서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울산대마저 111.08 대 1을 기록할 정도였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전형은 인하대 논술전형으로 무려 38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어 한양대(서울) 311.22 대 1, 연세대(미래) 266.2 대 1, 아주대 242.4 대 1 순이었다. 인하대의 경우 논술고사 일정을 다른 의대와 겹치지 않는 11월 30일로 잡은 점, 수도권에 자리해 수험생 선호도 측면에서 지리적 이점을 누린다는 점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논술전형의 경쟁률이 이처럼 워낙 높다 보니 논술을 실시한 개별 대학들의 경쟁률은 논술전형이 좌지우지했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경쟁률이 크게 낮아진 연세대(서울)다. 연세대(서울)는 지난해 69.53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논술전형에서의 의대 선발을 올해 폐지하고, 해당 인원들을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종합전형)으로 이동시키면서 경쟁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중앙대도 논술의 영향력이 전체 경쟁률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다. 학생부종합전형인 다빈치형인재전형과 탐구형인재전형에서 모두 면접을 없애고 서류평가 100%로 평가방법을 바꾸면서 경쟁률이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중앙대는 실제로도 모든 전형의 경쟁률이 올랐지만, 전체 경쟁률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논술전형 모집인원을 줄이면서 지원자 규모도 줄어든 것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올해 의대 논술에서 관심을 모았던 ‘키포인트’ 중 하나는 의학논술 신설·폐지 여부였다. 가톨릭대는 의학논술을 없애기로 한 반면, 한양대는 의학논술 성격의 인문논술을 만드는 정반대 대입전형 설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체 논술전형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 보니 의학논술 실시 여부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양대(서울) 논술전형은 237.56 대 1에서 311.22 대 1로 경쟁률이 올랐고, 가톨릭대 논술전형도 127.1 대 1에서 161.76 대 1로 경쟁률 상승 대열에 동참했다. 

■학령인구 악재 이긴 의대 선호현상…내년에도 이어질까 = 올해 의대 경쟁률이 높아진 것이 갖는 의미는 크다. 학령인구 절벽 원년이라는 ‘악재’를 의대 선호현상이 누른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논술전형의 영향이 컸다고는 하지만, 전체 지원자가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많았다는 것은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높은 의대 선호도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물론 의대는 올해 학령인구 감소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는 구조이긴 했다. 의대 진학을 위해 ‘N수’를 불사하는 수험생들이 많고, 주요대학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반수’에 뛰어드는 이유 중 상당수도 의대 진학에 있다. 이처럼 ‘의대 바라기’가 많은 N수생들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다소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수능 접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접수인원은 지난해 대비 4만6190명 줄었지만, 졸업생은 6789명 늘어났다. 지원자층이 탄탄히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이 존재했던 것이다.

향후에도 의대 선호 현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직을 선호하는 세태가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의대 진학자를 다수 배출하는 강남의 한 고교 교장은 “자연계열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의대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수험생·학부모들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경향은 날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의대만 보내놓으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들이 단단히 자리 잡은 상태”라고 했다. 

내년에 학부 모집을 실시하는 의대가 한 곳 늘어나는 변화도 있다. 서남대가 폐교되면서 현재 전국에 있는 의대·의전원은 총 40곳이다. 37개교가 의대 체제인 것과 달리 강원대·건국대(글로컬)·차의과학대는 의전원 체제를 고수해 왔다. 이 중 강원대는 의대 전환을 선언하고 내년부터 고졸 신입생을 모집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밝혔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의대를 노린 N수·반수 열풍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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