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최저 전면 폐지 연세대 48.52 대 1 최고 경쟁률

올해 치대 경쟁률이 대폭 상승했다. 지원자가 1.5배 가까이 늘어나며 28.12대 1로 경쟁률이 껑충 오른 모습이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연세대. (사진=연세대(서울) 제공)
올해 치대 경쟁률이 대폭 상승했다. 지원자가 1.5배 가까이 늘어나며 28.12 대 1로 경쟁률이 껑충 오른 모습이다. 사진은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연세대. (사진=연세대(서울)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의치한’으로 불리며 높은 자연계 수험생 선호도를 보여 온 치대 경쟁률이 올해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와 모집인원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지원자는 무려 1.5배 가까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의대와 한의대도 올해 경쟁률이 올랐지만, 치대가 기록한 경쟁률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의학계열 전문직을 양성하는 모집단위들이 높은 선호도를 바탕으로 꾸준한 수요를 자랑하는 가운데 의대 지원에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치대를 선택하는 경향과 의대 지원자들이 ‘보험’ 성격으로 치대에 지원하는 현상이 함께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11개 치대 경쟁률 ‘대폭상승’ 19.14 대 1→28.12 대 1 ‘껑충’ = 2020학년 수시모집을 실시한 전국 11개 치대의 원서접수 현황을 취합한 결과 경쟁률이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96명과 올해 400명으로 모집인원은 엇비슷했지만, 지원자 차이가 컸다. 지난해 7579명이 지원해 19.14 대 1을 기록했던 치대 수시는 올해 1만1246명으로 지원자가 대폭 늘어나며, 경쟁률도 28.12 대 1로 껑충 뛰었다. 

개별 치대들의 경쟁률만 보더라도 올해 지원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연세대(서울)가 26.75 대 1에서 48.52 대 1로 크게 경쟁률이 오르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이 된 데 이어 경희대는 31.68 대 1에서 44.02 대 1, 경북대는 32.31 대 1에서 43.07 대 1로 경쟁률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치대 수시모집에서는 4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인 대학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유일하게 경쟁률이 낮아진 전북대도 그 정도는 크지 않았다. 지난해 16.15 대 1에서 올해 15.73 대 1이 된 전북대는 모집인원이 동일한 가운데 지원자가 겨우 11명 줄어든 것에 불과했다. 조선대는 지난해 13.35 대 1에서 올해 25.56 대 1로 2배 가까운 경쟁률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대도 지난해보다는 경쟁률이 다소 올랐다. 지난해 45명 모집에 228명이 지원해 5.07 대 1을 기록했던 서울대는 올해 동일 모집인원에 249명이 지원하며 5.5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폭상승’ 배경은? 연세대 수능최저 전면폐지 등 ‘복합 작용’ = 치대의 경쟁률 상승은 분명 이례적인 현상이다. 줄어든 학령인구에도 불구하고 매우 큰 폭의 경쟁률 상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서울권 주요대학이 ‘선방’하고, 동일한 의학계열 전공인 의대·한의대 등도 경쟁률이 올랐지만, 치대만큼 극적으로 경쟁률이 오른 곳은 없었다. 

경쟁률 상승의 배경은 먼저 ‘전형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연세대(서울)가 전형에 큰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 논술선발을 실시한 연세대(서울)는 올해 들어 논술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했다. 수능최저를 없애면서 의대는 논술선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치대 선발은 이어나가기로 했다. 

전형에 큰 변화를 준 올해 연세대의 전형설계는 치대 경쟁률에서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냈다. 지난해 18명 모집에 1009명이 지원해 56.0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연세치대 논술은 올해 16명 모집에 1811명 지원으로 113.19 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치대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연세대(서울) 논술에서 수능최저가 사라져 논술고사만으로 합격을 도모해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물론 논술전형의 ‘선전’은 다른 대학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난 일이다. 연세대(서울) 외에도 논술선발을 실시한 경북대와 경희대 모두 경쟁률이 올랐다. 이들 대학이 논술전형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술전형 자체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조선대도 지역인재전형을 학생부교과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꾸는 변화를 줬지만, 경쟁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교과전형이던 당시 10.67 대 1이던 경쟁률이 종합전형이 되면서 8.54 대 1로 도리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교과전형인 일반전형 경쟁률이 16.21 대 1에서 43.83 대 1로 크게 오르면서 전체 경쟁률은 동반 상승하게 됐다. 

전형 변화 외에도 ‘의대에 대한 부담감’이 치대의 경쟁률을 높이는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이 될 수 있는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지만, 상대적으로 합격선이 높은 의대를 지원하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치대를 선택하는 일이 잦다는 점에서다. 의학계열에 꼭 진학하고 싶어 하는 의대 지원자들이 6장의 수시지원 기회 중 일부를 치대에 배정해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는 것도 높은 경쟁률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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