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지난 5월 23일 국내 첫 3개 AI대학원 설명회가 돌연 취소됐다.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또렷이 기억난다. 행사 하루 전 급작스럽게 취소되었던 까닭에서다. 설명회 취소의 변(辯)은 AI대학원 설명회를 주최한 한국인공지능학회(학회장 유창동 카이스트 교수)의 내부 사정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하루 전에 취소가 말이 되나.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받았다. 

모르긴 몰라도 이날 AI대학원 설명회를 듣기 위해 사전에 시간을 조율했던 수많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특히 AI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에서 AI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의 아쉬움과 허탈함이 가장 컸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이슈나 상황에 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 하지만 행사 하루를 남기고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더구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이 관여한 대학원 행사라면 더욱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기자는 마침 AI대학원 관련 기사를 취재하게 됐다. AI대학원 설명회 취소에 대한 사실 관계를 좀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AI대학원 문을 연 몇몇 대학 관계자들과 만나 들어본 얘기를 종합해보면, 정작 문제는 연세대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부 매체에서 연세대가 AI대학원 1차 공모사업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도했으나 탈락한 게 아니라 아예 도전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세대는 1차 사업에 신청하지도 않았으니 AI대학원과 전혀 관련성이 없다. 그러다보니 AI대학원 설명회를 왜 우리대학에서 하느냐는 비판이 강했다는 후문이다. 연세대 입장에서 보면 ‘남의 집 잔치’를 자기 집 앞마당에서 하는 꼴이 영 못마땅했을 것이다. 

AI대학원 설명회 취소 이후 행사 주최 기관인 한국인공지능학회가 두손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한국인공지능학회 관계자는 “9월 중 성균관대, 고려대, 카이스트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특정 대학에서 단독으로 설명회를 하는 것보다 학술대회와 같이 묶어 설명회를 하자는 쪽으로 내부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명회 장소 역시 논란의 소지를 방지해 서울‧수도권에서 중립적인 장소를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9월말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달 내 AI대학원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고 보는 게 맞다. 올 11월에 개최되는 인공지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AI대학원 설명회를 같이 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도 아니면 AI대학원 지원사업에 2개 대학이 추가 선정되면 1차 선정된 3개 대학과 연합해 설명회를 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봤을 때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이나 상황은 전혀 고려 없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느낌을 받아서다. 이공계 대학원마다 우수인력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기가 불황일 때에는 대학원 진학보다는 일자리를 먼저 알아보는 경향이 강하다. AI대학원 문만 열어놓으면 학생들이 알아서 오겠지 생각하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이다. AI에 대한 사회적‧교육적‧과학적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국내에서 AI대학원이 처음 문을 여는 만큼 이 분야를 연구하고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설명회 자리 마련이 필요하다. AI대학원에 관련된 교육자들의 시선을 내부가 아닌 밖으로 잠시 돌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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