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영 부천대학교 교수

김덕영 부천대학교 교수
김덕영 부천대학교 교수

우리 사회에서 최근 몇 년처럼 법이라는 단어가 자주 회자된 적도 없는 듯하다. 법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경험도 어느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다가왔다. 법을 지키며 행사한 국민의 힘은 잘못된 권력을 행사한 정권을 심판할 수 있었고, 이것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잠들어 있던 법의식을 각성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우리는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함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공정함과 형평성이야말로 법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됨을 느낄 수 있었기에 작금에 일어나는 청년들의 분노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에 따라 작동되고 (행)정부도 엄격히 법에 구속되고 법에 따라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법에 기대어 일을 하는 것이다. 교육부도 법에 명시가 돼 있는 경우 직업교육을 지원하는 방안, 예산 등이 다소 수월하게 수립되고 책정, 집행되지만, 법에 없을 경우 아무리 좋은 직업교육정책이 수립돼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결국 묻히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우리 전문대학인들은 협의의 직업교육을 담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아닌, 급변하는 사회의 요구와 우리 청년들의 희망을 담은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반대로 법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없애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법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또한 현실이다.

보건계열 대학생들이 응시하는 국가자격 중 보건의료정보관리사(구 의무기록사)라는 면허가 있다. 당초 보건복지부 산하인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국시원)에서 응시자격 여부를 판단했으나, 최근 들어 외부 인정기관의 지정을 예정하고 그 기관이 대학(관련학과)의 시설, 교육과정, 운영 등을 점검해 응시자격을 줄 수 있게끔 법안이 개정됐다. 그런데 관련 법안이 시행되는 와중에 몇 개 대학의 학생들은 응시자격을 판단해줄 주체가 없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보건복지부의 담당자는 법안의 미비함을 인정하면서도 실행일자를 핑계 삼아 책임이 없다고 하고, 인증제를 준비하는 시행예정 기관은 해당사항에 대해 보완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는 공정함과 형평성을 믿고 사회의 일원이 되기로 한 예비 의료인, 예비 사회인인 우리 학생들인 것이다.

이렇듯 잘못되거나 미비한 입법에 대해 집행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렇듯 현실은 입법과잉과 입법불비가 공존하는 시대이다. 법은 모든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툼을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인간이 스스로 만들고 지키기를 약속한 도구이며, 그 바탕에 모든 국민이 갖고 있는 ‘공정과 형평’에 대한 바람이 깔려 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으로 좌우되면 안 될 것이다.

법이 더 이상 세상을 나누는 기준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을 합칠 수 있는, 그래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됐으면 한다. 모 정치인의 일갈처럼 만 명이 아닌 만인에 평등한 법이 돼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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