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희의 감성터치] ‘공존 다양성’ 혹은 ‘같이의 가치’
[한강희의 감성터치] ‘공존 다양성’ 혹은 ‘같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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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대학지자체상생발전위원장)
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
한강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

요즘 며칠 사이 내가 사는 아파트 3층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 숲에서 때까치 같기도 하고 곤줄박이 같기도 한 새떼들의 울음소리가 새벽잠을 깨우고 있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자그마치 수령 20년은 넘어 보이는 청청한 아름드리 소나무 열서너 그루 사이에 터 잡은 새집 서너 곳을 소나무재선충병(Pine wilt disease)이라는 명분으로 아파트 관리소에서 몽땅 뜯어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울창하게 폭을 넓혀가는 다복솔 같은 잔가지마저 깨끗하게 잘라 버렸다. 그래서 새들은 이미 제거한 둥우리 주변을 배회하며 아파트를 향해 원망 섞인 항의시위를 했던 거다. 아침나절이면 반복적으로 구슬프게 그렇게 울부짖었던 것이다.

지난 4월 초, 비가 구적구적 내리는 봄밤으로 기억된다.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틈 사이로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와 한 달여를 살다가 간 적이 있다. 근처의 나뭇가지 위에 집을 지어주었지만 자연성을 잃어버린 비둘기는 던져준 먹이만 건드릴 뿐 좀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실외기 사이가 비좁기도 하거니와 지저분하기도 해서, 혹여 조류 전염병으로 이어질까 저어돼 결국 자연으로 날려 보냈다. 사람들의 손길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비둘기의 모습이 자못 안쓰럽기만 했다. 언젠가는 이런 적도 있다. 목줄 흔적이 역력한 유기견 한마리가 내가 사는 아파트 동(棟) 근처를 찾아온 적도 있었다. 배고픔에 지친 데다 가뭄으로 물을 마실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개는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한 되박이나 되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사라지곤 했다.

그런가 하면 야생동물들도 사람들이 사는 생활권역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자기들이 사는 영역을 침범 당하거나 먹이를 쉽게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멧돼지가 도시 주변의 농작물을 넘어 도시 한 가운데에 출몰한다거나 북극곰이 민가 근처를 서성이며 쓰레기장은 물론 주민에게 신체적인 해를 끼치는 소식은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이 모두 인간들이 문명의 편리함만을 좇다 보니 직간접적으로 동물의 터전에 위해(危害)를 가한 반작용이다. 야생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자연의 일부로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개체 생물에 대한 가치가 존중될 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구가 ‘녹색별’로서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나는 이를 문화 다양성, 생물 다양성에 필적하는 ‘공존 다양성’이라 부르고 싶다. 이런 점에 비춰 최근 들어 일부 신문이 주간 단위 고정면에 ‘동물란’을 만들어 생태계의 선순환 문제를 역설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그 테마와 소재는 생물 다양성 만큼 수다하지만 기사들은 하나같이 자연환경에 관한 초미지급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령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자에겐 반려동물 소유권을 강제로 상실케 해야 한다거나, 학대받은 동물을 격리해 보호할 경우 소유자가 보호비용을 지급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뱀이 독을 품어내야 하고, 지렁이가 흙을 차지게 해야 하며, 예닐곱 종의 개구리가 사라져선 안 되며, 꿀벌이 윙윙대며 날아다녀야 한다. 한편으로 두루미와 같은 20여 깃대종(flagship species)도, 수달과 같은 1400여 핵심종(keystone species)도 중요하지만 머지않아 없어질 위험을 안고 있는 1·2급 멸종위기종(endangered species)을 지키는 데도 온갖 지혜를 모아야 한다. 환경부가 경북 영양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설치한다고 한다. 시의적절하고도 다행스런 일이다.

“자연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잠시 빌려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태윤리학자의 전언이 있다. 첨언하자면 ‘자연은 아는 것 못지않게 느끼는 게 중요하고, 느끼는 것보다 함께 살고 있음’이 중요하다. 표나게 말하자면 ‘같이의 가치’라고나 할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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