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우리나라의 창업가, 즉 기업가의 직업 선호도가 세계에서 최하위권이다.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업가에 대한 '직업적 선호도' 지수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52개국 중 49위다.

청년의 창업 의지가 낮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창업 활성화를 위해 투입하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아울러 2%대의 성장 잠재력은 개선되기 어렵고 우리의 미래도 어둡다.

기업가는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다. 직업으로서 기업가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아마도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창업의 실패로 기업가는 본인이 모아 놓은 저금에서부터 은행권의 신용, 그동안 쌓은 지인들과의 신뢰, 정신적 자아 상실감까지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업 실패로 자살을 고려하고 실제로 종종 자살을 실행한다.

교사가 11년째 청소년들의 직업 선호도 1위를 지키고 있고, 노량진 공시족이 수십만에 이르고 있는 이유는 2010년대 청소년들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청소년에게 창업교육을 시키다 보면 필자는 교육자로서 신용불량자가 되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다.

국가는 창업자에게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우선 이스라엘처럼 국가가 창업자금을 지원해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여기에 투자되는 창업자금 지원은 국가 혁신을 위한 투자다.

둘째 창업에 실패한 사람에게는 실업급여 이상의 생활안정 자금을 줘야 한다. 창업한 사람은 실직한 사람과는 다르게 사업투자에 따른 부채를 떠안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셋째, 실패에 따른 정신적 치료를 해줘야 한다. 사업 실패는 기업가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줄 것이다. 넷째 창업 실패를 학습의 과정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면 창업 재기 대학원을 만들어서 멘토와 함께 본인이 왜 실패했는지 알고 이 실패의 경험을 자산으로 새로운 진로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섯째, 창업가에게 새로운 진로 지도를 해줘야 한다. 적성과 인성을 다시 검토해 보고 창업에 적합한지 아니면 취업을 해야 할지 진단과 진로지도를 해줘야 한다.

또한 창업가의 실패 지식을 국가 자산화해야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창업을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창업 실패라는 지식 자산을 적극적으로 축적하고 공유해야 창업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다. 창업 실패자에 대한 인적자원 관리, 그리고 실패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창업가의 인적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러한 창업 실패의 지식 자산이 국가적으로 축적돼 있을 때 관련 연구와 교육도 질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창업 성공률이 높은 혁신 국가가 될 것이다.

청년들이 안심하고 창업할 수 있어야 우수한 인재가 창업 전선에 뛰어들 것이다. 현재 우리의 청년들은 노량진의 비좁은 강의실, 원룸촌에서 공부하며 컵밥을 먹고 있다. 이들이 미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게 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게 하고, 창의성을 발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보게 하고, 또 실패를 통해 배우게 하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게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투자가 있겠는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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