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정규 학교과정을 통해 직업교육을 접할 길이 없었던 우리 학생들은 대학의 졸업 후 사회에 내던져진다. 엄청난 생태계를 가진 사회에서 나의 생태를 만드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그들은 저마다의 들은풍월로 스펙을 만들어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실업난은 취업의 길을 보통의 길이 아닌 매우 특별한 길로 만들어 놓았다. 몇몇 소수의 특별한 그들을 위한 그 길은 소위 S대학, 최고의 성적과 스펙 그리고 외국인 수준의 영어와 제2외국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탑재한 친구들의 길이다. 이들을 제외한 구직자는 기약 없는 취업의 길을 걸어야 한다. 먼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걷는 선배에게 노하우를 듣고 해당 직종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지금의 길을 다시 생각했을 것이란 말도 하는데 우리 사회의 취업의 길은 아직도 오래전 기성세대가 걸었던 그 길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각자 재능과 능력으로 갈 길을 찾고 여기에 운까지 따라주면 천직이 돼 정년퇴임의 그날까지 일터가 결정됐다. 그렇게 만난 동료는 내가 정년퇴직의 그날까지 함께할 동료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적어도 이렇게 정년퇴직이 보장되던 시절에는 동료애가 남달랐다. 요즘의 직장세계는 동료도 선후배도 일단은 남이다. 자신이 편한 일터여야 하고 자아를 구현할 수 없는 상황이면 과감히 근로자가 직장을 퇴사한다. 어렵게 구한 그 자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 버리고 돌아선다. 학교의 성적과 학원의 스펙, 언어를 위한 유학의 시간을 단번에 버릴 수 있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자신이 소중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부분 형제가 없이 혼자 자라거나 둘이 자라게 되는 가정의 환경이나 과거에 비하면 정원이 상당히 줄어든 학생들 속에 성장한 청년들은 그만큼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 주변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구해주고 환경을 만들어주다 보니 그들 스스로 해내는 일이 드물다. 따라서 어떠한 환경에 놓여져 자신이 그 속에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스스로가 모르는 것도 용납하기 힘들고 어색한 상황이나 복잡한 인간관계를 인정하고 풀기보다는 자신이 그 환경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이 직장이란 조직에 머물러 테스트하는 기간이 6개월에서 1년이다. 사실 회사란 조직의 입장에서 이 정도의 시간은 훈련기간이고 적응기간이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눈높이는 다르다. 각각의 사원은 저마다의 맡은 직무를 수행하며 조직을 위한 구성품이 돼야 한다.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함은 물론 뛰어난 아이디어로 회사의 서비스와 상품을 빛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계산적으로 생각하고 내가 받는 월급만큼만 나를 투입하려는 작금의 세대는 과거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회사 일에 매달리며 직무 이상의 일을 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던 기성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오늘의 청년들에게 그러한 일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성장했다.

기성세대가 요즘의 청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이든 부족함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던 기성세대들에게 주변은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기댈 수 있는 의지처가 아닌 내가 일으켜야 하는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달리기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반면 요즘 청년들은 스스로를 꾸미며 즐기는 것이 낙인 친구들이다. 직장을 다니려고 하는 이유도 자아실현이고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회사는 나를 발전시킬 도구로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가 자신의 사적 영역을 침입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 회사를 어떻게 다닐 것인가. 실제로 회사에 다닐 준비가 돼 있지 못한 청년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이 거쳐야 할 코스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일을 할지가 아니라 크고 반듯한 회사를 찾는 것이다. 회사가 가진 아우라를 좋아하고 그에 소속돼 있는 상태를 안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를 보면 직업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 중고교 과정에 포함돼 있다. 직업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단계별 체험까지 할 수 있다.

반면 우리의 학교는 입시일변도로 직업과 사회는 세미나처럼 몇 시간 영상 또는 강연자를 통해 간접경험할 뿐이다. 상당히 긴 시간을 직장과 함께 해야 하는 생태를 볼 때 우리는 이에 대한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직업 선택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내가 만족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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