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희 본지 논설위원/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조재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조재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최근 들어 미디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몇 년 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미디어 교육 지원법을 발의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두 명의 국회의원이 추가로 미디어 교육 지원법을 발의함으로써 미디어 교육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했다. 사실 미디어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최근 크게 증가했지만, 이미 여러 정부 관련 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해 왔다. 한국언론재단이나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는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고 교육이 필요한 곳에 강사를 파견해 왔다. 미디어 관련 연구자들 또한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분석해 왔으며, 여러 미디어 관련 학술단체(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에서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미디어 교육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디어 교육에 있어서 선진국으로 알려진 여러 국가들은 미디어 교육을 의무 교육화하면서 정규 교육과정에 법적으로 포함시키거나 권장함으로써 미디어 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와 프랑스에서는 미디어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 학년에 따라 수준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미디어 교육 수업에 참여하고, ‘읽기와 말하기’로 시작된 미디어 교육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판적 해석 능력’과 같이 보다 높은 수준에서의 능력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프랑스에서는 국립미디어교육센터인 클레미(CLEMI: The Centre de liaison de l'enseignement et des médias d'information)를 중심으로 교육부와의 연계를 공고히 하면서 학생 대상의 미디어 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같은 학생 대상 미디어 교육의 확장과 함께, 보편적 교육과 미디어 불평등 해소라는 관점에서 장애인이나 저소득층과 같은 미디어 소수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또한 개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언론재단이나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노인, 장애인 그리고 다문화 집단에 대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특히 미디어 교육과 관련된 여러 기관에서는 ‘생애주기별 교육’을 강조하면서 어린이, 청소년, 노인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화와 맞춤화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생애주기별 교육이자 보편적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교육 대상들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거나 높은 집단에 대해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미디어 교육은 초등학교 학생들에 대해서는 미디어 콘텐츠를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을,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주어진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그리고 노인들에게는 주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접근 및 활용 능력을 고양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애 주기별 교육에서 대학생을 비롯한 일반 성인에 대한 교육은 상대적으로 간과돼 있다. 일반 성인들은 이미 ‘접근 및 활용 능력’과 더불어 ‘비판적 해석 능력’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교육이 불필요한 것일까? 혹은, 디지털 미디어 교육의 최종 목표가 ‘시민성 고양’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학생을 비롯한 일반 성인들은 이미 충분한 시민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 교육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일까? 아니면, 어린이나 청소년 혹은 미디어 소수자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만도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그런 것일까? 물론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s) 혹은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s)들인 성인들은 미디어에 대한 접근 및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들의 비판적 해석 능력이나 사회 참여 능력에 대한 교육이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집단 내에서의 미디어 격차나 이념 격차 그리고 이로 인한 갈등을 고려한다면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들에 대한 미디어 교육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게다가 새로운 미디어가 끊임없이 개발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용되고 있지만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각 미디어가 이들의 삶에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성인들이 미디어의 일상적 이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념적 극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판단을 내리며 올바르게 대응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뉴스의 맞춤형 서비스로 인해 필터 버블이 발생해 이념적 편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일반 성인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기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생애주기별 미디어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학생을 비롯한 일반 성인에 대한 미디어 교육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철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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