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증가 추세, 최근 3년 중 최고 비율 4.6%p
‘SKY’마저도 연 1000명 이상 이탈, ‘반수’ 등 대입 재수험 때문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중도탈락 학생의 증가는 대학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대학에 다니다 만족하지 못해 둥지를 옮기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중도 탈락’ 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191개 대학 기준 지난해에만 9만 명이 넘는 학생이 다니던 대학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학사경고나 수업연한 초과 등 ‘징계’에 근거한 중도 탈락도 있지만, 중도 탈락자 태반은 등록·복학을 하지 않거나 자퇴한 사례였다. 선호도 높은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도 중도 탈락이 다수 발생하는 사실을 볼 때 전공이나 대학에 만족하지 못해 ‘반수’ 등을 택한 사례가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 관두는’ 중도 탈락…지난해 4.6% ‘증가 추세’ = 대학에 다니다가 그만 두는 ‘중도 탈락’ 학생이 증가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중도 탈락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91개 대학에서는 총 9만2607명이 중도 탈락했다. 전체 재적 학생 202만9903명과 비교하면 4.6%p로 2017년 4.1%p, 2018년 4.2%p에 이어 매년 탈락률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단순 숫자만 보더라도 2016학년과 2017학년 중도 탈락 학생은 8만5534명과 8만7521명으로 8만명대에 머물렀지만, 2018학년 들어서는 9만명대로 앞자리부터 달라졌다.

중도 탈락은 대학에 소속돼 있는 재적학생 중 학업을 중단한 사례들을 의미한다. 유형에 따라 △미등록 △자퇴 △미복학 △학사경고 △학생활동 △유급제적 △수업연한 초과 △기타까지 총 8개 사유로 구분 가능하다. 사유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특정 사유로 인해 ‘제적’됐고 대학을 떠났다는 점은 모든 중도 탈락 학생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도 탈락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어렵사리 진학한 대학에서의 학업을 중단하거나 다른 대학으로 적을 옮기는 것은 그만큼 대학에서의 학업·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교육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도 있다. 

대학들은 중도 탈락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 겨우 입학시킨 학생이 떠나가면 다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행·재정적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들이는 유·무형의 비용을 생각해 보면 대학에 있어 중도 탈락은 분명 손해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대학들의 사정과 별개로 교육 수요자들 입장에서 중도 탈락률은 대학 선택 시 활용 가능한 지표다. 신입생 충원율이 대학에 아직 입학하지 않은 수험생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지표라면, 중도 탈락률은 실제 대학을 다녀 본 ‘언니 오빠’들의 선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해당 대학을 경험한 선배들의 선택을 새겨 들어서 손해볼 것은 없다. 

특히 향후에는 중도 탈락률이 대학들의 ‘명운’을 쥐고 흔들 만큼 중요한 지표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교육부가 정원감축의 근거가 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있어 중도 탈락률과 관련 깊은 재학생 충원율 등의 비중을 강화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중도 탈락자가 발생하는 경우 대학은 편입학 등을 통해 이를 보충할 수 있지만, 4대 요건 확보 등의 제한사항이 있어 빈틈없이 자리를 채우기란 쉽지 않다. 결국 중도 탈락이 많이 발생하면 발생할수록 재학생 충원율은 낮아지기 쉽고, 이는 대학의 ‘흥망’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게 된다. 

■‘재정지원 제한’ 대학 중도 탈락률 높아…경주대 3명 중 1명 ‘이탈’ = 이처럼 중요한 중도 탈락 현황은 대학별로 ‘천차만별’이다. 중도 탈락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 학생이 중도 탈락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2018학년 가장 높은 중도 탈락률을 보인 대학은 경주대다. 이 대학은 전체 재적학생 2309명 가운데 32.1%p인 742명이 중도 탈락했다. 재학생 3명 가운데 1명 꼴로 중도 탈락이 발생한 것이다. 경주대 다음으로 높은 중도 탈락률을 보인 곳은 대구예대로 13.1%p를 기록했고, 이어 송원대(12.8%p), 한려대(12.4%p), 한국국제대(12.2%p), 제주국제대(11.6%p), 중원대(11.6%p), 신경대(11.3%p) 순으로 이어졌다. 

중도 탈락률이 높은 대학 중 상당수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실시된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교육부가 발표한 재정지원 제한 대학 명단을 보면, 경주대·한려대·한국국제대·제주국제대·신경대는 재정지원 제한 유형Ⅱ에 해당한다. 유형Ⅱ는 학자금대출이 전부 제한되고, 국가장학금Ⅰ·Ⅱ 모두 지원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불이익이 큰 곳이다. 대학을 다니는 데 필요한 재원을 전부 스스로 조달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이탈’을 결심하는 학생들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모든 재정지원 제한 대학의 중도 탈락률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현재 재정지원 제한 대학 유형Ⅱ는 모두 7곳. 이 중 부산장신대는 7.6%p, 창신대는 7%p로 전국 평균에 비해서는 높긴 하지만, 다른 유형Ⅱ 대학에 비해서는 비교적 낮은 중도 탈락률을 보이는 데 그치기도 했다. 

학자금 대출 50%p 제한과 국가장학금Ⅱ 제한을 받게 되는 재정지원 제한 유형Ⅰ대학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본역량진단 대상이 아니었지만, 2015년 실시된 대학구조개혁평가 당시 내려진 정원감축을 이행하지 않아 재정지원을 제한받게 된 예원예대가 11.1%p의 중도 탈락률을 보인데 이어 금강대가 10.6%p, 김천대가 8.6%p, 가야대가 6.9%p를 기록하는 등 대학마다 다소 편차가 존재했다. 

■중도 탈락 상당수 ‘재수험’…‘SKY’에서도 중도 탈락 이어져 = 중도 탈락은 사유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중도 탈락 사유 중 학사경고는 성적경고 등의 횟수가 누적된 것을 의미하며, 학생활동은 학생활동으로 인해 징계 제적을 받은 사례, 유급제적은 동일학년 유급회수가 누적돼 제적된 사례, 수업연한 초과는 수업연한이 경과해 제적된 사례를 각각 뜻한다. 기타 사유는 열거된 항목들 이외 사유로 제적된 경우 해당한다. 이러한 사유는 대학에서 내린 ‘징계’나 ‘처분’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타의적 중도 탈락’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휴학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복학하지 않은 미등록과 미복학, 스스로 학적을 포기한 자퇴 등 3개 사유는 경우가 다르다. 학생 스스로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중도 탈락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도 탈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자발적 중도 탈락’이다. 타의에 의한 중도 탈락은 그 경우가 많지 않다. 2018학년 중도 탈락자 9만2607명 중 자발적 중도 탈락이 아닌 사례는 4180명으로 4.5%p에 불과했다. 중도 탈락 학생 100명 중 95명 이상은 자의에 따라 중도 탈락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중도 탈락은 반수나 재수 등 대입 재수험과 관계가 깊다. 학자금 대출과 국가장학금 등이 잘 갖춰져 있기에 재정적 문제로 등록·복학을 못하거나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보다는 대학에 다니며 N수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경우 이러한 자발적 중도 탈락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입 재수험이 자발적 중도 탈락에서 비중이 크다는 것은 서울대를 비롯해 고려대와 연세대 등 ‘SKY’대학을 보면 확인 가능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가 집계한 2012학년부터 2018학년까지 7년간 현황에 따르면, SKY대학으로부터 나온 중도 탈락자는 매년 1000명을 웃돌았다. 특히 올해는 서울대에서 281명, 고려대에서 581명, 연세대에서 478명의 중도 탈락이 각각 발생해 최근 7년 가운데 가장 많은 1340명의 중도 탈락자가 나온 상황이다.

수험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이들 대학에서조차 중도 탈락자가 이처럼 나온다는 것은 ‘의대 열풍’으로 대표되는 의학계열에 대한 선호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학 2학년 교육과정을 마친 후 진학 가능한 약대 등에 편입학하는 사례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단순 전공·진로 등이 달라지면서 재수험을 택하는 사례도 존재할 수 있다. 

오 이사는 ”대학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도 중도 탈락이 나오는 것은 진로·적성, 목표 대학·학과 수준 등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며 서울대의 경우 반수를 해 의학·약학계열로 빠지거나 학과를 바꿔 입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반수해 서울대나 의학계열로 입학하는 학생이 많다”고 했다. 

■지역별 차이 큰 중도 탈락…수도권은 그나마 사정 나아 = 중도 탈락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대학에 대한 ‘불만족’이다. 교육환경이 훌륭하고, 자신의 진로적성에 부합하는 대학에 입학했다면 굳이 재수험을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도 탈락은 대학들의 전반적인 ‘교육여건’을 살피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SKY 못지않게 교육환경이 좋고 수험생의 선호도가 높은 포스텍이 0.5%p로 가장 낮은 중도 탈락률을 보인데 이어 GIST대학·UNIST·DGIST·KAIST 등 과기특성화대는 모두 2.3%p 이하의 낮은 중도 탈락률을 기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서울시립대·성균관대·이화여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서강대 등 교육여건이 좋기로 정평이 난 서울권 주요 대학들도 모두 3%p를 밑도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다만, 중도 탈락이 뜻하는 교육여건은 교육시설이나 교육과정의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적 여건’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도 탈락률이 낮은 것이 지리적 이점에 기인한 것인지, 잘 갖춰 놓은 높은 교육수준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도별 현황을 집계해 보면 수험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등은 탈락률이 낮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남 6.9%p, 경북 6.1%p, 경남과 전북 각 5.7%p 등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중도 탈락률을 보인 반면, 인천은 2.7%p, 서울은 2.9%p로 가장 낮은 수준의 중도 탈락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4.4%p로 서울·인천에 비해서는 높았지만, 전국 평균인 4.6%p보다는 낮은 중도 탈락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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