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대전보건대학교에서 '1주기 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 평가‧인증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허지은 기자)
27일 대전보건대학교에서 '1주기 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 평가‧인증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1주기 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 평가‧인증 설명회’에서 대학 관계자들은 현 인증 시행을 유예할 것을 촉구하고 학과 신설 대학에 대한 인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주장했으나 이를 청취할 당국인 보건복지부가 참석하지 않아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인증 기준에 대한 현장 의견수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쪽 설명회에 그쳤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한국보건의료정보관리교육평가원(원장 부유경, 이하 정평원)이 27일 대전보건대학교에서 설명회를 열고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인증안 시안과 계획을 전했다. 설명회에는 보건의료정보관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 학과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현재 교육부의 인정기관 지정 심사를 준비하고 있는 정평원은 이날 앞선 심사에서 교육부가 평가제도에 대해 지적한 사항을 설명하고 이를 반영한 개선안을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 ‘미참석’ 가운데 ‘인증 유예’‘인증 공백 해결’은 공허한 외침 = 이날 참석한 대학 관계자들은 평가‧인증 기준이나 계획보다 인증 시행 시점의 유예가 더 시급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9학년도와 2020학년도에 학과를 신설한 대학의 인증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안건은 대학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였으나 정작 행사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아 이날 관계자들의 의견은 전달되지 못한 채 논의에 그쳤다.

권기홍 전국대학보건행정교수협의회 회장(영남이공대학교 교수)는 “정평원을 통한 인증을 2년 유예해야 한다”며 “정확한 기준 없이 인증 기준을 만드는 것 보다 2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 역시 인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정평원을 통해 인증‧평가를 실시하고 2021학년도 입학생부터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날 참석한 이들 가운데 다수의 대학 관계자들 역시 비슷한 주장을 내며 한 목소리로 유예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계속되자 정평원 역시 인증 유예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입장을 전했다.

신설 대학에 대한 인증 문제제기도 있었다. 김덕영 부천대학교 교수학습지원센터장은 “부천대학교와 신구대학교, 인천재능대학교 등 보건의료정보관리사에 대한 법이 개정된 후에 학과를 신설한 대학들이 있다. 그러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법안이 시행되는 와중에 몇 개 대학의 학생들은 응시자격을 판단해 줄 주체가 없어졌다”며 문제의 시정을 요청했다.

대학가의 목소리는 높았으나 아쉬움도 남았다. 이날 설명회를 통해 현장의 의견이 표출됐지만, 계속되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증 유예 의견은 대학 현장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제시해 온 주요 현안 중 하나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아 이같은 대학 현장의 목소리가 직접 전달되지 못했음은 물론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박명화 정평원 사무국장은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설명회에 직접 초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행사가 진행된다는 점은 보건복지부에 알렸다”고 전했다.

전국보건행정교수협의회는 설명회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을 토대로 인증 유예에 대한 각 대학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관련 학과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 핵심사안 ‘학제분리’ 논의 이뤄지지 않아 = 이번 설명회는 교육부의 지적사항과 인증 기준 시안에 대한 대학 관계자들과의 논의도 불충분하게 이뤄져 반쪽자리 설명회에 머물러 아쉬움을 자아냈다. 핵심 논의 사항인 교육부의 ‘평가‧인증 학제 분리 실시’ 요구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부유경 원장은 평가‧인증제도 발표에 나서 교육부 인정 지정 심사 결과를 설명했다. 주요 개선사항은 △학제에 따른 평가기준 및 요소 분리 △정량적 평가지표 최대한 확대 △평가위원 전문성 확보 △1개 대학 당 평가위원 5명 확대 △학과별 평가 담당자 정년트랙교수로 지정 등이었다. 이 중 학제에 따른 평가기준 및 요소 분리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을 반영한 개선 지표가 소개됐다. 부 원장은 “‘학제 분리’ 항목은 연구를 통해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외에는 ‘학제 분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학제 분리란 현재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에서 2‧3‧4년의 다양한 학제로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교육과정이 이뤄지기에 각 학제에 맞게 분리된 평가 항목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대학마다 입장차와 해석이 다를 수 있고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해 대학 현장의 의견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

논의의 핵심 주제로 다뤄져야 했으나 이날 설명회의 초점이 평가 지표 시안과 계획 설명에 상당부분 할애돼 집중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현장의 대학 관계자들은 설명회의 진행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대학 교수는 “아직 정평원과 정평원의 평가지표안이 교육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 확정되지 않는 지표와 계획에 대해 계속 설명하는 것이 맞느냐”며 “이 자리의 성격을 공청회로 전환하고 평가지표에 대한 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 원장은 “우리 (정평원)은 이 자리를 공청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인증안과 변경 내용을 안내하기 위한 자리”라며 “인증을 받을 곳은 받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설명이 이어지자 현장에서는 야유가 일기도 했다.

한편 정평원은 이날 설명회 후 11월 중 다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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