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가톨릭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배상기 가톨릭대 교수

지난 9월 25일에 필자는 미국 미네르바 스쿨의 설립자이자 운영자인 벤 넬슨(Ben Nelson)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미네르바 스쿨은 현재 4년제 대학과는 다른 패러다임의 대학이다. 물리적인 강의실이 없이 온라인으로 강의와 토론식 수업을 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기숙사는 1년마다 새로운 국가로 이동하면서 다양한 나라를 체험하며 글로벌 역량을 높이고 있다. 2016년에는 326명 모집에 전 세계에서 1만6000명 이상이 지원했다.

벤 넬슨은 특강에서 자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명문대와 비명문대 등 두 개의 대학에 합격했을 때, 부모인 우리는 자녀에게 어느 대학에 진학하라고 권유할 것인가를 물었다. 명문대는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은 브랜드이고, 비명문대는 기업에서 원하는 수준으로 학생들을 아주 잘 가르치고 있는 대학이다.

벤 넬슨은 또 질문했다. 우리가 한 기업의 관리자가 돼 새로운 직원을 한 명 채용하기 위해서 최종 면접을 하는 상황이다. 한 명은 명문대를 졸업했고 성적이 좋았다. 그러나 면접은 잘 못 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았다. 면접관이 질문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며 대답도 불충분했다. 다른 한 명은 아까의 그 비명문대 출신이었다. 성적은 명문대 출신과 비슷했지만 면접을 잘했다. 면접관의 질문을 제대로 파악했으며, 대답도 요소별로 나눠 면접관의 질문을 해결하는 솔루션도 아주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벤 넬슨은 다시 물었다. 여러분이 관리자라면, 이 두 사람 중에 누구를 채용하는 것이 회사에 유익할 것이라고 판단할 것인가? 잠재가치가 있다고 기대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는 명문대 출신인가, 아니면 실제 직무에 적합한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 비명문대 출신인가? 벤 넬슨은 브랜드보다는 현장에 적합한 제대로 교육받은 인재가 중요하다고 했다. 제대로 된 지식을 배웠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도 했다.

현재 미국에 있는 많은 세계적인 기업에서는 성적이나 학위를 신입사원 선발의 필수 요건이자 절대적인 요건으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신 면접을 통해서, 업무의 적합성과 잠재능력 등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남들이 알아보지 못한 인재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물론 모든 기업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면접을 통해 사람을 선발하는 것은 학력과 성적의 위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며, 학력과 성적보다 적합성이 기업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인 코스트코(Costco)는 명문대학 졸업생들을 채용하는 것보다 지역 대학 재학생들을 파트타임 직원으로 모집하는 것이 재능 있는 젊은 인재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코스트코의 환경에 잘 맞는 사람임을 증명해 보이는 파트타임 직원들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인재를 길러 낸다는 것이다.

코스트코의 창업자 짐 시네갈은 이렇게 말했다.

“적합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는 직원을 채용할 때 대학 성적 증명서 따위의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기준 너머의 것을 봅니다. (중략) 코스트코에서는 근면성 같은 몇 가지 품성들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그런 품성들을 이력서로 어떻게 판단하죠?”(토드로즈, 《평균의 종말》 p.219). 코스트코는 브랜드보다 적합성으로 직원을 채용하므로, 직원의 적합성 교육을 위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대신 직원에 대한 복지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이다.

좋은 기업을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시킨 리더들은 한결같이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고 적임자를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부터 시작했다(짐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p.34). 사람의 브랜드보다 적합성을 보고 채용한 기업만이 위대한 기업이 됐다는 것이다. 학업적으로 브랜드를 갖추는 것은 좋다. 그러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적합성을 갖지 못한 브랜드는 기업이나 사회에서의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시대에 와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는 어디에 초점이 맞춰 가르치고 있는가? 브랜드인가 적합성인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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