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난도 상승, 국어·영어 고난도 유지…탐구·한국사 등도 ‘만만찮아’

(사진=한국대학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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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수능과 모평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이하 9월 모평)’ 채점 결과를 내달 1일 수험생들에게 통지한다고 30일 밝혔다. 개인별 성적 통지표는 접수처를 통해 수험생들에게 교부된다. 다른 시험과 마찬가지로 수험생 진학 지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영역별·과목별 등급 구분 표준점수, 도수분포 등의 자료도 함께 공개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번 9월 모평은 상당히 어려웠다는 게 중론이다. 수학이 지난해 수능보다 한층 어려워진 가운데 국어·영어도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아졌을 뿐 결코 쉽지 않은 시험이었음이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탐구영역 등도 결코 만만치 않은 난도를 보이며 수험생들이 골머리를 앓게 만들고 있다. 수시모집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을 비롯해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늘어나게 됐다는 점에서다. 

실 수능 난도를 놓고 여러 예상들이 나오지만, 일단 수험생들은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학습을 이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남은 기간 동안 기본적으로 어렵게 출제된다는 인식을 갖고 마무리 학습을 해야 한다. 쉬운 영역이라 하더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어려운 국·수·영…수학 어려워지고, 국어·영어도 만만찮아 = 수시 원서접수 직전인 이달 4일 실시된 가 예상보다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능이나 모평 난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은 △원점수 1등급컷 △표준점수 최고점 △만점자 비율이다. 1등급컷은 1등급을 구분하는 점수를 의미한다. 통상 시험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원점수 1등급컷은 낮아지고, 표준점수 최고점은 높아지며, 만점자 비율은 줄어든다. 시험이 쉬우면 반대로 전체 수험생 중 만점을 받은 비율이 늘어나며, 그만큼 시험을 잘 본 학생이 많아 원점수 1등급컷은 올라간다. ‘상대점수’ 개념인 표준점수의 최고점은 시험이 쉬우면 낮아지게 된다. 단, 절대평가로 시행되는 영어와 한국사는 일정 원점수 이상을 취득하면 동일한 등급이 주어지고 있어 1등급 비율을 난도 측정에 활용한다.

이같은 방법에 따라 30일 평가원이 공개한 ‘9월 모평 채점 결과’를 분석하면, 지난해 수능과 비교했을 때 수학은 가형과 나형 모두 어려워졌고, 영어는 엇비슷한 수준의 1등급 비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는 지난해보다는 1등급컷 점수나 만점자 비율 등을 볼 때 전반적으로 다소 쉬워진 양상을 보였다. 

수학을 제외하면 지난해 수능과 엇비슷하거나 다소 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어렵다’라는 평이 나오는 것은 지난해 수능이 워낙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어다. 국어는 지난해 수능보다 쉬워진 것이 맞다. 하지만, ‘상대적’인 난도 하락일 뿐 절대적인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지난해 치러진 2019학년 수능에서 국어는 만점자가 겨우 0.03%에 그치고, 원점수 1등급컷이 84점까지 내려앉으며 ‘역대급’ 난도를 선보였다. 국어가 수능 전반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국어 수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올해 9월 모평 국어 만점자 비율인 0.12%는 이토록 어려웠던 지난 수능과 비교했을 때 쉬워진 것에 불과하다. 만점자 비율이 늘어난 것만 보고 ‘쉬운 국어’였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0.12%의 만점자 비율은 지난해 수능에 더해 올해 6월 모평의 0.01%, 2017학년 9월 모평의 0.1%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른 지표들을 봐도 국어의 절대적인 난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표점 최고점인 139점은 2017학년 수능과 같을 뿐 2018학년 수능에 비하면 높다. 원점수 1등급컷인 90점도 2017학년이나 2018학년에 비하면 다소 낮다. 임성호 대표는 “국어 표준점수 139점은 최상 난도 수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수능에서 5.3%의 1등급 비율을 기록한 영어는 올해 9월 모평에서 5.88%로 큰 차이 없는 1등급 비율을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 수능보다는 다소 쉬워졌다는 인상마저 준다. 하지만, 이는 국어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다. 

영어는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 못지않게 화두로 떠올랐던 영역이다. 절대평가 체제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흔히 ‘주요 과목’으로 일컬어지는 국어·수학·영어 중 영어가 유독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것은 ‘학습 부담’과 ‘사교육 유발’ 등을 이유로 한다. 원점수 90점 이상만 받으면 1등급을 줌으로써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자연스레 영어 사교육도 잡겠다는 의도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같은 취지는 첫 해만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지켜졌다. 2018학년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10.03%로 상대평가 시절 4%까지 1등급을 줬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이같은 모습은 단 한 해만에 사라졌다. 지난해 수능에서 1등급이 5.3%로 ‘반토막’났기 때문이다. 누적 비율 4%까지 1등급을 주되 ‘동점자’까지는 전부 1등급을 주도록 돼 있어 실제 1등급은 4%보다 늘어나게 되는 수능 특성을 고려하면, 5.3%는 상대평가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1등급 비율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 상대평가로 치러진 앞선 수능에서도 2010학년(5.31%), 2012학년(6.53%) 등은 지난해 수능보다 1등급 비율이 높았던 바 있다. 

올해 9월 모평 영어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과 엇비슷하다는 것은 결국 ‘상대평가’ 시절과 큰 차이 없는 영어가 또 다시 재현됐음을 의미한다. 6월 모평에서 1등급 비율이 7.76%로 늘며, 지난해 수능보다 1등급 비율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도 거리가 있다. 임성호 대표는 “절대평가(인) 영어는 지난해 수능, 9월 모평 모두 상대평가 때와 동일한 난도”라며 “이러한 난도 기조를 끝까지 유지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수학마저 어려웠다는 게 문제다. 가형과 나형 모두 원점수 1등급컷은 지난해 수능과 같은 92점과 88점을 기록했지만, 다른 지표들을 보면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0.39%에서 0.37%로 만점자 비율이 줄었고, 표준점수 최고점도 133점에서 135점으로 높아졌다. ‘문과’에서 주로 선택하는 나형도 만점자 비율이 0.24%에서 0.19%로 줄었고,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에서 142점으로 높아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고점이 상승하고 만점자 비율이 감소하는 등 최상위권을 가르는 고난도 문항을 통해 상위권 변별력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수학이 한층 어려워진 가운데 국어와 영어가 여전히 높은 난도를 보이면서 이번 9월 모평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9월 모평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변별력 있는 시험”이라고 했다. 임성호 대표도 “국어와 수학, 영어(가) 모두 어려운 수능 기조를 유지(했다)”고 의견을 더했다. 

■다른 영역들도 어려웠다…어려운 수능 기조 이어질까? = 주요 과목 외에도 9월 모평은 전반적으로 쉽지 않았다. 탐구영역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소장은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다”고 했다. 

물론, 과목에 따른 차이는 존재했다. 현재 사·과탐은 사탐의 경우 9과목, 과탐의 경우 8과목이 출제되고 있다. 수험생은 이 중 한 계열을 택해 최대 2과목까지 선택해 응시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모든 과목의 난도가 동일하게 맞춰질 수 없는 구조다. 올해 9월 모평의 경우 사탐에서는 법과 정치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76점으로 가장 높았고, 세계지리가 66점으로 가장 낮았다. 과탐은 지구과학Ⅰ이 77점, 물리Ⅰ이 66점으로 각각 표준점수 최고점과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 소장은 “대체로 어렵게 출제됐지만 과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고 덧붙였다. 

필수 응시 과목이며, 영어와 더불어 절대평가로 시행되고 있는 한국사도 다소 어려웠다.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임성호 대표는 “한국사도 다소 어렵게 출제되고 있다. 1등급 비율이 지난해 수능 36.5%에서 6월 모평 24%, 9월 모평 28.7%(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요과목은 물론이고 탐구·한국사까지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된 9월 모평은 무엇을 의미할까. 입시기관들은 ‘변별력 확보’에 대한 평가원의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봤다. 임성호 대표는 “국어와 수학, 영어가 모두 어렵게 출제됐고, 영어도 상대평가 수준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운 기조”라며 “9월 모평 결과까지 보면 올해 수능에서도 기본적인 변별력은 확보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집중 대비해야 할 과목들도 엿보인다. 이영덕 소장은 “9월 모평을 기준으로 보면 인문계는 국어와 수학 나형, 자연계는 수학 가형과 과탐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물론 9월 모평 난도가 ‘실전’인 수능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영어가 그렇다.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2년간의 양상을 보면 영어는 항상 ‘롤러 코스터’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2018학년의 경우 영어 1등급 비율은 6월 모평 8.08%에서 9월 모평 5.39%로 급격히 줄었다가 수능에서 10.03%로 늘어났다. 2019학년에는 이와 반대였다. 6월 모평 당시 4.19%로 낮았던 영어 1등급 비율은 9월 모평에서 7.92%로 늘어난 후 수능에서 5.3%로 다시 줄어들었다. 

이같은 흐름이 올해도 되풀이 된다면 수능에서는 영어 1등급 비율이 5.88%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모평과 수능마다 난도가 ‘널뛰는’ 것이 다른 영역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어·수학·탐구 등에서도 난도 하락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급작스레 수능이 쉬워지는 것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급작스런 기조 변화는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이 절대적인 난도도 높았지만, 한층 더 큰 ‘멘붕’을 수험생들에게 선사했던 것은 갑작스레 출제 기조가 달라졌다는 데 있다. 6월 모평까지만 하더라도 높았던 난도가 9월 모평 들어 낮아지더니 정작 수능에서는 갑작스레 높아지면서 큰 혼란을 불러오게 됐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9월 모평에서 선보인 높은 난도가 갑작스레 낮아지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임성호 대표는 “상대평가에서는 난도 불규칙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발생시킨다. 쉽든 어렵든 수험생 입장에서는 성적 결과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난도를 고르게 하는 것이 수험생 입장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데 혼란이 없다”며 “평가원에서 이번 9월 모평의 어려운 출제 기조를 문제 삼아 지나치게 쉽게 출제한다는 쪽으로 출제 방향을 선회하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수능 ‘D-45’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어려운 수능’ 염두 = 이제 수능까지는 45일의 시간이 남았다. 어떻게 앞으로 학습을 이어나가야 보다 성공적인 결과를 받아들 수 있게 될까.

전문가들은 먼저 ‘어려운 수능’을 염두에 두고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성호 대표는 “올해 수능은 지난해만큼 어렵게 출제된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영어 최상위권 학생들도 학습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수능 대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만기 소장은 “모든 수험생이 똑같이 노력하고 있기에 수능에서 점수를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원 성향 등에 따라 수능을 대비하는 것도 전략”이라며 “수시에 집중한다면 수능최저 적용 여부를 분석해 지원한 대학들을 그룹별로 분류하면, 어느 영역에서 얼마나 성적을 올려야 하는지 명확해지기에 학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정시에 집중하는 수험생은 영역별 가중치나 가산점 등을 분석해 강점은 더욱 강하게, 약점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정시모집이 실시되기 전 수시모집에서 ‘승부’를 끝내려 하는 수험생이라 하더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수능최저가 있기 때문이다. 이영덕 소장은 “올해는 수험생 수 감소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수시모집 지원자들도 수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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