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사업비 회계를 두고 간접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었지만, 이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간접비 항목이 없더라도 대학이 원하는 사용처에 사업비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간접비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무의미한 논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간접비 항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이 나온 뒤부터 곧장 제기됐다.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사업)에서 간접비 항목이 있었던 만큼, SCK 사업이 종료되고 곧장 진행된 전문대학 재정지원사업인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에도 간접비 사용이 가능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을 교비회계로 집행하는 대학들이 있고, 교비회계로는 간접비를 집행할 근거가 없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접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9월 3일 열렸던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발전협의회(이하 혁신협의회) 총회에서다. 이날 정회승 혁신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사업에 참여하는 각 전문대학 사업책임자들로부터 간접비에 대한 많은 문의를 받았다고 전하며 “사업 기본계획에 ‘간접비 불가’로 돼 있어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추진해 볼 수는 있다” “간접비를 받기 위한 전제조건은 사업에 참여하는 97개 전문대학이 모두 산학협력단 회계로 사업비를 편성해야 하는 것이라는 한국연구재단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회승 회장은 “현재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은 각 대학의 자율혁신사업이라고는 하지만 국고를 쓰다보니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있다”며 간접비 주장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사업비 회계를 교비회계로 집행하고 있는 대학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산단회계로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몇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간접비가 사업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같은 추세에 더욱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우선 간접비 항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간접비가 인건비로 활용이 가능하고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기에 △비정규 프로그램 참여 교원에 대한 인센티브성 인건비 지급 △사업 참여 구성원을 위한 인센티브 △산업체 방문 등 사업 운영 시 필요한 활동비 △해외 벤치마킹 등 연구 활동비 △추가 예산 필요 시 긴급 투입 비용 등을 간접비로 집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 항목들은 현재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비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A 전문대학 사업책임자는 이러한 비정규를 포함한 교육프로그램 참여 교직원을 위한 인센티브 비용과 해외 벤치마킹 등을 위해 간접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사업비 집행기준 정의서를 개정하면서, 사업 목적에 부합하게 쓰고 사업계획서에만 잘 명시하면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참여하는 교직원에게도 인센티브를 줄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이 6월 개정해 발표한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편성 및 집행기준 정의서’를 보면 사업 목적에 부합하고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교육과정 및 프로그램 개발 운영 관련 사항에 대해 사업비 집행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에 더해 B 전문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사업에 참여하는 교직원이 능력이 뛰어나거나 이들을 독려하기 위해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면 (사업비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게 아닌) 연봉을 올려 주는 게 맞다. 기존 교직원에 대한 급여를 사업비로 지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기존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함께할 교직원이라면 학교에서 이들을 위해 투자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해외연수 역시도 ‘사업 목적 및 사업 계획과 관련없는 해외연수 지원 프로그램’은 집행 제한이라고 했지만, ‘사업 관련 해외 어학연수, 직무연수 등 해외연수와 관련해 지원 절차 수립 및 지속적인 성과 관리 피드백을 전제로 사업 목적에 부합할 경우 집행 가능’하도록 돼 있어 간접비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그뿐만 아니라 정의서에는 현장실습, 공동교육과정 참여, 산학협력을 위한 기술지도 등 사업에서 계획한 산학협력 활동 운영 비용에도 사업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에 지급되는 대가성, 현금성 비용(선물비, 상품권 등)은 집행이 불가하지만 산학협력, 현장실습 등을 위해 기업의 실습관리자 등에 대해 공직자 윤리법 및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사업 관련 기념품은 제공 가능다고도 돼 있다.

A 전문대학 사업책임자는 “우리 대학은 교비회계로 사업비를 편성, 집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변경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산단회계로 변경하자는 주장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역설했다.

B 전문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사업비 집행기준에 기타사업 운영경비가 있어 운영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이나 심지어 홍보비, 도서구입비로도 쓸 수 있다”며 간접비가 필요한 이유가 불충분함을 추가로 지적했다. 실제로 기타사업운영경비는 교육부가 간접비 항목의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1월 30일 있었던 기본계획 설명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항목으로 집행이 어려운 경우는 기타 사업 운영 경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간접비가 필요하다는 이들의 주장 중에는 사업 회계연도가 지나도 이월이 가능해 산단 직원의 인건비 등 산단 운영비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전문대학 산단에는 더욱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C 전문대학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전문대는 일반대에 비해 산단 사업이 적고, 또 산단은 사업이 들쑥날쑥해 교비회계에 비해 산단회계 수입도 불안정한 편”이라며 혁신지원사업의 산단회계 집행과 간접비 항목 편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A 전문대학 사업책임자는 “전문대학 산단의 어려움을 공감하더라도, 그렇다면 산단에서 할 재정지원사업이 새롭게 생겨나야 하는 것이지, 그렇다고 혁신지원사업을 산단회계로 돌리자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B 전문대학 기획처 관계자는 “물론 산단회계보다 교비회계로 사업비를 쓰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는 있다. 사업비를 쓰려면 사업추진위원회를 때마다 열어야 하고 절차도 복잡하다. 번거로움이 있다”면서도 “그런 이유로 이미 시작된 사업이 회계를 바꿀 필요까지 있는지 모르겠다. (간접비 논의는) 소모적인 논쟁이라 본다. 간접비가 학생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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