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우 가톨릭대 학생지원팀장

요즘 대학생들의 대학문화를 이야기할 때 ‘에브리타임’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줄여서 ‘에타’라고 부르는 이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는 현재 375만 대학생이 가입하고 전국 400개 캠퍼스에 커뮤니티가 개설돼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다. 요즘 대학생들은 에타에서 정보를 얻고, 소통하며, 때때로 상처받기도 한다.

학교 이메일이나 학생증 인증을 통해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학교 학생들로만 구성된 폐쇄형 커뮤니티이면서도 실명을 밝힐 필요가 없는 익명성이 에타의 특징이다. 강의시간표 짜는 서비스로 시작한 에타는 중고교재 장터, 강의정보 교환 등 대학생활 정보 게시판으로 확대되더니 이제는 무수한 익명 게시글이 올라오는 학내 온라인 여론 광장이 됐다.

에타에는 학생들이 대학생활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보들이 많이 올라온다. 대단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오늘 무슨 옷을 입고 나가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들어 볼 수도 있고, 친구나 부모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에타의 문제는 익명성이 갖고 있는 명(明)과 암(暗)에서 출발한다. ‘고드윈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온라인에서 논쟁이 길어지면 상대방을 히틀러나 나치에 비유하는 발언이 나올 확률이 100%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에타에서는 나를 드러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보니 여과되지 않은 극단의 언어들이 무분별하게 배설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익명 게시판에는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나 여성, 성소수자, 외국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글이 넘쳐난다. 누군가에 대한 부정확한 사실이 미처 검증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댓글들을 통해 사실로 굳어지고 여론 재판으로 치닫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비난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모두 같은 학교 사람이다 보니 마음의 상처와 후유증도 더 크게 남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브리타임의 병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커지고 있다. 학생들도 에타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학생들은 에타 앱을 휴대폰에서 지우지 못한다. 그래도 에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셀프 계산대, 코인 노래방, 무인 카페, 챗봇 등 사람을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는 ‘언택트(Untact)’ 사회가 오고 있다. 타인을 직접 대면하는 것은 점점 불편한 일이 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불편한 소통’ 대신 ‘쿨한 단절’을 선택하고 있다.

스스로 필요에 의해 ‘자발적 아싸’를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이러한 비대면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친구 선후배와 오프라인에서 교류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에타와 같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어쩌면 대학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 도구일지도 모른다.

에타의 문제는 에타가 없어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의 대나무 숲이 사라져 가고 에타가 그 자리를 채웠듯, 언젠가 에타도 다른 소통 플랫폼에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 문화에서 정보를 찾고 소통을 갈구하는 학생들의 욕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대학생 온라인 플랫폼의 건전한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이용 학생들의 성찰과 자발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데일 카네기는 “비난이란 집비둘기와 같아서 언제나 자기 집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익명성에 숨으면 그 비둘기가 나를 찾아오지 못할까? 학생들이 에타에 접속할 때 한 번씩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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