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하이브레인넷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
1004명 참여···강사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8월 1일부터 시행됐다. 2011년 12월 30일 제정된 뒤 무려 8년 만이다. 4차례의 시행 유예가 보여 주듯이 강사법 시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 이후에도 혼란과 우려가 여전하다. 따라서 강사법은 시행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완성까지 개선과 보완이 요구된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http://www.hibrain.net)은 강사법의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강사들을 대상으로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8월 14일부터 9월 1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고 1004명의 강사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강사법 시행 이후 강사 대상 설문조사로는 최대 규모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의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는 총 3회에 걸쳐 연재된다. 1회와 2회에서는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연속 게재한다. 이어 3회에서는 강사법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과제와 방안을 제시한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의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가 강사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았다는 점에서 강사법 시행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사 70% 이상, 강사법 불만족 = 국회 교육위원회는 2일 교육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강사법 시행 이후) 대학들이 대란이 일어났을 것 같은데 잠잠하다. 지금쯤 시간강사가 아우성칠 때 아닌가. 조용한 이유가 뭔가. 강사들이 사회적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 건 어떤 의미인가. 조금 수입이 줄어들었을지언정 신분보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질의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해석하면 강사들이 강사법에 만족한다는 것. 바로 신분보장 때문이다. 현실은 어떨까? 강사들이 신분보장을 이유로 강사법에 만족하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까? 대답은 ‘No.’

‘8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현행 강사법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가’는 질문에 강사들은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50.9%) △만족하지 않는다(26.4%) △보통이다(14.3%) 순으로 응답했다. 이어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의 신분이 안정되리라 생각하나’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47.8%) △그렇지 않다(30.9%) △보통이다(11.7%) 순으로 응답했고 ‘강사법 시행으로 강사의 처우가 개선되리라고 기대하나’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45.3%) △그렇지 않다(31.6%) △보통이다(11.7%) △그렇다(9.7%) 순으로 응답했다.

결국 설문조사는 강사 70% 이상(응답비율 기준)이 ‘강사법에 만족하지 않고, 강사법 시행으로 신분이 안정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처우가 개선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강사들은 강사법에 만족하기 때문에 침묵하는 것이 아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끊임없이 보내고 있는 것이다.

강사 축소, 내정자 채용 지적 = 강사법의 주인은 강사다. 그런데 강사들이 강사법을 불신하고 있다. 강사 축소가 최대 이유로 꼽힌다. 강사들은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강사 축소를 1순위로 꼽았다.

강사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교육부의 ‘2019년 1학기 대학 강사 고용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8년 1학기 대비 2019년 1학기에 7834명(13.4%)의 강사가 강의 기회를 상실했다. A 강사는 “현행 강사법은 결과적으로 대규모 강사 해고로 귀결됐다. 대학들의 선제적 구조조정과 맞물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사법 문제점의 2순위는 내정자 채용이다. 강사법은 공개채용을 규정한다. 대학들은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2019년 2학기 강사를 공개채용했다. 그러나 무늬만 공개채용이라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B 강사는 “대부분 내정자가 있다. 공채 의미가 무색한 공채였다. 평가기준 공개를 요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 학습권 침해가 3순위를, 국가 연구력 저하가 4순위를, 기타가 5순위를 각각 기록했다.

기타 의견에서는 시수 제한이 주목된다. C 강사는 “대부분 학교가 6학점으로 제한하고 있다. 6학점을 강의할 경우 최저 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시수 제한은 강의시간 축소와 연결된다. ‘강사법 이전에 주당 강의시간은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4~6시간(32.9%)이 가장 많았다. 이어 10시간 이상(31.2%), 7~10시간(25%), 3시간 이하(10.9%) 순이었다. 반면 ‘강사법 시행 이전과 이후에 귀하의 주당 강의시간 변화는 어느 정도인가’ 질문에 5~10시간 감소(43.1%)가 가장 많았다. 이어 거의 동일(38%), 10시간 이상 감소(8.8%), 5~10시간 증가(8.3%) 순이었다. 강사법으로 강사 축소가 현실화되고, 시수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에 강사들 입장에서 이중고가 불가피하다. 또한 “강사법 시행 이전이 더 좋았다. 자율성을 달라. 3년 계약, 4대보험 제공, 방학 임금 지급 필요 없다. 매학기 계약만으로 간단히 특별채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강사도 많다”, “대학은 대학대로 강사는 강사대로 행정력 낭비다”, “강사법 회피를 위해 초빙·겸임교수가 증가하고 있다”, “제출 서류가 과다하다” 등이 기타 의견으로 제시됐다.

공개채용 불신, 소청심사 부정적 = 강사법 시행 문제점으로 내정자 채용이 2순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강사들은 ‘강사법에 따라 강사를 공개채용하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32.4%) △그렇지 않다(32.5%) △보통이다(26.1%) 순으로 응답했다.

역시 내정자 채용이 최대 이유로 지적됐다. 2순위는 지원서류 과다, 3순위는 공고기간 부족, 4순위는 행정처리 미숙으로 나타났다. D 강사는 “공개채용이라고 하지만 어떠한 기준에서 누가 채용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떤 대학은 아예 1차 서류심사를 통과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 강사는 “공개채용 원칙이 오히려 많은 강사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F 강사는 “대학별로 다른 전형방식과 일정 때문에 여름 방학 내내 지원서 만들기밖에 못 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G 강사는 “각 학교마다 온라인 지원양식이 달라 매번 40년 전 대학졸업장을 꺼내 놓고 입력해야 한다. 불합격자에게 아무것도 공지하지 않고 합격자에게만 연락한다. 매일 밤 강사채용공고를 보면서 방학 내내 마음고생하며 중노동을 했다. 강사를 위한 법이 아니라 학생 수 감축에 따른 대학과 교육부의 편의주의 교육정책이다. 강사는 매일 밤 자괴감을 갖는다”고 호소했다.

강사법에 따라 강사 임용은 1년 이상을 원칙으로 3년까지 재임용 절차가 보장된다. 단, 재임용 심사 결과에 따라 재임용 탈락이 가능하다. 대신 강사에게 소청심사(공무원이 불리한 처분이나 부작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이의를 심사하고 결정하는 행정심판제도) 청구권이 인정된다. 이에 강사들은 임용과 재임용 과정에서 부당성을 느낀다면 소청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강사 입장에서 대학을 상대로 소청심사를 청구하기 어렵다. 신분상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강사들은 ‘강사채용이나 재임용 과정이 부당하다고 느껴지면 소청심사나 행정소송으로 대처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30.9%) △보통이다(28%) △그렇다(18.3%) △매우 그렇다(11.4%) △매우 그렇지 않다(11.4%) 순으로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의 통합 응답비율은 42.3%다. 반면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의 통합 응답비율은 29.7%다. 부정적 응답비율이 더 높다. 소청심사 청구권이 인정되지만 강사에게 ‘그림의 떡’이다.

강사법 재개정, 강사료 현실화 주문 = 강사들이 강사법 시행으로 오히려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취지는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아이러니컬하다. 강사법 재개정이 시급하다. 강사들은 ‘강사법이 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향후 시급한 개선사항이 무엇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강사법 재개정을 1순위로 꼽았다.

H 강사는 “시수 제한 개정이 시급하다. 6학점, 즉 6시간 제한은 강사의 생계에 타격을 크게 입힌다. 강사법 취지는 한 사람에게 강의가 몰리는 걸 막는다는 것이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한 사람이 다 맡지 않는다. 강사노조에서는 6학점씩 여러 학교에서 강의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강사법 시행 이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I 강사는 “머리로만 만든 법이 아닌 강사 현실에 맞는 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J강사는 “어설픈 신분보장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강사는 프리랜서에 불과하고 정교수가 아니다. 신분보장을 억지로 강요하면 대학들이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K 강사는 “강사법은 직업적 안정성을 제공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4대 보험은 물론이거니와 제반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 이러한 정책에는 사례와 경험적 문제점을 다양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이러한 것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2순위는 정부재정지원이 기록했다. 다만 강사들은 정부재정지원 방향이 강사료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강사들은 ‘강사법 시행에 따라 필요한 정부재정지원사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강사료 지원을 1순위로 응답했다. 그렇다면 강사들은 시간당 적정 강사료를 어느 정도로 생각할까? ‘귀하가

생각하는 시간당 적정 강사료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10~15만원(49.9%)이 1위를 기록했고 5~10만원(38.4%), 15만원 이상(10.9%)이 뒤를 이었다. K 강사는 “강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강사료의 현실화다. 이게 우선되지 않으면 (강사)법은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2회에서 설문조사 교차 분석 결과와 추가 문항 분석 결과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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