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대화고 교사

교육부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입학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 13곳을 대상으로 학종을 포함한 입시제도 전반 실태를 조사한다고 9월 26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건국대, 광운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곳이다. 

한창 수시전형이 실시되는 대학 입장에서는 학종 실태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모집 비율을 늘리기 위해 주요 대학에 교육부 차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 강제 조정하려한 사건은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학이 인재상과 교육목표에 걸맞은 인재를 뽑도록 그냥 내버려두고 지켜보길 간곡히 제안한다. 대학교육의 주체는 대학이다. 더 이상 고교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정부에서 대학의 선발권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자. 그래야만 복잡하게 얽혀버린 대입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수시모집 적정 비율에 대한 198개 대학(2019년 8월 기준)의 속내는 동상이몽이다. 국립, 국립대법인, 사립, 사립산업대, 교육대마다 대학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규모, 특성 등이 다른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수시, 정시모집 비율과 학종 비율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지역의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은 학생부 교과전형이 매력적인 전형일 것이고, 내신 성적이 엇비슷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서울 주요 대학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에 방점을 찍을 것이다. 남의 생각이 아닌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역량을 중요시하는 대학이라면 논술전형, 면접전형 그리고 자기소개서도 중요한 평가요소다. 사실 자기소개서와 구술면접은 지원자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자기소개서와 면접 폐지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또한 입학사정관 숫자가 충분하지 못한 대학들이나 고등학교 내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정시모집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학의 속사정은 저마다 다르다. 대학에 학생 모집권이 아닌 진정한 선발권을 줘서 그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대학의 선발권을 존중하고 교육부는 과정의 공정성만을 감시하면 된다. 학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입학사정관의 신분 안정성 문제다. 2년마다 대학을 옮겨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성과 책무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학종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입학사정관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전임 입학사정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종으로 뽑는 인원을 매년 늘리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 현재는 대학의 평가 역량 이상으로 학종으로 많은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정규직 전임 입학사정관 비율에 따라 학종 선발인원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학종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학교생활기록부 항목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필요 없는 항목은 없애고 중요한 항목은 기재 가능한 글자 수를 늘리고 제한 조건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 

점수 1점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수능이 과연 미래 사회에 적합한 평가 도구인지, 과열 경쟁과 과잉 변별의 수능 시대로 되돌리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성찰도 필요하다. 학종에 대한 대안 없는 비판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한 학생부의 재구조화와 입학사정관 등 평가자의 신분 안정화 등 개선책을 강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또한, 수시와 정시모집 적정 비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대부분 OECD 국가는 대입 선발 때 정성평가를 매우 중요한 전형요소로 사용한다.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대는 ‘공정성’으로 대학을 압박하기보다는 대학의 다양한 선발권을 적극 보장해 주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론에 밀려 수시․정시모집 비율을 끼워 맞추도록 대학에 강제한다면, 고무줄 잣대 같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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