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63개 대학에서 ‘부모-자녀’ 수업…수강생이 자녀면 ‘사전신고’ 도입대학 55% 그쳐
부정사례 조치는 미온적…박경미 의원 “학점관리 투명성 위해 관련 규정 강화 해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A대학 이모교수의 아들과 딸은 아빠와 같은 학교, 같은 단과대에 재학중이다. 아들은 아빠의 수업을 총 7과목 듣고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딸도 아빠의 수업을 총 8과목 듣고 1개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았다. 평균평점은 4.4. 그러나 아빠의 수업을 제외하면 딸의 평균 평점은 3.4점에 불과 했다. 이모 교수의 자녀들은 전과를 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아빠의 수업을 들었다. 심지어 아빠에게 동일과목을 중복 수강하는 방법으로 A+를 받기도 했다.

163여개 대학에서 교수와 자녀가 함께 재직 또는 재학하며 자녀가 부모의 강의를 듣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학판 숙명여고’ 사태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5년간 638명이 부모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 학점관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등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 교수-자녀 간 수강 및 성적부여 등 학사 운영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4개 대학(조사학교 수) 중 163개 대학에서 교수와 자녀가 함께 재직 또는 재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학의 88.6%에 달하는 숫자다.

표1. 2014~2018 교수-자녀 동일 대학 재학현황 [자료 = 교육부 제출자료 가공]
표1. 2014~2018 교수-자녀 동일 대학 재학현황 [자료 = 교육부 제출자료 가공]

특히 교수 583명은 자녀 599명(2명 이상 포함)과 같은 학과에 소속돼 있었다. 이중 부모의 수업을 들은 학생은 376명(62.8%)이었다. 1과목만 수강한 학생이 120명 △2~7과목 222명 △8~9과목 26명으로 무려 11과목 이상을 들은 학생은 8명에 달했다. 강의를 듣지 않은 학생은 221명이었다.

반면 다른 학과지만 교수인 부모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부모와 다른 학과 소속인 교수 자녀 총 2494명(교수 2347명) 중 262명(10.5%)이 해당한다. 이중 1과목을 들은 학생이 147명 △2~7과목 110명 △8~10과목 3명 △11과목 이상 2명으로 나타났다. 수강하지 않은 학생은 2017명이었다.

표2. 2014~2018 교수-자녀 수강 현황  [자료 = 교육부 제출자료 가공]
표2. 2014~2018 교수-자녀 수강 현황 [자료 = 교육부 제출자료 가공]

이번 조사에서 총 5개 학교, 13건의 부정사례가 확인됐으나 조치가 진행중인 3건을 제외한 나머지 10건에 대해서는 모두 주의, 경고와 같이 낮은 수준의 처분에 그쳤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서울과기대 교직원의 자녀 수강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직후, 각 대학에 ‘교수-자녀 간 강의 수강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 한 바 있다. 그러나 각 대학의 권고안 이행여부를 확인한 결과 상당수 학교는 관련 권고안을 미이행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자녀간 동대학에 다니면서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의 강화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사전신고제’다. 하지만 수강생이 자녀일 경우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사전신고제’를 도입한 학교는 전체의 55.1%, 위반교원에 대한 제재조치 규정을 마련한 학교는 44.4%에 불과했다.

표3. 교수-자녀간 강의 수강 공정성 강화 권고안 이행 현황 (단위 : 개, %),  [자료 = 교육부 제출자료 가공]
표3. 교수-자녀간 강의 수강 공정성 강화 권고안 이행 현황 (단위 : 개, %), [자료 = 교육부 제출자료 가공]

박경미 의원은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소속돼 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교수가 시험출제, 성적평가 등의 전권을 가진 상황에서 자녀가 부모의 수업을 수강하고 부모가 자녀의 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교육부의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대학의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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