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주요 로스쿨 지방인재 선발 확대 정책 필요 주장
비율 등 강제 개선 시 문제점 우려, 지방인재 기준부터 바로 세워야

(사진=중앙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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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수도권 내 주요 로스쿨 등에 최근 3년간 입학한 신입생의 출신을 분석한 결과 서울 소재 대학을 뜻하는 ‘in서울(인서울)’ 대학을 나온 학생들의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비수도권인 지방 소재 대학 출신 수험생은 소수에 그친 탓에 수도권 로스쿨들이 지방 인재 선발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지방 출신이 적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비율을 늘리는 경우 생겨날 문제점들을 살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수 수험생이 인서울 대학을 선택하도록 돼 있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출신 대학을 기준으로 ‘지방’ 여부를 따지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학부를 ‘출신지’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 서울에서 중·고교를 나왔지만, 학부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 지방에 가는 학생들이 오히려 배려를 받게 되는 ‘역차별’ 우려가 있다. 

■주요 서울·수도권 로스쿨, 지방대 출신 ‘100명 중 1명 밑돌아’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서울·수도권 주요 로스쿨 입학자 가운데 비수도권 출신 입학자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 현황 가운데 일부만 존재하는 건국대·연세대·중앙대를 제외하고,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아주대 △이화여대 △인하대 △한국외대 △한양대까지 10개 서울·수도권 로스쿨에 최근 3년 동안 입학한 2648명 중 지방 소재 대학 출신은 고작 74명에 불과했다. 

이 중 지방에 위치해 있지만 인서울 대학 못지않은 선호도를 보이는 포스텍(포항공대)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 공군사관학교, 경찰대학은 지방대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 나머지 대학들만 지방대라고 가정하면, 지방대에서 서울·수도권 로스쿨에 입학한 사례는 24명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포스텍 등을 제외한 24명은 전체 입학생 대비 0.9%에 불과한 수치다. 주요 서울·수도권 로스쿨 입학자 100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은 채 한 명도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포스텍·KAIST 등의 과기특성화대나 공군사관학교·경찰대학 등의 특수대학 출신이 아닌 지방대 수험생에게 있어 서울·수도권 로스쿨 입학은 ‘바늘구멍 뚫기’나 다름이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수험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로스쿨일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SKY’대학 로스쿨 가운데 고려대 로스쿨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지방대 학생을 선발한 적이 없었고, 서울대는 2018학년 1명을 선발한 것이 전부였다. 2017학년 한 해 현황이긴 하지만, 연세대도 지방대 출신 입학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면, 포스텍 등을 나온 수험생들은 한 해도 빠짐없이 해당 대학 로스쿨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이 최근 3년간 선발한 비수도권 학생은 대부분 포스텍, 카이스트, 경찰대학”이라며 “서울대가 2018년 (선발한 것은) 원광대 1명”이라고 설명했다. 

‘SKY 로스쿨’에서만 지방대 출신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다. 0.9%라는 비율에서 알 수 있듯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2019학년에도 경희대·서강대·아주대 등에는 지방대 출신 입학생이 없었다. 이화여대·인하대에는 각 1명, 한국외대·한양대에는 각 2명 입학한 것이 전부였고, 성균관대가 그나마 3명으로 다른 대학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었다. 

지방대 출신이 극히 적은 가운데 ‘인서울 대학’ 출신은 넘쳐났다. 전체 입학생의 61%인 1614명이 인서울 대학을 나왔다. 2017학년 서강대의 경우에는 90.5%에 해당하는 38명의 입학생이 인서울 대학 출신이기도 했다. 

서울·수도권 로스쿨의 또 다른 특징은 로스쿨과 동일 대학 학부를 나온 ‘자교 출신’에 대한 애정이 큰 경우가 빈번했다는 점이다. 서울대의 경우 최근 3년간 입학생 중 63.1%가 자교 출신이었으며, 고려대도 57.4%로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29.5%를 기록한 이화여대, 28.8%의 성균관대, 24.2%의 한양대 등도 자교 출신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수도권 소재 대학인 아주대는 6.3%, 인하대는 6.9%로 10개 대학 가운데 가장 낮은 자교 비율을 보였다. 

인하대와 아주대를 제외한 나머지 8개 대학의 경우 전부 서울에 위치해 있기에 사실상 자교 출신도 인서울 대학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자교 출신과 인서울 대학 출신을 합산해 보면, 차지하는 비율은 94.3%나 됐다. 서울·수도권 로스쿨 입학을 노리기 위해서는 인서울 대학을 나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치다. 

이처럼 로스쿨 입시에서 ‘인서울 쏠림’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현재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지방대육성법)’에 따라 (비수도권 로스쿨에서는) 10%에서 20%를 해당지역 학생으로 선발한다. 지역 뿐만 아니라 주요 서울·수도권 로스쿨도 비수도권 대학 출신 선발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제 선발’ 시 부작용 우려, ‘학부’ 기준 출신지 판정에 따른 역차별도 = 통계를 기반으로 보면, 지방대를 나와 서울·수도권 로스쿨에 입학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라는 점은 명확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강제로 지방대 출신 비율을 늘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억지로 지방 인재들을 선발하는 경우 부작용이 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대보다 인서울을 선호하는 현상은 서울·수도권 로스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방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 의원이 함께 공개한 △강원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까지 8개 지역거점국립대(이하 지거국) 로스쿨의 현황을 보면, 인서울 대학 비율이 더 컸다. 최근 3년간 이들 로스쿨에 입학한 2211명의 입학생 중 74.2%인 1640명이 인서울 대학 출신이었다. 이는 서울·수도권 10개 로스쿨이 기록한 61%보다도 한층 높은 수치다. 

서울·수도권보다 지거국 로스쿨에서 인서울 대학의 비중이 더 큰 것은 ‘지역 차이’ 때문이다. 서울권 대학의 경우 ‘자교’로 분류되는 학생들이 지거국에 지원하는 경우에는 모두 ‘인서울’로 분류되기에 한층 더 비율이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동일하게 자교와 인서울을 합산해 보면, 지거국의 비율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지거국에서의 자교 선발 비율은 10.9%로 합산 시 85.1%를 기록, 서울권 로스쿨이 보인 94.3%에 비해 적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서울권 등 로스쿨에 비해 수치가 낮았다는 것일 뿐 인서울과 자교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처럼 지거국 로스쿨에서도 인서울 등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보면, 입시 단계에서 서울·수도권 등이 인서울 대학을 선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서울 출신 수험생들이 로스쿨 입시에서 ‘실력’을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낸다고 봐야 했다. 

인서울 대학 출신 수험생들이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학부 입시’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 과기특성화대나 특수대학 등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현재 고교생과 N수생 등 대입 수험생들은 지방대에 비해 인서울, 수도권 대학 등을 선호한다. 전국 인구 중 상당수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어 지리적인 선호도가 있는 데 더해 상대적으로 인기 많은 대학들이 서울에 즐비하게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SKY’는 물론이고 다른 서울권 주요대학 등은 지거국에 비해서도 수험생 선호도가 높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토록 인서울 대학이 학부 입시 단계에서부터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지방대 학생 배려 정책을 강제로 도입하는 것은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게 문제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지방대 출신 수험생을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인서울 대학 출신에 ‘불이익’을 주는 수밖에 없다. 지역인재 전형과 같은 별도의 전형을 둠으로써 일정 비율을 지방대 출신들이 차지하도록 하거나 별도 가산점 등을 통해 비율 조정을 하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대 출신을 위해 별도의 전형을 두는 것은 ‘명분’부터 구하기 어렵다. 지방 로스쿨이나 의학계열에 지방대육성법을 근거로 삼아 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선발토록 한 것은 지역인재의 유출을 막음으로써 지역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수도권 로스쿨은 이와 사정이 다르다. 이들 대학에서 지방 인재를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지역인재 유출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가산점 역시 합당한 근거를 찾는 데 있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논란들을 이겨내고 지방대에 ‘특혜’를 주게 된다 하더라도 ‘역차별’ 시비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지방대육성법은 ‘지역 인재’를 오로지 학부 출신지로만 판명한다. 실제 거주지는 서울이라 하더라도 지방에서 대학을 나오면 지역 인재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여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수험생은 로스쿨 입시에서 별다른 혜택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더 적은 노력을 들여 지방대에 진학한 수험생은 로스쿨 입시에서 이점을 차지하는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포스텍 등 서울권 못지않은 선호도를 지녔지만, 단지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 인재’가 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만약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역인재 상당수는 과기특성화대나 특수대학, 지거국 등으로 채워지게 돼 지방대를 배려한다는 당초 취지가 사라질 개연성이 크다. 

물론 이같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서울권 로스쿨에 지방대 출신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제도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권 대학들이 우수 수험생을 싹쓸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현실이다. 로스쿨 입학생 출신 현황 등의 지표들이 공개되고, 서울권 대학 출신들이 진학·취업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본 수험생들은 이들 대학에 진학하기를 한층 더 원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도권 선호현상은 이미 고착돼 있다. 문제점을 따지다 보면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하게 될 뿐이다. 다소 과감하게 여겨지더라도 지방대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 대학에서도 지방 출신 수험생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여건의 불리함을 상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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