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지속 가능한 전문대학, 국가 직업교육의 생태계 조성 돼야
[수요논단] 지속 가능한 전문대학, 국가 직업교육의 생태계 조성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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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이정표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지난 9월 한국직업교육학회 주관으로 ‘지속 가능한 국가 직업교육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정기학술대회가 개최됐다. 고졸 취업 활성화와 함께 고등단계 직업교육의 발전 방향, 직업교육의 글로벌화 전략 등 향후 직업교육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발표하고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내외적으로 고용 및 산업, 직업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직업교육의 현안문제를 점검하고 미래 직업교육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중요한 담론의 장이었다. 직업교육 위기 속에서 과연 지속 가능한 직업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촉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럼 지속 가능한 전문대학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전문대학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그 해답을 구하긴 쉽지 않다. 다만 전문대학의 지속 가능성은 직업교육의 본질을 살리는 길이며, 직업교육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직업교육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과 다양한 체제 간에 폐쇄성과 단절, 소외, 차별에서 벗어나 개방과 협력, 상호의존, 포용으로 직업교육의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모두를 위한 상생의 직업교육, 자아실현이 가능한 직업교육이 될 수 있다. 이날 학술대회 강연에서 4차산업 혁명위원회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간숙련층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사라질 것이며 인력의 주된 공급처인 전문대학이 가장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응해 전문대학의 내적 혁신 노력과 함께 국가차원의 교육구조 혁신과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결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1인당 교육투자 비용이 2016년 기준 OECD 국가 평균의 52.8%에 지나지 않고, 등록금의 장기 동결로 10여 년간 사립전문대학의 실제수입 규모가 약 1조원 감소한 상황이다. 전문대 학생 1인당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은 2017년 기준 일반대의 44%, 기능대의 13.3%에 지나지 않는다. 고등직업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선도대학 사업’이나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사업’ 등과 같은 미래를 대비한 교육혁신 지원사업에서조차 전문대학은 소외되고 있다. 심각한 교육재정난 속에서 전문대학 교육의 질이나 성과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학력별 임금 수준에 대한 국제비교(2016)를 보면 우리나라 전문대졸자의 평균임금은 OECD 평균이나 EU 평균치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며 일반대학과의 학력 간 임금 격차도 크게 나타난다. 또한 국책연구소의 연구결과(2018)에 의하면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 결과, 전문대졸자의 언어능력, 수리력, 문제해결능력은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고, 특히 수리력은 우리나라 고졸과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전문대학의 낮은 교육성과는 결국 사회적, 경제적 차별로 이어지고 전문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전문대학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교육의 질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계속직업교육체제의 붕괴는 직업교육 생태계의 교란으로 이어진다. 그간 산업대학의 정책 실패로 산업대학이 2개 교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직업계고에서 전문대학으로 이어지는 직업교육 계통성이나 수직적 연계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선취업 후진학 정책 활성화를 위해 직업계 고졸자에게 현장 취업 후 일반대학으로의 진학 경로를 만들어 줌으로써 전문대학의 계속직업교육 기능을 무력화해 왔다. 직업계고와 전문대 간 NCS 기반 교육과정이 연속성과 계열성 없이 설계 운영돼 왔고, 오랫동안 전문대학의 핵심 기능으로 여겨지던 취업, 산학협력, 평생교육기능 역시 일반대학으로 전환되고 있어 전문대학의 정체성에 혼란감을 주고 있다. 금번 학술대회에서 고등단계와 중등단계 직업교육의 상호 연관성이나 상생 발전에 대한 통합적 논의 없이 개별 조직의 생존 논리만 제기됐던 것 역시 직업교육체제 내 닫힌 체계의 일면을 보여 준다. 전문대학의 정체성과 위상은 계속직업교육체제 구축 속에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부부처 간, 부처 내 조직 간 직업교육정책에서 나타나는 폐쇄성과 분절성은 직업교육 생태계 회복을 위해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 고등직업교육을 통한 인력양성정책은 교육-훈련-자격-노동시장 정책의 협력 및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전문대학의 지속 가능성은 평생교육, 고등교육, 직업교육, 직업훈련, 고용정책의 네트워킹 강화와 협력중심의 교육 거버넌스 구축 속에서 가능하다. 세계 각국정부가 인력양성에 있어서 부처 간 인위적 장벽 철폐를 위해 교육부와 노동부를 통합해 왔고 최근 미국에서도 공식적으로 부처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추세는 이를 반영한다.

무엇보다도 전문대학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대학 내부의 교육혁신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은 내부 구성원의 자발성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미래지향적 교육 생태계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조직과 교육혁신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전문대학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 동력은 국가가 직업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고 직업교육 생태계의 가치와 비전을 보여줄 때 살아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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