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나세리 한양여자대학교 신임 총장은 "총장으로서 교수님들에게 대학 본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또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대학 본부에 전파하는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소통과 화합을 강조한 나세리 한양여자대학교 신임 총장은 "총장으로서 교수님들에게 대학 본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또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대학 본부에 전파하는 역할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한 사람이 의무교육과 선택교육까지 마치고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데는 23년 이상이 걸린다. 무려 29년간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학과장, 센터장, 교무처장을 맡아 왔다면 그 대학의 사정뿐 아니라 대학가 상황에도 통달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한양여자대학교 총장에 오른 나세리 신임 총장의 이야기다.

전문대학 사회에 내부 출신 총장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양여자대학교 역시 나 신임 총장 체제를 수립했다. 그가 교무처장으로 있는 동안 한양여자대학교는 2018년 교육부 대학기본역량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들었을 뿐 아니라 성과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요자 중심 융합교육과정인 ‘융합전공 마이크로트랙’을 개설하기도 했다. 한양여자대학교 전 구성원이 힘을 합친 결과지만, IT 분야 전공자이자 교무 업무를 총괄한 그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나 총장에 대한 대내적 평가는 ‘융합 리더십’을 펼친다는 것이다. 대학구성원이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또한 온화한 성품으로 비쳐지는 것과는 달리, 준비가 완료되면 즉시 실행에 돌입하는 강력한 추진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9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한양여자대학교 총장에 취임한 나 총장을 만나 봤다.

-총장의 좌우명은.
“아버지께서 늘 하셨던 말씀을 좌우명처럼 마음에 새기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다. 이 말이 정말 옳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하면 뭐든 해 낼 수 있는 것 같다. 이 말 덕분인지 ‘모범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살았다.”

-여대 출신의 여대 총장이다. 대학 운영의 강점이 될 것 같다.
“여대생의 감정, 정서,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말이 ‘대학생’과 ‘여대생’을 차별적으로 구분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전문직에 여성들이 많이 취업하고 있고, 기업에서도 여성 인력의 우수성을 높이 인정하고 있다. 다만, 여성 인재가 어떤 부분에 더 많은 강점을 갖는가, 어떤 마음을 갖고 업무를 대하는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한 예로, 교수학습센터장을 할 때 학습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수업 노트 필기를 모바일,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수업시간뿐 아니라 언제든 필기가 가능하고 필기한 내용을 또 언제든 불러와 보고 수정할 수 있다. 개발하던 당시 이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에 ‘색을 입힐 수 있게 수정해 달라’는 등 여러 요청을 했다. 그랬더니 그 업체 관계자가 ‘이 시스템을 제대로 쓰는 학교를 사실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학생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메모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이 시스템을 잘 사용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지난번 학생들에게 만족도를 조사해보니 2000명이 이 시스템을 실제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 등하교 시간에 메모하고 노트 필기를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도 전해 왔다. 그때 ‘여학생 정서에 맞는 방법을 개발해 제공하면 효과가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총장에 선임된 배경이 궁금한데.
“사실 직접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선임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다. 다만 앞으로 한양여자대학교 총장으로서,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일궈온 성과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해야 할지 생각하며 그 의미를 스스로 짐작해봤다. 우선은 IT 관련 전공을 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교육을 앞으로 우리 대학이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대학가에서 총장의 이미지가 차분하고 조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때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이에 대한 방안은.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 이유는 일을 시작하는 초창기에는 조용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간 대학에서 해 온 일들이 대부분 시스템 관련 업무들이었다. 공학 전공자라, 어떤 일이든 시작할 때는 겉으로 보이는 활동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것을 여기저기 이야기하기보다, 우선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략을 짠다. 하지만 전략이 완성되고 나면 폭발적으로 밀고 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예상보다 일의 진척이 빠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이디어가 좋고 추진력도 강하다는 평가를 들어 왔다.”

-취임사에서 ‘화합과 실천의 힘’을 강조했다.
“우리 대학은 다행스럽게도 큰 문제 없이 지금까지 왔다. 다만 앞으로는 보다 더 소통이 활발해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중간 단계에서 내가 교수님들에게 대학 본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또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대학 본부에 전파하는 역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부처장 제도를 실시하며 중간 리더를 양성하고, 업무에 관한 내용을 대학구성원에게 빠르게 전파하고자 한다. 대학교수라고 해서 모두가 행정 사안에 밝을 수는 없다. 교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본부의 생각을 모든 구성원이 공유할 필요는 있다.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다 마음이 좋아서 ‘이해’만 되면 적극적으로 힘을 모은다.”

-페미니즘은 사회적 화두다. 여성 인권을 위해 한양여자대학교는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나.
“페미니즘 자체가 예민한 사안이지만, 우리 대학은 특별히 ‘여성’을 위한 어떤 노력을 벌이기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편향된 시각을 바꿔나가려는 작은 시도들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성희롱 예방교육을 보다 철저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 내용 중에서도 성차별적인 내용이 없도록 주의한다. 학생 홍보대사 유니폼도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히려 여성에 국한된 표현이나 생각의 틀을 깨려고 한다.”

-그렇다면 여대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1974년 개교한 우리 대학의 창립 이념부터가 여성 교육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여성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이 획기적이었다. 여성이 전문 직업교육을 받고 직업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였다. 여성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전통이 여기서 왔다. 물론 시대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성차별적 문화가 있고 성역할이라는 개념이 남아 있는 지금의 여대는 학생들이 리더십을 전부 발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남성에 대한 의존 없이,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말이다. 우스갯소리일 수 있지만, 여대에서는 짐도 다 여학생이 옮긴다. 사회에 나가도 물통은 남자들이 옮긴다는 말이 있지 않나. 여대 출신 인재들이 더 독립심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한양여자대학교의 차별화된 교육은 무엇인가.
“올해부터 전체 학생에게 알고리즘 교육을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관련 역량이 기반돼 있지 않으면 안 되는 때다. 우리 대학 학생은 전공과 관련없이 누구나 빅데이터, AI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번 학기부터 시작한 ‘융합전공 마이크로트랙’을 통해서다. 경영을 전공했다면 거기에 자신의 진로를 위해 필요한 IT 기술을 추가로 배워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다. 융합전공 마이크로트랙은 2개 이상의 학과 또는 부서가 공동으로 개설한 교육과정으로, 계열 상관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교육과정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자신의 전공에 다른 것을 추가해 새로운 길을 만드는 개념이다. 하나의 트랙으로 최소 12학점을 취득할 수 있고, ‘글로벌어학트랙’ ‘크리에이티브IT트랙’ ‘비즈니스 사무지원트랙’ ‘관광서비스트랙’ 등 4개 트랙이 개설돼 있다. 어문계열 전공자가 관광서비스트랙을 이수하면 해외 취업으로도 길이 열린다. 특히 일본 IT 분야는 인력난이 심한데, 일본어과 학생들이 IT 트랙을 공부하면 많은 기회가 있다. 올해 30초 만에 강좌들이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내년에는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융합교육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총장이 생각하는 융합교육, 창의교육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융합, 창의 인재가 다른 이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특히 일반대 사례를 보면, 융합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서로 다른 두 전공을 붙여서 또 다른 전공을 만들고 학생들이 두 가지 분야를 배운다고 해 융합교육이라고 하더라. 그러나 그것은 창의력을 길러 주는 교육은 아닌 것 같다. 주전공에 타분야의 지식을 더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진로와도 관련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창의‧융합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모두 진로를 정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도 진로 설계가 필요하다.
“그렇다. 진로상담을 하면서 ‘어디로 취업할래?’ 물으면 답을 못 하는 학생들이 많다. 융합전공 마이크로트랙을 개설한 이유도, 학생들의 진로 선택 기회를 넓혀 주기 위함이었다. 진로설계와 더불어,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길러 주자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 강조하고 있는 것이 외국어 교육이었다. 5년 전부터 우리 대학은 학생들의 외국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교육해왔다. 이제 외국어 교육은 어느 정도 기반에 올라섰다. 우리 대학을 졸업하면 IT 역량과 외국어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자존감을 기르고 적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진로코칭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패션디자인과 학생의 성향을 파악해 보니 디자이너보다 마케터가 더 잘 맞을 것 같다면, 패션 마케터라는 진로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로트랙에서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대학마다 성과관리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높다. 한양여자대학교의 성과관리시스템은.
“전공과 '시스템' 구축이 관련이 깊어 우리 대학 성과관리시스템 구축에도 관여했다. 기존에는 학생 이력관리 시스템과 학습관리시스템, 비교과 관리시스템 등이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성과관리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려고 한다. 시스템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학생이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의 모든 이력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정규교육 이수 내역은 물론이고 비교과 수업 이수 이력, 적성검사 결과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다른 학생을 지도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성과관리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한양여자대학교는 지역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성동구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소셜벤처 청년 창업자를 기르는 ‘소셜벤처 이노스쿨’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우리 대학의 강점 분야와 성동구의 주력 산업을 결합해 토털패션비즈니스를 활성화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를 위한 '소셜혁신연구소'와 ‘산학 디자인 센터’가 우리 대학에 설립돼 있다. 서울시의 ‘성수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수주했다. 이외에도 지역과 협력하며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기르기 위해 평생직업교육에 관심을 갖고 관련 국책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나세리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이 환담하고 있다.
나세리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이 환담하고 있다.

[TIP] 전문대 최초 융합전공 도입…복수학위 수여

융합전공 마이크로트랙에 앞서 한양여자대학교에는 ‘융합전공’이 설치됐다. 2014년, 전문대학 최초로 융합전공을 도입한 것이다. 2016년에는 비즈니스 사무지원 전공 13명, 창의문화예술 전공 13명 등 총 26명의 1기 수료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융합전공은 기존 학과로부터 융합해 만들어진 독립된 교육과정의 전공을 제2전공으로 이수하는 제도다. 전공과정별로 36학점 이상 이수하면 융합전공이 병행 표기된 학위를 취득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복수학위제 융합전공’으로도 불린다. 일반대의 복수전공은 졸업학점 중 일부를 타전공 수업 학점으로 듣는 반면, 한양여자대학교의 융합전공은 소속학과 전공학점에 추가로 융합전공 학점을 이수하는 구조라는 차이가 있다.

융합전공은 미래창업비즈니스‧MICE‧국제통상‧비즈니스사무지원‧창의문화예술‧생애복지서비스‧스마트유아 SW의 7개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신입생 설문조사를 통해 선택된 3~4개 과정이 개설된다. 계절학기와 정규학기에 강의가 개설돼 총 5학기 동안 이수할 수 있다.

■나세리 총장은…
이화여대에서 이학사와 이학석사를 하고 서강대에서 공학박사를 했다. 1991년 한양여자대학교에 부임해 컴퓨터정보과 교수로 29년간 재직했다. 이 사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는 정보기술원 원장을,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컴퓨터정보과 학과장을 역임했다. 2016년부터 2017년에는 교수학습개발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2017년 8월부터 총장 선임 전까지는 교무처장직을 수행했다. 이외에도 2007년부터 2009년 10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자체평가위원, 2014년 교육부 NCS 개발 워킹그룹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외부 활동을 경험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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