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감사 처분 이행했는데 또 혁신사업비 30% 정지…‘수혜 제한 기준’ 개선 필요
7년 전 감사 처분 이행했는데 또 혁신사업비 30% 정지…‘수혜 제한 기준’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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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대학이 과거 부정‧비리에 대해 감사원이나 교육부로부터 감사 처분을 받고도, 수년이 지나 부정‧비리 사건의 관련자에 대한 형사판결 결과에 따라 또다시 정부 재정지원사업 제한 조치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관련 제재 기준이 현실에 적용될 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심지어 개인이 항소할 권리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이하 ‘혁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A 전문대학은 최근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사업비 30%에 대한 ‘집행‧지급 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 조치는 2011년 당시 A 전문대학의 이사장이었던 B 씨의 업무상 횡령 사건이 원인이 됐다. B 씨는 A 전문대학에 근무하는 동안 부당하게 보수를 챙겼고, 직원 인건비에 관한 소송비용을 법인이 아닌 교비로 집행하게 했다.

이에 감사원 처분 결과로 A 전문대학은 당시 참여하고 있던 ‘전문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에서 중도 하차해야 했다. 또한 교육부는 B 씨의 임원직 해임을 뜻하는 ‘임원취임승인 취소’와 더불어 B 씨에게 부당 지급된 보수는 법인회계 수입으로, 소송비용은 교비회계 수입으로 되돌려 놓으라는 처분을 내렸다. A 전문대학은 이 같은 조치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후 B 씨가 법원 판결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고, 이후 항소를 진행하며 소송이 길어지자 교육부가 다시 한 번 A 전문대학에 제한 조치를 내렸다. 2018년 12월 2심 판결이 나왔고 현재는 대법원 상고가 진행 중이다.

A 전문대학은 과거 처분을 모두 이행했고 대학 입장에서는 종결된 사안인 만큼 이번 교육부의 추가 제한 조치는 부당하다며 한국연구재단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A 전문대학 총장은 “과거 감사원과 교육부의 처분을 모두 이행해 더 이상 우리 대학에 횡령 사건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B 전 이사장은 물론 관련자들이 모두 학교를 떠났다”며 “이미 7년이 지난 사건인데, 과거에 종료된 일로 인해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수혜 제한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정․비리대학 재정지원사업 수혜제한 기본 절차. (자료=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공정성ㆍ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ㆍ관리 매뉴얼')
부정․비리대학 재정지원사업 수혜제한 기본 절차. (자료=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공정성ㆍ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ㆍ관리 매뉴얼')

하지만 교육부는 이 같은 조치가 ‘부정‧비리대학 재정지원사업 수혜 제한 기준’(이하 ‘수혜 제한 기준’)에 의한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이하 ‘공동 운영 매뉴얼’)을 두고 있다. 말 그대로 국고를 투입하는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과 관리에 있어 일정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부정‧비리가 일어난 대학에 사업 참여, 사업비 수혜 등의 제한을 둘 때에는 ‘수혜 제한 기준’을 따른다. 혁신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의 부정‧비리 문제에도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수혜 제한 기준의 △부정‧비리 대상에 감사‧행정처분 및 형사판결이 모두 해당된다는 점 △총장‧이사장 등 대학을 대표하는 인사가 사건 발생 당시 직접적으로 비리에 개입돼 있어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는 점 △심의 결과는 사업별로 적용한다는 점 △형사판결 확정 전에는 비리 혐의에 따라 사업비 집행정지 및 지급정지가 가능한 점 △대학단위 사업비의 경우 30%의 사업비에 대해 집행 및 지급정지를 적용하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사업이 영향을 미치는 시점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사업별로 수혜 제한 조치를 적용하고 있고, A 전문대학이 과거 제재를 받은 사업과 현재 사업은 별개의 사업이라 별도로 제한 조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감사 당시 확인된 횡령 금액과 이후 소송에서 밝혀진 횡령 금액이 달라 별도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수혜 제한 기준에 따라 처분한 과정에는 문제를 지적하기 힘들지만, 수혜 제한 기준 자체에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미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후)는 “과거 제한 조치가 이뤄진 동일한 범죄사실에 대해 형사판결이 있었다는 이유로 다른 학년도 평가에서 감점하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 억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 당시 횡령금액과 형사판결 횡령금액이 일부 다르다고 하더라도, 감사 당시의 지적된 횡령행위와 본질적으로 달라 새로운 횡령 비위로 인한 추가 제재가 필요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면 대학에 추가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기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미 다른 사업에서 감점을 받았고 해당 대학이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모두 이행한 경우 감점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이 합리적일 것 같다”고 제안했다.

법학박사를 하고 현재 한국비교공법학회 총무이사, 한국헌법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규 동의과학대학교 교수(경찰경호행정계열)는 “현재 수혜 제한 기준에 따르면 부정‧비리 문제의 관계자가 억울함을 항변하기 위해 소송을 끌면 대학이 불리해지고, 대학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항소를 포기하면 권리를 포기하게 돼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는 불합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병규 교수는 또한 “A 전문대학이 핵심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과거 횡령 사건이 끝났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대학과 무관하다는 점”이라며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해 감사 처분 결과와 형사 판결이 서로 무관한 사건인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하는데 수혜 제한 기준에는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교수는 “수혜 제한 기준은 개별 대학이 그 내용을 보고 패널티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정확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며 보다 제재 적용 상황과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 전문대학뿐 아니라 비슷한 사안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대학들이 많아 교육부 역시 향후 수혜 제한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공동 운영 매뉴얼’에 대해 감사원의 지적이 일부 있었고 누적된 대학 민원도 쌓여 있어 하반기에는 개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개정 시점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내년 회계연도에는 새 기준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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