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웨인(Karl Wayne) 한국외대 일본언어문화전공 3학년

칼웨인(Karl Wayne)
칼 웨인(Karl Wayne)

여름이 지나 이제 선선한 가을 날씨가 찾아왔네요. 조금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점점 10월 느낌이 나고 있습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한국어 학당에서 공부한 제 경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기고에서 밝혔듯이 저는 한국에 오기 전 1년 반의 독학으로 어느 정도 한국어에 대한 기반을 쌓은 덕분에 한국어 공부하기가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학당 레벨 테스트를 보고 바로 중상급인 4급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공부해 왔던 방식과 너무 달라서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10주 동안 200시간의 수업을 채우기 위해 하루에 4시간씩 공부했는데 보통 문법과 표현, 읽기, 쓰기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상급에 들어가면서 한자와 속담을 배우고 한국 소설과 시, 신문에서 가져온 기사 등 전문 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학습 자료를 사용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취미로 한국어를 배웠기 때문에 인터넷 용어와 은어를 잘 알고 있는 데 반해 한자어에는 약했습니다. 특히 어학당 반 친구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어서 한자어에 강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제 어휘력은 매우 부족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런 차이를 느꼈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6급 전체에서 2등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대학별로 차별화된 어학당 교육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저는 서울대 어학당과 한국외대 어학당에서 각각 9개월과 6개월가량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두 어학당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커리큘럼을 다루고 있어도 수업 방식이나 중점을 두는 과목은 달랐습니다. 서울대 어학당은 쓰기에 방점을 두고, 매일매일 쓰기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외대 어학당도 쓰기에 중점을 두긴 했으나 한국문화에 관해 더 깊이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연세대 어학당은 문법을 중요시하고, 서강대 어학당은 말하기가 특히 유명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로 학생의 국적 분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서울대 어학당은 중국인이 상당히 많았고, 한국외대 어학당은 반 친구들의 국적 분포가 더 다양했습니다. 다양한 문화와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과 외국어를 같이 배우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제가 느끼는 어학당의 매력입니다.

지금 현재는 어학당을 졸업하고 학부생으로서 일본어와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막상 학부 과정에서 공부하니 어학당 시절 생각했던 학부 커리큘럼과는 차이점이 존재하더군요. 당시에는 어학당을 빨리 졸업하고 학부 수업을 들으면 더 실용적인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학당을 다닐 때보다 한국어 공부를 못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어와 일본문화에 대해 공부하면서 사회학이나 언어학에 대한 용어를 많이 배우지만 한국어 자체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중전공으로 선택한 게 한국어 교육입니다. 매일 4시간씩 한국어 수업을 받는 것과 일주일에 몇 번 수업을 받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경험이었고, 이런 점 덕분에 한국어와 한국 사회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어학당에서 배운 경험과 교육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에 대한 이해와 소통의 폭을 넓히고 싶습니다.

※ 〈유학생 단상〉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칼럼입니다. 대학생활이나 한국생활에서 느낀 점, 유학 생활의 애환, 그밖에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보내주실 곳 opinion@unn.net 자세한 문의는 02-2223-5030.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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