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석 교수.
도영석 교수.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 간은 70∼80%가 파괴될 때까지 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간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때문에 어느 날 문득 몸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으면, 질병이 이미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10월 20일, 간의 날을 맞아 을지대학교병원 도영석 소화기내과 교수와 간질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본다.

Q1. 간은 어떤 역할을 하는 장기인가.

간은 여러 장기 중 가장 크기가 큰 장기로, 무게는 약 1,200~1,500g 정도이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체외에서 유입되거나 체내에서 생성된 호르몬 등의 각종 물질들을 가공·처리하고 중요한 물질들을 합성·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면역 기관의 역할 △각종 약물이나 술, 기타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역할 △담즙 생성 등 다양하고 중요한 기능들을 수행한다.

Q2. 간질환의 증상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가.

피로감, 전신쇠약, 식욕저하, 메스꺼움, 구역질과 구토, 소화불량, 복부 불편감, 복통 등으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고 간에 특이적인 증상은 없다. 보통 급하게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간기능 저하로 나타나는 증상이 비슷해 간질환을 단번에 의심하기가 어렵다. 만약 특별히 음식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급하게 먹은 것도 아닌데 체한 것 같은 증상이 자주 반복된다면 간기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다. 간혹 눈이 피로하고 시력이 저하되며 팔다리가 저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대부분 무증상이므로 음주량이 많다거나 복부비만이 심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간질환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Q3. 간과 피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피로는 간질환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특히 급성 간염의 경우 심한 피로감이 비교적 빨리 느껴진다. 하지만 피로의 원인은 간질환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피로를 느끼게 되면 먼저 이를 유발하게 된 요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의 변화나 과로가 원인이라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이 지속되거나 심해진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Q4. 만성 간질환의 주범은 무엇인가.

간염 바이러스와 술이다. 특히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간암 발병 요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B형 그리고 C형 간염 바이러스다.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경화와 간암은 60~70대에 많이 나타난다. 또 건강한 간을 위해서는 일단 술을 멀리 하는 게 좋다. 과음으로 간이 손상되는 경우 처음에는 지방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후로도 오랫동안 과음을 계속하면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수 있고 이렇게 오래 진행되면 음주를 중단하더라도 원래의 간으로 회복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일부의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은 정기 진료를 받지 않고 지내는데, 만약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꼈을 때에는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한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Q5. 흔히 ‘간수치가 높다’고 말하는데, 간수치가 정확히 무엇인가.

간수치는 말 그대로 현재 간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AST(GOT), ALT(GPT), γ-GT, ALP, 빌리루빈(bilirubin), 알부민(albumin), 프로틴(protein) 등이 있다. 이 중 ‘간수치가 높다’고 말하는 것은 보통 AST, ALT(간효소 수치)가 증가했음을 말한다. 정상범위 이상으로 높을 경우 반드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좋다. 반대로 간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는 것도 금물이다. 간이 나쁘더라도 간수치가 정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Q6. 간염 앞에 붙은 알파벳들은 무엇을 뜻하나.

우선 간염이란 간 조직에 염증변화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심한 피로감, 식욕부진, 윗배의 불쾌감,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별다른 증상이 없는 환자도 있고 때로는 황달, 복수가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이러한 염증 변화가 생긴 후 3~4개월 이내에 회복되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 간염이라고 한다.

간염 앞에 붙는 알파벳들은 간염 바이러스의 종류들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간염 바이러스에는 A형, B형, C형, D형, E형 등 총 다섯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B형, C형, A형 순으로 환자가 많았지만 최근 B형 간염은 현저히 감소했고, A형 간염은 증가하는 추세다. D형, E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Q7. 술과 관련이 없는 간질환도 있다던데.

간에 어느 정도의 지방이 있는 것은 정상이다. 하지만 지방이 간 중량의 5~10% 이상을 차지할 경우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지방간은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뉘는데,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영양섭취의 과다로 인한 질환이다. 지나친 칼로리 섭취는 간 내 지방 축적을 일으킨다. 간이 정상적으로 지방을 처리하고 분해하는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많은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비만, 당뇨, 고지혈증일 경우 지방간이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지방간 환자들은 중년에 생기는 복부비만 및 과체중에 의한 것이다. 특히 지방간 환자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여 간 건강에 중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Q8. 간경변증은 완치가 불가능한가.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정상적인 간 조직을 회복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원인에 따라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한다면 일부에서는 간섬유화 소견이 호전되어 회복이 가능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함으로써 추가적인 간 손상을 최대한 방지, 심각한 상태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간경변증에서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다면 결국 간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Q9. 건강한 간을 지키는 방법은.

간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을 끊거나 절제하고,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간 질환자가 술을 끊으면 간경변증의 발생률과 이에 따른 합병증, 간암의 발생률 또한 낮아질 수 있다.

또 어떤 약이든 함부로 먹지 않아야 한다. 별 생각 없이 먹는 간단한 진통제도 장기적으로 먹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게 되면 해독을 책임지고 있는 간이 견뎌내지 못하고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과식은 지방간을 초해할 수 있으므로 야채나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과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과로를 할 경우 간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휴식과 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한다.

한편 바이러스 질병인 B형 간염과 C형 간염은 일상생활에서 감염되기 힘들며, 성인에서 혈액감염으로 전파되므로 관혈적 시술인 문신, 피어싱 등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수인성 감염병인 A형 간염이 유행하고 있는데, 가장 좋은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며 기저 간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간부전 위험이 높으므로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한다. (자료제공=을지대학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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