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용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대외홍보센터장·영화감독)

박건용
박건용 청운대 교수(사진=청운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홍성을 들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홍성이 들썩였다. 충남 홍성군에서 열린 홍성국제단편영화제 얘기다. 영화제 1회 때부터 집행위원으로 참여해 온 박건용 교수 겸 영화감독은 이번엔 조력자에서 본업인 감독으로 역할을 바꿨다. 킹콩을 들었다 놨다 했던 그가 참여한 영화제가 더욱 궁금해진 이유다.

유수의 영화제가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홍성은 영화제의 도시로 재탄생 할 수 있었을까. “홍성군은 영화제 개최에 대한 기관의 의지가 컸고, 영상 문화에 대한 군민들의 관심도 높은 곳이었어요. 반면 흔한 미디어센터 하나 없는 도시였죠. 영화제가 이런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영화제는 학교와 기관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홍성에 위치한 청운대가 적극적으로 영화제 참여에 나섰다. 제2회 홍성국제단편영화제는 학교가 지역사회에 기여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 중심에 박건용 교수가 있다. 영화 ‘킹콩을 들다’의 영화감독이자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영화제를 위해 학교와 기관, 학생과 지역주민들이 뭉쳤다고 하지만 그림이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박건영 교수는 이번 영화제에서 50분짜리 단편영화 한 편을 제작했다. “홍성의 아이들 스무 명에게 영화 전반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제가 감독을 맡았죠. 지역 유소년 제작지원 영화의 하나로 ‘카메라를 든 아이들’이란 타이틀의 영화는 영화제 기간에 지역 영화관에서 상영됐어요. 아이들은 배우와 시나리오에, 우리 대학 학생들이 촬영과 편집, 스크립터에 참여했죠.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상상 그 이상이다. 약 3억원이라는 전체 영화제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데 크고 작은 어려움도 매우 많았을 터다.

“고생한 것들을 말로 하라면 한도 끝도 없죠. 예산이 너무 부족해서 기본 1인 4~5역을 했다면 표현이 될까요? 저는 감독이자 로케이션 담당에 아이들 픽업까지 맡았고요, 학생 스태프들은 원래대로면 2인 1조, 3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역할을 한 명씩 담당했죠. 이번 영화제에서 무조건 상영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든 참여자들이 매우 힘들어 했습니다. 하지만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자는 취지에 동감했기에 마무리할 수 있었죠. 사실 마지막에는 책임감 하나로 버텼습니다.” 짧은 소회에서 그간의 고생이 묻어났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 1년 만에 껑충 뛴 관객 수가 이를 증명한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관객 수가 90% 증가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관객 수가 모든 걸 말해 준다”고 답한다. 관객들은 다양한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고, 학생들은 해 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했다. 영화에 출연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박 교수의 설명처럼 영화제는 유소년을 위한 ‘키드아이’ 코너, ‘요한 하겔벡 단편 애니메이션’ 상영부터 이명세 감독과 손현주 배우가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 시니어 영화 관람 프로그램까지 지역사회와 대학, 군민과 학생, 노인과 아이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이 한데 잘 어우러진 다채로운 영화제였음이 분명했다.

홍성국제단편영화제는 이제 막 영화제로서의 목표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첫발을 뗀 셈이다. “영화제 자체만으로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은 장르적으로 특화된 영화제가 아니면 힘들어요. 대신 저희는 지역주민의 참여로 정체성을 찾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올해는 1회에 비해 작품의 내용이 홍성과 잘 부합했다고 평가해요. 군민들이 참여하고 지역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했죠. 지역 어르신들 또한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였고요.”

영화제는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홍성이 사랑하는 영화제’. 시작을 함께 한 만큼 앞으로의 여정도 홍성군민들과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번 영화제는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는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문이 됐고, 영화에 참여한 아이들은 진로를 고민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습니다. 군민들에게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창을 열어 줬고요. 이렇듯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홍성군민에게 사랑받고 함께하는 영화제가 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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