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늘리라더니, ‘정시확대’ 돌아선 정부 비판이 우선
‘축소 아닌 적정규모 찾기’…기존 지균 모집계획 번번히 실패, 지난해 200여 명 ‘구멍’

(사진=한명섭 기자)
10일 열린 서울대 국감에서는 서울대 지균 축소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제기됐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정부의 ‘정시 확대’ 강제로 인해 서울대가 2022학년 수시에서 지역균형선발전형을 줄인 것을 두고 ‘기회균등’ 장치가 축소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일반고 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주요 ‘루트’인 지균이 줄어들면, 일반고가 서울대에 진학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곧 다양한 인재선발과는 거리가 먼 행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존에도 일반고만으로는 지균 모집인원이 채워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 때문에 지균에서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당초 계획 대비 200명 넘는 ‘구멍’이 발생했다. 더욱이 서울대가 타 대학 대비 큰 사정관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재정지원사업을 무시하는 경우 입시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지균을 줄이게 된 단초인 ‘정시 확대’를 강제한 정부가 아니라 개별 대학에 비난을 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감에 등장한 서울대 지균, 2022학년 축소 ‘재검토 필요’ = 10일 서울대에서 실시된 교육위원회의 서울대 등 국정감사에서 서울대가 ‘기회균등 원칙’이라는 대학헌장을 무시하고,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을 축소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서울대 관련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22학년 지균 선발 예정인원이 전년도인 2021학년 756명에서 104명 감원된 652명”이라며,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적다”고 했다.

모집인원이 줄어드는 데 따라 지균의 비중도 감소했다. 정원내 전형과 정원외 전형을 전부 합산했을 때 2022학년 지균 모집인원이 서울대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다. 전체 모집인원이 축소되면서 지균이 줄어든 것이 아니란 얘기다. 2013학년부터 2022학년까지 10년간 현황을 볼 때 20% 밑으로 지균 비중이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지균이 이토록 줄어든 것은 ‘정시 확대’ 때문이다. 여 의원은 “서울대는 지난 6월 (발표한) ‘2022학년 입학전형 추가 예고’에서 수능 위주 정시 일반전형을 224명 확대하고 수시 일반전형과 지균을 각 127명과 104명 축소한다고 했다. (이는) 정시 30% 이상의 ‘새 대입제도’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대의 지균 축소가 정부 방침을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여 의원은 ‘적절성 논란’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균을 통해 서울대에 진학하는 일반고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서다. 여 의원이 함께 공개한 ‘2015학년~2019학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일반고 합격생 현황’에 따르면, 전체 지균 합격생 중 일반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6.3%로 85% 이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 의원의 지적은 이처럼 일반고 진학 루트로 자리매김한 지균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시를 확대하려고 일반고를 많이 선발하는 전형을 줄이는 것의 타당한지 의문”이라는 여 의원은 ‘일반전형보다 2배 가량 (지균이) 더 축소된다“며 축소 규모도 도마 위에 올렸다. 

‘서울대의 정신’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여 의원은 “서울대 헌장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앞장서며, 기회균등 원칙 실현에 힘쓴다’고 돼 있다. 고른기회전형인 기회균형선발전형이 182명으로 동결된 상황에서 지균이 줄어들면 기회균등 장치가 축소된다”고 했다.

여 의원은 지균 축소가 재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다양한 지역적·사회경제적 배경을 고려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지균은 공정한 기회(가 취지)다. 서울대는 전형 축소를 재검토하기 바란다.”

■‘억울한’ 서울대, 정부방침 무시할 수 없는데다 축소규모도 크지 않아 = 여 의원이 언급한 ‘새 대입제도’는 지난해 8월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을 의미한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개편안 1년 발표 연기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 현 고1(당시 중3) 학생들이 치르게 될 2022학년 대입제도에 대한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2학년부터 대학들은 수능위주 정시모집전형이나 수시 학생부교과전형 가운데 한 전형이 30% 이상 되도록 대입전형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대입 관련 정부재정지원사업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선정 대상에서 배제된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위주 정시 가운데 하나만 30% 이상으로 늘리면 된다고 하지만, 서울대는 수능위주 정시를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학생부교과전형이 없는 대학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는 수시모집 전부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부교과전형을 신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서울권 주요대학 등은 수능위주 정시모집을 늘려야 한다고 사실상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 ‘2021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발표되던 당시 고려대가 학생부교과전형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하자 교육부는 학생부교과전형 30%는 지방 소재 대학들을 위한 것이라며 ‘사업 탈락’을 언급, 강한 메시지를 던진 상황이다. 

여 의원의 지적처럼 지균에 뛰어드는 수험생은 ‘일반고’인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실상’이 다소 축소 돼 있기까지 하다. 여 의원은 통계를 바탕으로 지균에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85%라고 했지만 이는 일반고와 별반 차이가 없는 자율형 공립고(자공고)가 ‘자율고’로 분류된 데 따른 것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는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실질적 일반고나 다름없는 자공고를 포함하면, 지균에서 일반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95%를 넘어선다. 올해 초 서울대가 실 등록자를 기반으로 처음으로 공개한 ‘고교유형별 전형결과’에 따르면 일반고와 자공고를 합산한 비율은 95.2%에 달했다. 여 의원이 공개한 대로 일반고가 482명으로 86.5%를 차지한 데 이어 자공고가 48명으로 8.6%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고교유형은 22명의 지균 등록자를 낸 자사고 22명(3.9%), 합산 4명을 낸 예고와 체고, 1명의 등록자가 나온 특성화고 뿐이었다. 

이처럼 지균에서 일반고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균을 축소할 시 일반고가 서울대에 가기 어려워진다는 비판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균 축소에 대해 서울대에만 비판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먼저 서울대가 ‘정부방침’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정시모집을 30% 이상으로 늘리지 않으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대상에서 배제되는데 이 경우 서울대는 정상적으로 입시를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 있어 필수적인 입학사정관 고용을 유지하는 것부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수도권 대학 고용형태별 채용사정관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는 수시 전체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채운 만큼 다른 대학에 비해 사정관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기계약직 22명과 계약직 4명 등 26명의 사정관을 보유한 서울대보다 많은 사정관을 지닌 수도권 소재 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정관 규모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는 대학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항상 서울대다. 해당 사업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띠게 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서울대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106억원이 넘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시확대를 거부하고 사업을 포기하게 되면, 서울대 입시는 근간부터 크게 흔들리게 될 수밖에 없다. 

여타 수시전형인 일반전형보다 축소 규모가 더 크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2021학년과 비교했을 때 일반전형은 1686명에서 1559명이 되며 127명이 줄어들고, 지균은 756명에서 652명이 되며 104명이 줄어드는 데 그친다. 여 의원은 2021학년 모집인원 대비 비율로 봤을 때 일반전형은 7.5%, 지균은 13.8% 줄어드는 것을 두고 ‘배 이상’이라 표현하지만, 지균이 일반전형보다 전체 규모가 작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석해야 할 개연성이 크다.

■‘적정 규모’로 볼 여지 충분, 지난해에도 756명 못 채워, 실 등록자 557명 불과 = 지균 규모를 줄이는 것은 ‘기회균형선발’을 등한시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규모’를 찾아가는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매년 계획한 지균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공개한 수시 최초합격 인원과 등록인원 등을 기반으로 보면, 2019학년 서울대는 756명을 지균에서 모집했지만, 실제 최초 합격자는 612명에 불과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균 합격자들이 다른 대학과 중복합격하거나 정시에서 ‘군외대학’ 성격인 과기원 등에 진학, 또는 해외대학 등으로 진학하면서 실 등록자는 한층 더 줄어든다. 실제 지균에 합격해 등록한 인원은 557명에 그쳤다. 최초 계획했던 것에 비해 200여 명을 선발하지 못한 것이다. 

최초합격인원보다 등록인원이 적은 것은 비단 서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시 중복합격이 존재하고, 이후 정시모집이 있는 데다 해외대학 등 ‘대안’이 있는 이상 상위권 대학이라면 어느 곳이나 겪는 문제다. 

문제는 모집인원보다 최초합격인원이 적다는 데 있다. 모집하려던 756명과 실제 최초합격인원인 612명은 144명의 차이가 있다. 이는 2021학년 대비 2022학년 줄어드는 지균 모집인원 104명보다도 많다. 2022학년 지균 규모를 100여 명 줄이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모집인원과 최초합격인원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수능최저학력조건’ 때문이다. 서울대가 현재 지균에서 요구하는 수능최저는 2등급 3개. 고교별로 2명까지만 지균에 지원 가능하며, 대부분 해당 학생들이 고교 내에서 ‘우수 자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지균 인원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방 일반고에서는 학교 활동에 열심히 임하면서 2등급 3개를 채우는 학생이 생각처럼 많지 않다는 게 고교 현장의 증언이다. 

이처럼 매번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지균과 달리 일반전형은 합격자가 넘쳐나서 문제다. 지난해 일반전형은 1742명을 모집했는데, 실 합격자는 1747명으로 5명이 많았다. 동점자 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최종 등록자도 크게 줄어들지 않은 1707명으로 최초 선발하려던 계획 대비 98%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지균은 73.7%를 채운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지균은 매년 계획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일반전형은 반대라는 점을 볼 때 서울대가 선발하지 못한 인원보다 적은 지균 감소폭을 보인 것을 두고, 지균 축소에 ‘적극성’을 띄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균이 줄어든다고 해서 ‘일반고’가 살 길이 없는 것만도 아니다. 2019학년 기준 일반고는 지균에서 482명, 일반전형에서 585명의 등록자를 각각 냈다. 영재학교·특목고·자사고 등과 ‘각축전’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합격이 쉽지 않은 전형이긴 하지만, 일반고가 결코 노릴 수 없는 전형은 아니라는 것이다. N수생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긴 하지만,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도 일반고는 지난해 504명의 등록자를 배출, 전체 등록자 903명 중 절반이 넘는 55.8%의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와 내년 연이어 ‘학령인구 감소’현상이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가뜩이나 지균 모집인원을 일반고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령인구마저 크게 줄면 서울대 지균에 생기는 ‘구멍’은 크기를 더하게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지적에 따라 모집인원 확대에 나서는 것은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대는 이미 이에 대한 해답으로 ‘수능최저 완화’란 해법을 들고 나온 상태다. 2등급 3개이던 지균 수능최저는 2022학년부터 2등급 2개로 충족하기 쉬워진다. 서울대 입학생에게 수능에서 2등급 3개를 받으라는 것이 결코 무리한 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지균을 줄이면서 수능최저를 완화, 일반고에게 부여하는 ‘배려’가 온전히 활용되길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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