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 ‘깜짝등장’ 숭실대 등 대학별 고시반 ‘위력’ 
금감원 대학별 현황 비공개로 돌연 방침 전환…‘문제유출’ 의혹 탓?

(사진=고려대 제공)
(사진=고려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CPA에서도 고려대의 ‘강세’는 여전했다. 한때는 연세대와 물고 물리는 관계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왕좌를 완전히 굳히는 모양새다. 반면, 연세대는 4년 연속 2위에 그치며 뒤를 바짝 쫓는 성균관대의 ‘역전’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강대는 지속적인 실적 상승 끝에 4위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숭실대도 꾸준한 노력 끝에 이화여대를 제치고 10위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CPA는 ‘유출 의혹’이라는 유례없는 몸살을 앓은 데다 대학별 현황마저 공식 통보되지 않으면서 순위가 집계되지 못하고 있던 상황. 본지가 대학가와 업계 관계자들을 통해 입수한 자료들을 교차 검증하고 취합한 2019년 CPA 대학별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2019 CPA, 고려대 1위 ‘수성’, 서강대 4위 ‘상승’, 숭실대 10위 ‘입성’ = 올해 실시된 ‘2019년 공인회계사시험(CPA)’의 대학별 2차 합격자를 집계한 결과 고려대의 ‘1위 수성’과 서강대의 순위 상승, 숭실대의 10위 입성 등 눈길을 끄는 부분들이 즐비했다. 

매년 시험이 끝난 직후 공개되던 대학별 CPA 현황은 올해 들어 시험관리 기관인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전체 현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워 미궁 속에 빠져 있던 상황. 이에 본지는 대학본부와 고시반, 대형 회계법인 등의 관계자들을 통해 대학별 현황을 개별 입수, 자체 취합했다. 

취합 결과 올해도 가장 많은 공인회계사를 배출한 대학은 고려대였다. 최근 들어 꾸준히 왕좌를 놓치지 않고 있는 고려대는 올해 CPA 2차 시험에서 총 109명의 합격자를 냈다. 앞서 공개된 1차시험 합격 순위에서 유일하게 200명을 넘겼고, 지난해에도 187명의 압도적인 1차 합격자를 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예상할 수 있던 ‘1위 수성’이라는 평가다. 현재 CPA는 1차시험 합격 시 두 차례 2차시험에 도전할 수 있는 ‘유예제도’와 일부 과목을 합격하는 ‘부분합격 제도’ 등이 적용되고 있어 2년간의 1차 합격자를 보면 최종 결과를 어림짐작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고려대 입장에서 볼 때 ‘만족’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합격자가 904명에서 1009명으로 100명 이상 늘어났지만, 지난해 114명에 비해 다소 적은 숫자가 나왔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고려대의 뒤를 이어 CPA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대학은 연세대로 88명의 실적을 냈다. 이어 성균관대가 84명으로 연세대의 뒤를 바짝 뒤쫓았다. 2017년 78명으로 동수 합격자가 나오며 공동 2위에 올랐던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지난해 86명과 72명으로 격차가 다소 크게 벌어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격차가 줄어들었다. 지난해 성균관대가 더 많은 1차 시험 합격자를 내며 분전했지만, 올해 1차 합격자 차이가 다소 났던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4위 자리에는 서강대가 ‘깜짝 등장’했다. 2017년만 하더라도 서강대는 37명의 합격자를 내는 데 그치며 상위 10개 대학에 겨우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해 54명, 올해 74명으로 매년 20여 명 가까이 합격자가 느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따라 순위도 2017년 10위, 2018년 7위, 2019년 4위로 급격하게 올라 섰다. 

서강대 다음으로는 중앙대와 경희대가 나란히 자리했다. 중앙대에서는 73명, 경희대에서는 72명의 합격자가 각각 나왔다. 2017년에는 경희대가 73명으로 70명의 중앙대보다 더 많은 합격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68명과 60명으로 중앙대가 역전했고, 올해도 격차는 줄었지만, 중앙대가 간발의 차로 앞섰다. 

7위인 한양대도 한 해 전과 비교했을 때 합격자가 크게 늘어난 곳이다. 2017년 65명의 합격자를 냈던 한양대는 지난해 38명으로 합격자가 크게 줄어 우려를 샀지만, 올해 60명으로 일정 규모를 회복했다. 올해 CPA 전체 합격자 규모가 늘어난 데 따른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대가 다음으로 많은 52명의 합격자를 낸 데 이어 서울시립대 34명, 숭실대 30명, 이화여대 26명 순으로 이어졌다. 동국대도 이화여대와 동일한 26명의 합격자를 배출, 공동 1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된다. 합격 현황 집계에서 이름을 뺀 것은 10위 안팎까지의 순위만 공개된 올해 1차시험의 정확한 합격인원 등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10위에 입성한 숭실대다. 최근 들어 ‘괄목상대’라 할 만한 실적 상승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숭실대는 10위 언저리 순위를 기록했지만, 이화여대·서강대 등에 막혀 정작 10위 안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매년 10위 이내에 들다 공동 11위를 기록하며, 10위 밖으로 밀려난 이화여대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올해 1차 합격자가 64명으로 숭실대의 53명보다 많다는 점을 볼 때 내년에 순위가 바뀔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최근 5년 누적 순위는? 고려대 1위 ‘굳히기’, 동국대 누적 11위 = 올해만이 아닌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어떨까. 5년 현황을 합산한 결과 1위 자리를 완전히 굳혀 가는 고려대와 누적 순위에서는 숭실대를 제치고 11위를 기록한 동국대가 단연 눈길을 끈다. 

고려대의 CPA 1위는 최근 실적을 볼 때 ‘기정사실화’ 돼 가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2015년만 하더라도 88명과 87명,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에도 106명과 105명의 실적을 각각 기록, 연세대에 매년 1명씩 부족한 실적으로 1위 자리를 놓쳤던 고려대는 2016년 118명 대 98명으로 20명의 격차를 선보인 뒤 단 한 차례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5년간 낸 누적인원만 보더라도 525명이나 된다. CPA에 강점을 보이는 다른 유수의 대학들 중에서도 연 평균 합격자가 100명을 넘는 곳은 고려대 외에 전무했다.

최근 들어 성균관대와 공동 2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올해 4명 차이에 그치는 등 예년만 못한 실적을 보이는 연세대지만, 누적 현황을 보면 다른 대학들과 격차가 확연했다. 연세대가 낸 5년 합계 438명의 합격자는 뒤를 잇는 성균관대의 388명과 비교했을 때 50명이나 차이가 난다. 연평균으로 따져보면 10명 이상 연세대가 성균관대에 앞서 있는 것이다. 

성균관대에 이어 중앙대가 351명으로 4위를 기록했고, 다음은 306명인 경희대, 278명인 서강대, 275명인 한양대, 237명인 서울대 순으로 이어졌다. 서강대가 올해 크게 늘어난 합격자를 바탕으로 한양대를 역전한 것도 관전 포인트지만, 서울대의 움직임이 심상찮은 것도 관심을 끈다. 본래 서울대는 CPA에서 두각을 보이는 대학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다른 대학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이화여대와 더불어 공동 11위를 기록한 동국대가 누적 순위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10위인 숭실대보다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10위 안에 든 적은 없었지만, 매년 바로 아래 순위를 꾸준히 기록했기에 누적 순위에서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합격자 10명 중 7명 상위 12개대 출신…‘고시반’ 원동력 = 이처럼 CPA에서 좋은 성적을 낸 대학들이 전체 합격자 현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올해만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들 12개 대학이 낸 합격자는 총 728명으로 전체 합격자 1009명 대비 72.2%나 되는 비중을 보였다. 전체 합격자 10명 중 7명이 12개 대학에 몰려 있는 것이다. 

5년 동안의 누적으로 보더라도 수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4654명의 합격자 중 3383명으로 이들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72.7%에 달한다. 2015년 69.7%, 2016년 76.2% 등 갑작스레 비율이 변한 적도 있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들 대학은 72%대의 비중을 꾸준히 보여 주고 있다. 

이들 대학이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낸 첫번째 이유로 꼽히는 것은 ‘고시반’이다. CPA 도전을 원하는 재학생·졸업생에게 보다 효율적인 학습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CPA 준비반은 그 효율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개별 학습공간과 학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가 하면, 장학금 등을 별도 지급해 학습 의욕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병행하기도 한다. 별도의 체력 관리 프로그램 등을 두는 곳도 있는 데다 그룹스터디나 교재 등을 적극 지원하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시반이 가져다 주는 무형의 자산도 무시할 수 없다. 해당 고시반을 통해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은 멘토가 돼 시험을 준비하는 후배 수험생들을 돕는 역할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보유한 시험 노하우는 후배들에게 전달되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시험에 도전하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합격자가 나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CPA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대학들의 경우 일등공신으로 고시반을 꼽는 경우가 많았다. 

통상 이들 고시반은 CPA반, 공인회계사반 등으로 불리지만 특색있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고려대 정진초를 비롯해 연세대 경현재·경우회, 성균관대 송회헌, 중앙대 용우당, 경희대 청현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10위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숭실대도 현의제라는 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 결과’ 아냐…금감원 ‘비공개’로 방침 선회 = 올해 본지가 취합한 대학별 CPA 현황을 참고할 때 주의할 점은 ‘공식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들이 자체 파악한 자료이기에 차후 추가로 합격자가 파악되면 현황이 달라질 개연성은 존재한다. 특히, 1명 차이로 올망졸망 모여 있는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의 경우 순위까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학들이 자체 현황을 열심히 파악했지만,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숨어 있는 합격생’의 존재 때문이다. 고시반 등을 통한 수험생이라면 집계가 되겠지만, 대학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홀로 시험을 준비한 수험생이 합격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알 방법이 없다. 한 대학 고시반 관계자는 “장학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학교에 합격 사실을 알려야 하기에 전반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장학금을 원치 않거나 이미 졸업한 지 시간이 많이 경과해 장학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경우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합격 사실을 밝히지 않는 수험생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대학에서도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대학’을 밝히지 않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CPA에서 학생들의 ‘출신대학’을 증명할 근거 자료는 별도로 제출되지 않고 있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출신대학을 별도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대학 확인이 이뤄진다. 실제로는 대학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경우더라도 이를 표기하지 않으면 금감원조차 해당 학생의 학력을 확인할 길이 없다. 본지 취재 결과 올해 이러한 ‘출신대학 미표기’ 수험생은 30여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대학이나 검정고시 등 통상적인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이들이 단순한 ‘귀찮음’에 근거해 출신대학을 밝히지 않은 것이라면 현재 드러난 현황은 달라질 수 있다.

유독 올해 이러한 부분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공식 결과’가 일체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물론 기존에도 금감원이 대학별 ‘순위’를 발표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소속 대학 합격생 현황을 묻는 경우 금감원은 해당 인원을 공개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올해 들어 이러한 현황 통지를 거부하고, ‘비공개’로 방침을 바꾼 상태다. 대학별 현황을 추리면 가능했던 대학별 순위 발표가 올해 언론 등을 통해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이러한 금감원의 방침 변경으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금감원은 왜 ‘비공개’로 방침 바꿨나…해명 불구 의구심 여전 = 금감원이 ‘비공개’로 방침을 바꾼 표면적 이유는 ‘단순 참고자료’라는 데 있다. 금감원은 현재 대학별 현황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대학별 합격 현황은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아니다”라며 “합격자 출신학교는 단순 참고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수집한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자료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학가에서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지우지 않고 있다. 올해 CPA 시험이 유례없는 ‘홍역’을 앓았기 때문이다. 

올해 치러진 2차시험은 ‘문제 유출’ 시비에 휘말렸다. 모 대학 고시반에서 특강을 맡은 교수가 정리해 준 내용이 실제 시험에 대부분 활용됐다는 것과 동일 대학 고시반에서 실시된 모의고사 문제와 2차시험 문제가 매우 유사하다는 점 때문이다. 시험이 끝난 직후 수험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러한 의혹들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고, 급기야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국민청원마저 제기됐다. 

처음 금감원은 이 같은 의혹들을 부인했지만, 유출 의혹을 받는 출제위원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는 등 석연찮은 대목들이 포착되자 검찰에 해당 사건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유출 의혹을 받는 2개 문제는 전원 ‘정답 처리’했다. 

금감원은 전원 정답 처리라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시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해당 문제를 전원 정답 처리하더라도 최종 합격자 수는 변화가 없고, 회계감사 과목의 부분 합격자만 10명 늘어났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의심을 지우지 않는 것은 그간 잘 공개해 오던 대학별 현황을 올해 들어 돌연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별 현황이 통보되면, 이를 기반으로 대학 간 순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유출 의혹이 있던 고시반 소속 대학은 올해 CPA에서 상당히 좋은 실적을 냈다는 후문이 파다하다. 이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금감원이 방침을 바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금감원은 부분 합격자만 늘어났다고 하지만, 해당 모의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이득’을 봤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닌가. 시험 자체의 신뢰성이 흔들렸는데 오히려 정보 공개를 불투명하게 하는 금감원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단순 참고’ ‘진위 여부 확인 불가’ 등의 이유를 들지만, 기존에는 현황이 공개됐고, 이를 기반으로 대형 회계법인들의 대학 TO가 정해졌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그간 회계법인들은 대학별 수습 인원을 배정하는 데 있어 금감원이 밝힌 대학별 현황을 수집하거나 별도 입수해 활용해 왔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감원이 방침을 바꿨다고 해서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들이 자체 파악한 현황을 취합해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어도 실제와 차이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년 공개해 오던 현황을 이제 와서 진위가 불명확하다고 치부해 버리는 금감원의 태도가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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