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 아주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과거 영국 산업혁명의 성공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과학교육 중심으로 이동해 필요한 인력을 키움으로 가능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서 선진국에서는 정보교육을 통해 소위 수리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능력을 키워 융합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고자 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초‧중학교에 정보교육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육은 초보적인 코딩교육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수리적 사고력은 단순히 코딩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수준을 감안했을 때 대학 교육 및 연구는 어떻게 변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어떻게 지원해야 좋은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선진국에 비해 사립대학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부분의 국립대학도 선진 대학과 경쟁하기에는 재정적으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대학 등록금은 비싼 편이지만 과거 10여 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과 연구의 질 모두 허약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해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우선 정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히 정부가 모든 대학을 몇 개의 목표를 정해 일방적으로 대학이 목표를 선택하게 하는 계몽주의 방식으로 진행하면 성공할 수 없다. 상당수 대학이 자율적으로 대학의 목표를 정해 경쟁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에 맞춰 현재 정부는 대학을 평가해 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비교적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다음 몇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지원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이다. 둘째, 재정적 지원을 통해 학교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원을 받는 대학은 정부에 어떤 반론도 제기하기 어려우며 자율적인 운영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근본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사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또한 분명치 않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사립대학에 등록금 인상을 포함해 입시 방법 등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장학금 및 연구비는 제외하고)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만약 지원을 한다면 대학은 그 대학 이사회의 일정 수의 이사들을 (예를 들어 30%) 공익 이사로 하고 준국립 혹은 준도립 대학 등의 명칭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준도립의 경우도 정부가 재정적인 부담을 일부하고, 대신 도민의 대학 등록금은 낮게 책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자율적인 사립대학의 수가 많으면 나머지 국립, 준국립 및 준도립 대학에 재정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준)국립/도립 대학 등에도 가능한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지키게 하고 가급적 많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가급적 정부가 주도해 만드는 다른 교육지원사업은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의 연구지원은 총 지원액으로 보면 선진국과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차이가 많다. 우리나라 연구비의 상당액은 중소기업을 먹여 살리는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진정한 연구를 위한 비용은 적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대학의 기초 연구는 연구재단을 통해 잘 자리잡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규모가 선진국과 중국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대규모의 융합연구(예를 들어 1년에 100억씩 10년 정도의 규모)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 과제를 찾아내고 평가하는 전문성이 떨어진다. 특히 이를 위한 전문가 집단의 육성이 중요하다. 이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결국 과제의 성공은 어떻게 과제를 설계하고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드림팀을 뽑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과제 도출 및 선정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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