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하이브레인넷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

한국대학신문 DB
시간강사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의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8월 1일부터 시행됐다. 2011년 12월 30일 제정된 뒤 무려 8년 만이다. 4차례의 시행 유예가 보여 주듯이 강사법 시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 이후에도 혼란과 우려가 여전하다. 따라서 강사법은 시행으로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완성까지 개선과 보완이 요구된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http://www.hibrain.net)은 강사법의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강사들을 대상으로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8월 14일부터 9월 1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고 1004명의 강사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했다. 강사법 시행 이후 강사 대상 설문조사로는 최대 규모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의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는 총 3회에 걸쳐 연재된다. 1회와 2회에서는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연속 게재한다. 이어 3회에서는 강사법 문제 해결을 위한 해결과제와 방안을 제시한다. 본지와 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의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가 강사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담았다는 점에서 강사법 시행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사 축소, 인문사회계열 최대 희생양 = 1회 연재에서 강사들은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강사 축소를 1순위로 주저 없이 꼽았다. 그렇다면 강사 축소, 즉 해고의 직격탄을 어떤 강사들이 가장 많이 맞았을까? 바로 인문사회계열 강사들이다. 강사축소를 1순위로 꼽은 응답자를 계열별로 살펴보면 의·보건계열이 58.5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문사회계열 56.73% △공학계열 53.16% △이학계열 52.0% △예체능계열 48.15%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부의 ‘2019년 1학기 대학강사 고용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학기 대비 2019년 1학기에 총 7834명(13.4%)의 강사가 일자리를 잃었다. 인문사회계열이 1942명으로 가장 많았다. 예체능계열이 1666명으로 뒤를 이었다. 자연과학계열 633명, 공학계열 362명, 의학계열 101명이었다. 본지·하이브레인넷(www.hibrain.net) 강사법 공동 설문조사와 교육부 분석 결과를 합치면 결론적으로 인문사회계열 강사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

인문학 위기의 자화상이다. ‘문송합니다(문과를 나와 죄송합니다)’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국가적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인문사회계열 강사들은 강사법의 최대 희생양이 되고 있다. 물론 인문사회계열 강사뿐 아니라 전반적인 계열에서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른바 ‘강사법의 역설’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시간강사 신분을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의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면서 “대학별로 교원이 줄어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연령·고학력일수록 내정자 채용 부당 지적, 공개채용 기간 태부족 = 강사법은 공개채용을 규정한다. 그러나 1회 연재에서 강사들은 ‘강사법에 따라 강사를 공개채용하는 과정이 공정하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지 않다(32.4%) △그렇지 않다(32.5%) △보통이다(26.1%) 순으로 응답했다. 이유로는 내정자 채용(1순위), 지원서류 과다(2순위), 공고기간 부족(3순위), 행정처리 미숙(4순위) 등이 꼽혔다.

내정자 채용은 강사법 취지에 정면 위배된다. 공개채용의 목적은 강사 채용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다. 그러나 강사들은 내정자 채용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현실이다.

내정자 채용 1순위 응답비율을 보면 연령별로는 50세 이상(60.00%), 30~40세 미만(59.47%), 40~50세 미만(55.29%), 30세 미만(50.00%)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여성(58.44%)이 남성(56.67%)보다 높았다. 학력별로는 박사수료(59.12%), 박사(57.77%), 석사 (54.67%), 석사수료(50.00%), 학사(33.33%) 순이었다. 계열별로는 예체능계열(65.28%)이 1위를 기록했고 2위 의·보건계열(60.00%), 3위 인문사회계열(57.86%), 4위 이학계열(49.30%), 5위 공학계열(40.79%)이었다. 고연령일수록, 고학력일수록 내정자 채용에 문제점을 느끼고 있었다.

A 강사는 “내정자에 밀린 전임자다. 강사 채용 시 통일된 지원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각 학교별로 지원사항이나 서류도 각양각색이고 시간을 너무 소비했다. 공통 사이트를 개설해 강사지원 공고가 올라오면 한 번에 지원 가능한 메뉴얼이 개발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B 강사는 “내정자가 있는 공채, 허울뿐인 공채다. 반드시 채용기준표에 의해 점수를 주고, 합격자를 결정하고, 면접 없이 서류전형으로 해야 한다. 면접은 내정자 합격을 위한 변수”라고 토로했다. C 강사는 “15년 동안 대학에서 영어 강의를 했는데 통보도 없이 해고를 당했다. 여러 대학에 지원했다. 하지만 거의 모든 대학이 기존 강사들을 그대로 고용하거나 내정자에 맞는 공고를 내고 결국 예상되는 강사가 채용됐다”고 꼬집었다.

현재 강사 공개채용 기간은 5일 이상이다. 이에 대해 강사들은 △부족하다(37.07%) △매우 부족하다(36.11%) △보통이다(19.35%) △충분하다(5.94%) 순으로 응답했다. 사실상 공지 기간이 5일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말을 끼고 공지가 이뤄지면, 평일 공지기간은 3일에 불과하다.

강의 시수 축수에 수입 감소, 생계 막막 = 1회 연재에서 강사들에게 ‘강사법 이전에 주당 강의시간은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었다. . 4~6시간(32.9%)이 가장 많았다. 10시간 이상(31.2%), 7~10시간(25%), 3시간 이하(10.9%) 순이었다. 또한 ‘강사법 시행 이전과 이후에 주당 강의시간 변화는 어느 정도인가’라고 물었다. 5~10시간 감소(43.1%)가 가장 많았다. 이어 거의 동일(38%), 10시간 이상 감소(8.8%), 5~10시간 증가(8.3%) 순이었다.

강사에게 강의시간 축소는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강사들의 생계와 직결된다. 실제 ‘강사를 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가’는 질문에 생계 유지가 1순위로 꼽혔다. 2순위는 교수임용 준비, 3순위는 학문연구였다. ‘강사법 시행 → 강사·강의시간 축소 → 수입 감소 → 생계 위협’, 강사법의 현실이다.

D 강사는 “교수 임용 준비 외에 목적이 있다고 해도 당장 생활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 강사는 “전임 기회는 희박하다. 그나마 대학에 적을 두고 연구와 강의를 이어갈 수 있는 직업이 강사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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